너무나 사적인 나의 브라보카지노
너 브라보카지노에 글 쓴다고 했지?
시간극복? 검색해도 안 나오더라
뭘로 검색해야 해?
어제 한잔 한 대학선배에게 카톡이 왔다.
추억 파먹기에서은퇴로 대화가 넘어갔고 브라보카지노에 글 쓴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졌었다.원래 지인들에게 브라보카지노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술이 원수다.그런데 술자리 이야기가 알코올과 함께 날아가지 않고 다음날까지 이어진 것을 보니 선배형도 관심이 꽤 갔었던 모양이다.다행히 오버한 술덕분에 '시간주인'은 '시간극복'이 됐고 선배는 내 글을 찾지 못했다. 사실 선배가 이 글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사람인지라.
"아직 제 글은 공개하기가 좀 부끄러워요."
한참을 고민하다'부끄러워 공개 못함'으로 모양 빠지게도망쳤다.술자리에서는 '꼭 출판하는 작가가 되리라' 건배까지 해놓고.
그런데 뭐가 부끄러웠을까?
어설픈 글이 부끄러운 걸까?
너무 사적인 이야기가 부끄러운 걸까?
뭐 둘 다겠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 포장을 하고 살아간다.인스타처럼 생애 최고의 순간만 이야기하지않더라도 구태여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게 있다.어떤 것은 꽁꽁 숨기고도 싶다.
하지만 브라보카지노는 민낯이다.
'무형의 마음'을 꺼내서 차곡차곡 벽돌을 올리고 글이라는 '유형의 형체'를 만든다.이형체는사람들이공감하거나, 지나치거나, 아예 안보이기도 한다. 브라보카지노에서는 내 민낯을 누가 볼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누가 안 봐줘서 서운하다. 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브라보카지노의 매력이다.브라보카지노에서 나는 ○○○이 아니라 '필명'으로 존재한다.
반대로인스타나 페이스북은 계정 주인이누구인지 알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래서 자신의하이라이트만 보여주는 게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를 아는 그들에게드러내도 괜찮은 것들로 만 말이다.
민낯보다는풀메이크업된 인생이 가득한 세상이다.
브라보카지노에도 필명을 기명으로 쓰시는 작가님들을 꽤 볼 수 있다.
나와 또 다른 결을 가지신 분들,나는 그 만한 용기가 아직 없다.
나는 왜 브라보카지노에 글을 쓰는 걸까?
'공감 받았다'는 느낌의 라이킷이 좋아서?
'내 글이 먹힌다'는 구독자의 증가가 좋아서?
'언젠가 출판'하고 싶은 막연한 꿈 때문에?
다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아직까지는좀 막연하다.
다만 내가 은퇴하고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찾아가는 과정임은 분명하다.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은퇴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청춘을 바쳐만들어진 소중한 은퇴 후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보내고 싶다. 은퇴 후는 돈돈돈이 아니라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어떤 것에 몰입하고 싶다.지금까지는 목공과 베이킹을 테스트했지만 몰입까지는 가지 못했다.
브라보카지노가 '몰입하는 그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을 때까지 못쓰는 글이지만 꾸준히 써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