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게 뭐야? 오늘 무슨 날이야?"
프리지어 한 다발을 받아든 아내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지하철 역사 안에 꽃 가게가 생겼더라고. 노란색 좋아하잖아."
"너무 좋아~! 고마워~!"
아내는 몰랐을 거다.
오늘 나에게 꽃다발을 받게 될지 말이다.
하지만 난 알았다. 내가 아내의 이브벳를 계획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브벳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동네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스쳐 지나가는 질문 하나를 붙잡았다. 갑자가 며칠 전 술자리에서 지금 상태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당장 로또와 비트코인을 사겠다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게 앞으로 일어날 이브벳를 안다는 것은 짜릿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이브벳 미리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가볍게 시작한 질문이 거대해질 때쯤
번쩍하고 발칙한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혹시 질문의 주체를 바꾼다면?
나의 이브벳가 아니라 타인의 이브벳라면?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가 맞이한 이브벳는 늘 다른 사람들이 등장했다.
어린 시절 나의 세상을 꽉 채운 부모님,
영업 사원 시절 나의 하루 계획을 망쳤던 거래처 사람들,
가장이 되고서 나의 하루에 영향을 주는 아내와 딸.
이렇게 나의 이브벳는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럼 반대로 나도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 순간 알아 버렸다.
타인이 나의 이브벳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나도 타인의 이브벳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타인의) 이브벳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부터 나는 나의 (초) 능력을 자주 쓰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그들에게 행복한 이브벳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 중이다.
왜냐하면
내가 만들어 준 그들의 행복한 이브벳는
그들이 만들어 줄 나의 행복한 이브벳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누구의 이브벳 만들어 볼까?
-진정성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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