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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Mar 15. 2025

이번 바오슬롯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서른일곱을 맞아 내 입맛대로 바오슬롯 보내기



바오슬롯 축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감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경험이다.


작년은 바오슬롯이 금요일이라서 회사에서 특별히 바오슬롯자에게 부여하는 2시간 연차를 받았다. 아쉽게도, 올해는 토요일이라 그런 것보다는 팀의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며 하루를 보냈다. 전날 퇴근길에 받은 특별 바오슬롯 파티 초대장에는 내 바오슬롯에 맞춰 준비된 특별한 점심 식사 안내와 드레스 코드가 명시되어 있었다. 나 몰래 준비하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식당을 예약했을 팀에 고마운 마음이 벌써부터 올라왔다.


아침에 출근하니, 테이블에 세팅된 특별 조식(리더가 직접 손수 만든 발사믹 샐러드와 곡물칩)이 준비되어 있었고 모니터 꽉 채운 내 바오슬롯 기념 파티 포스터는 함박웃음 짓게 했다. 조식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샐러드와 칩은,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평소 잘 먹지 않는 습관을 단숨에 뒤바꿔버렸다.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은 예약된 근처 오마카세집으로 향했다. 봄 햇살이 따뜻하게 우리의 걸음 하나하나를 감쌌다. 깎듯이 예의를 갖추고 정성의 리액션을 겸하며, 부지런히 초밥을 서빙해 주는 셰프님 덕에 점심시간이 더 특별해졌다. 피날레로 맛있는 빌리엔젤 크레이프 케이크의 달콤함은 화룡점정처럼 바오슬롯 주인공으로서 행복한 아드레날린을 마음껏 끌어올려주었다.


바오슬롯 전날, 공식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착착착해낸 터라, 정작 바오슬롯 당일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이른 아침 비몽사몽 하지만, 빅시스 유튜브를 켜고 20분 전신을 깨우는 홈트를 했다. 그사이 남편은 바오슬롯맞이 미역 수프를 끓였고, 아이들은 사부작사부작 편지를 썼다. 서프라이즈라고 하면 좋았겠지만, 이미 어느 정도 파악이 돼버린 나는 오히려 격한 리액션으로 고마움을 대신 표현했다. 아이들과 남편이 준비한 바오슬롯 상은 사랑과 정성의 표현이 가득했다. 엄마를 위한 안마쿠폰, 아내를 위한 가방 선물을 준비해 줬다. 해피벌스데이 머리띠를 쓰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기념사진을 찍으며 바오슬롯날의 서막을 열였다.


오늘 나의 행사는 회사 일정과 개인 일정으로 오전 오후를 빼곡히 쓸 계획이다. 집을 나서는 나를 보고 남편은 아쉬움에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바오슬롯이라서 가족들이 함께 하는 주말도 좋지만, 갈증을 채우는 일정으로 더 시간을 사용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종종 주말 일정이 잡히는데, 바오슬롯이라고 미루고 싶지는 않았다. 맡은 업무에서 성장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다니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오전 일정은 업계에서 비슷하게 진행하는 프로그램 관련 설명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두세 시간이면 마치는 일정이라 오후 일정으로 뭔가 평소 관심사에 맞는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세팅하고 싶었다. 이틀 전, 갑자기 발견한 콘퍼런스가 하필 '바오슬롯'과 겹친 것이기도 했다. 그동안 듣고 싶었던 분이 연사이기도 해서 무척 망설였지만 결제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알찬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다시 가족들을 만나 내가 좋아하는 훠궈를 즐겼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재밌는 수업과 체험을 하다가 만났고, 나는 나대로 자극과 확장을 경험하고 다시 만났다. 각자 다른 세상에 있다가 만나니 각자의 건강한 성장 에너지가 서로를 더 빛나게 했다. 그런 변화에 바라보는 눈빛마저 설렘이 담겼다.


보통의 하루처럼, 요란스럽지 않은 하루라서 좋았다. 그럼에도 핸드폰 속에는 바오슬롯의 흔적이 가득하다. 해가 거듭할수록 바오슬롯을 챙겨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는 건 축복 그 자체이다.


그렇게 만 37살의 해가 도래했다. 올해도 신나게 꽃길을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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