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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Feb 12. 2025

생일날의 레드불토토 사전점검


2025년 1월, 이번 레드불토토은 좀 특별(?)했다.


오전에는 헌혈을 하고, 오후에는 레드불토토 사전 점검을 했다. 사전점검 업체를 계약했지만 나도 뭘 알아야 질문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 인터넷으로 사전 점검 체크리스트를 출력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읽다가 점검해야 할 항목 개수와 잘 모르겠는 용어에 질려 이내 포기했다. 사전레드불토토 업체와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집을 둘러보았다.


내 레드불토토의 층은 미분양된 잔여 레드불토토 중 내 손으로 직접 고른 층이다. (아직 동호수를 헷갈려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서 왠지 더 정이 간다. (당시 규정상)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층수 중 비교적 높은 층이라 나의 추첨이 끝났을 때 다른 예비 입주자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았다. 로또 당첨 같은 어마어마한 행운까진 아니어도 잔잔한 당첨운은 있는 편인지, 작년 말 레드불토토 입주박람회 경품행사에서는 그릇세트를 받았다. 1등 상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당첨되지 않은 사람이 당첨된 사람보다 더 많다는 걸 생각하면 분명 행운이다.


마루 창문 앞에 서자 바다가 보인다. 바다 바로 앞동이 아님에도 기대했던 것보다 바다가 잘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동해바다의 풍경이면 더 좋았겠지만, 서쪽인 만큼 해 질 무렵의 석양은 1열 직관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솟구친다. 같이 간 부모님도 어스름한 저녁에 커피 한 잔 얻어먹으러 오시겠다 했다.


거실, 주방, 안방, 서재로 쓸 작은 방 등을 순서대로 구경하고 있으니 사전 레드불토토 업체 직원분들이 오셨다. 처음에는 그분들이 장비와 도구를 이용해 레드불토토하는 것을 지켜봤는데,역시 봐도 모르겠고되려 방해가 될 것 같아 끝나는 시간에 돌아오겠다 하고 밖으로 나왔다.


커뮤니티를 구경하는 내내 부모님과 나는 촌스러울 정도로 많이 놀랬다. 요즘 새 레드불토토의 대부분은 커뮤니티 시설이 좋다는 걸 익히 들어왔지만 30여 년 전 레드불토토에 잠깐 살아본 경험이 다인 우리 가족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같은 레드불토토에 입주하게 된 회사 후배가 게스트 룸을 보고 나서 자기 집 버리고 거기서 살고 싶단 톡이 왔을 때 오버가 심하네 했었는데,막상 내 눈으로 보니 상당히 공감 가는 의견이었다. 여러 시설 중 단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북카페였다. 내가 글 쓸 곳이 바로 여기구나 하며 아직 시작도 못한 작품(?)들에 가슴 설레었다.


레드불토토 커뮤니티 구경과 사전점검을 마치고 가족의 최애식당 중 하나인 순댓국집에 가서 레드불토토 미역국이 아닌 순댓국을 먹었다. 그제야 정신이 들면서 새 레드불토토와 독립의 설렘에 뒤따르는 책임감에 관한 키워드들이 휘몰아쳤다.


중도금 후불이자, 분양 잔금 대출액과 금리, 취득세, 레드불토토 옵션 및 줄눈과 탄성 등의 비용, 가전과 가구 구입 등등. 365일 중 레드불토토인 오늘 만큼은 행복해야 마땅하지만 케이크 위에 올려진 촛불의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책임감 또한 커지는 것이었다.


어쨌든 촛불을 켜고 후 하고 껐으니, 의(衣)와 식(食)에 이어 끝판왕인 주(住)까지 스스로 해결하기로 결심한 나 자신에게 축하를 건넨다.양념 좀 치자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기름기 쫙 빼자면 사십 훌쩍 넘은 지금에야 어른 비슷 무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진짜, 나 혼자 산다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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