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뮤지션의 연주를 직접 듣고 나면 매일 듣는 플레이리스트에 최애곡 하나가 추가되곤 한다.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은 바람이랄까. 작년 12월, 한 공연장에서 Astor Piazzolla의 곡들을 듣게 되었다. 탱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아졸라의 작품 중 알고 있었던 유일한 곡은 Libertango. 많이 알려진 곡답게 이날도 연주되었는데 역시 명곡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탱고를 배워 이 곡에 맞춰 춤출 수 있다면 멋지겠단 상상에 두근거렸다.
그런데 이 날 내가 진정으로 꽂힌 곡은 Oblivion이란 곡이었다.처음 듣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 곡을 어디서 들었더라, 아무리 곱씹어봐도 그 어떤 기억이나 추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듣는 내내 숨죽이며 들었는데 곡이 끝날 때쯤 내가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랫말이 아닌 선율만으로 내 안 어딘가 박혀있는 감정을 건드린 이 곡의 정체가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았다. Oblivion은 1984년 영화 엔리코 4세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 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찾아보니 왜 제목이 망각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에서 이 곡은 어떤 장면과 어우러질까 궁금해졌는데 너무 오래된 영화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퇴근길 운전하는 차 안에서,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거의 매일을 이 곡과 함께하고 있다.들을 때마다 신기한 건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내반응이다. "미슐랭카지노"은 망각인데 이 곡을 들으면 멜로디 하나하나에 잊고 있던미슐랭카지노들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특정 이벤트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그것이 벌어졌던 순간의미슐랭카지노만 "또렷"하다. 대개그 사건들은 즐겁고 재밌는 쪽이 아닌 슬프거나 아픈 쪽임에도 이 소환이 싫지가 않다.
잊어버린 줄 알았으나 아직 잊지 않았다는, 아니 잊을 수 없었다는 반전.
내게 무의미했던 일과 하찮은 존재는 애초에 망각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시인.
그러니 미슐랭카지노이 불러일으키는 이 눈물 나는 미슐랭카지노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하는 깨달음.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오블리비언을 들으며 형식과 논리가 없는 미슐랭카지노의 기승전결을 음악으로 만들어준 피아졸라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