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브리 화풍의 이미지 생성으로 부자벳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로 '지브리풍으로 그림을 만들어줘'라고 하면, 곧바로 지브리 만화에 나온 것 같은 이미지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지브리 측의 부자벳을 침해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특정 화풍이나 스타일의 부자벳을 주장한다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스타일에 부자벳이 있다고 해버리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가령, 음악에서 모던 락이나 해비메탈의 스타일로 연주를 하는 밴드들은 그 최초의 스타일을 만든 음악가의 부자벳을 침해한 게 된다. 고갱이나 세잔도 초기 인상주의 화가인 모네나 르누아르의 부자벳을 침해한 게 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영향받은 소설가들도 하루키에게 부자벳료를 지급해야할 수 있다. 하루키만 하더라도 레이먼드 챈들러나 피츠제럴드 등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게 꽤나 공공연한 사실인데, 그러면 그 유족들에게 부자벳료를 지불해야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는 지브리 화풍이 워낙 개성있다 보니, 지브리 화풍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도 지브리의 어마어마한 팬이기도 하고, 지브리가 그 지브리적인 감성을 지키며 지속했으면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브리조차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건 아니고, 기존 여러 만화들의 스타일로부터 영향받으며 차차 확고한 스타일을 확립해간 것이다. 요즘 우리 나라에 쏟아지고 있는 웹툰들만 보더라도, 일본 만화의 여러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걸 느낄 수 있는데, 그 스타일 하나하나의 원조를 찾고 부자벳을 확립하여 부자벳 침해 문제로 다스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현재 부자벳법의 법리상으로는 스타일, 컨셉, 아이디어 등은 부자벳법으로 보호하지 않고, 그것들이 표현된 '구체적인 작품'만을 보호한다. 가령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의 구체적인 장면이나 캐릭터 등을 그대로 베낀다면 부자벳 침해로 다스리게 되지만, '이웃집 토토로'와 비슷한 느낌과 분위기의 컨셉을 흉내내어 별개의 작품을 만드는 것까지는 부자벳법으로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지브리 스타일을 흉내내는 정도가 아니라, 지브리 메이커를 내세우거나 지브리의 명망을 이용해서 지브리 풍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가 들어간 그릇을 팔아요' 라고 하는 식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해버리면, 부정경쟁방지법 등 다른 이슈가 생길 수는 있다. 타인의 아이디어나 명망을 훔쳐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법리로 스타일 자체를 온전히 부자벳 침해로 다루는 건 쉽지 않다.
만약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부자벳 영역에서 다루게 된다면, 나도 '정지우 스타일'의 문체를 부자벳 등록해서 나와 비슷한 문체를 쓴 후행 작가들을 부자벳 침해로 고소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나보다 앞선 작가들이 내가 쓰는 글쓰기 스타일이나 문체가 자기와 비슷하다고 나를 고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온 세상이 소송으로 범람하게 될 수도 있다.
그보다 문제는 사실 생성형 ai가 데이터 주인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학습하는 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생성형 ai에게 '인용과 부자벳'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써달라고 하면, 내가 웹상에 써놓은 칼럼들을 높은 확률로 인용하거나 조합하고 베껴쓴다(실제로 시켜봤는데, 내 칼럼을 출처로 해서 칼럼을 만드는 걸 목격했다). 그렇게 해서 ai 회사는 돈을 벌겠지만, ai가 이용한 각종 기사, 칼럼, 연구자료 등을 만든 사람에게 지불하는 것은 없다. 이 부분이야말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고, 현재도 미국 등에서 치열하게 소송이 진행 중인 영역이다.
아마 앞으로는 ai가 웹상에 공표되어 있는 것들이라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학습하거나 서치해서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보다는, 학습하거나 수집하는 데이터에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는 쪽으로 입법이 되어갈 여지가 있을 것이다. 모든 자료와 데이터에 대하여 일일이 부자벳자를 찾아 보상을 하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런 차원의 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여러모로 부자벳자의 권리와 문화, 예술, 기술 발전을 위한 적절한 조화점이 찾아질 때까지 끊이지 않는 논쟁과 토론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