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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pr 22. 2025

막바지 젊은 날의 열정, 바카라

요즘 나의 고민은 쓰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밤마다 쓰고 싶은 책들에 대한 생각들로 마음이 가득 찬다. 그러면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키보드를 두들기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정말 술술 흘러 넘치듯 나온다. 그날마다 쓰고 싶은 책들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원고들을 산발적으로 만들고 있다. 걔중에는 계약한 책도 있고, 아닌 책도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올해 들어 그야말로 쓰고 싶은 원고들이 마음 속에 '넘쳐나고' 있다. 그러면서 하나 알게 되는 것은 나는 글쓰는 걸 정말 좋아하고, 살면서 하는 일 중 '가장' 좋아한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서는 그냥 '글쓰기' 보다는 하나의 주제로 원없이 풀어내는 '책쓰기'를 조금 더 선호한다고 느낀다. 사실 '매일 한 편 글쓰기'라는 게 어쩔 수 없는 습관 같은 게 된 면이 있었다.


북토크 같은 시간에 질문을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서 어딘가에 올리는 걸 흥미롭게 생각하기도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 내가 이 '매일 한 편 바카라'를 하게 된 건 다소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로스쿨 다니며 수험생활하고, 직장 다니면서 매일 출퇴근하다 보니, 도무지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써낼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직장 점심 시간에, 아이가 잠든 밤에 30분씩 쓰던 게 어느덧 어쩔 수 없는 습관이 되어버렸던 터였다.


그러나 사실 수험생활 시작하기 전에만 해도, 나는 '책 한권' 쓰는 걸 꽤나 재미있어했다. 각 잡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거의 한계까지 몰아붙여가며 책 한 권 가득 논리를 펼쳐나가는 게 즐거운 일이었다. 요즘에는 딱히 직장도 안 다니고, 제멋대로 살다보니, 그 시절의 '책쓰기 즐거움'이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럴 때, 정말 마음 먹으면 2주에 책 한권을 쓸 수 있기도 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먹고 살 일들을 같이 하긴 하다보니, 그런 건 어려워지긴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평생 올해와 같이 살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어쩌다 보니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살고 싶은 방식의 시절을 살아봐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책을 몇 권 써놓으면, 또 어느 정도 욕망이랄 게 해소되어 내년에는 그저 열심히 돌아다니며 일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매일 책만 쓸 수 있다면 원하는 게 없을 것 같은 마음이다. 나름 자질구레한 일들은 처내면서 책 쓰는 시간을 늘여보려고 하고 있긴 하다.


아무튼, 내년이면 마흔이고 해서, 꽤나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내 젊은 날은 한 10년 남은건가, 그런 생각도 든다. 그 이후에도 충분히 좋은 시절을 살 수야 있겠지만, 아무튼, 중년으로서의 삶도 시작되고, 젊은 날도 막바지에 이른다는 느낌은 피하기 어렵다. 이 막바지 같은 젊은 날에, 조금 더 청춘 같은 마음으로 바카라을 불태워본다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역시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 바카라이 오래 전부터 글쓰기에 가장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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