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이면 팀장들이 면장실에서 주간회의를 한다. 팀별로 그 주에 할 일에 브리핑을 하고 면장은 의문사항에 대해 질문을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마치 학교 다닐 때 담임이 행운의 번호등 번호를 호명하여 질문을 할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들 때도 있다. 오늘은 또 무슨 황당한 질문을 할 것인가. 아무 일 없이 넘어가야 할 텐데 초창기에 그 황당하다고 생각되는 질문에 삐딱한 대답을 하다 찍혀서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 카림토토이 있기에 이젠 모쪼록 아무 일 없이 물어보면 네네 묵묵히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그렇게 하며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최근에는 면장이 이제 회의 그만한다고 했는데도 아무도 그 말을 제대로 못 들어 묵묵히 앉아있는 다른 팀장들을 보며 오늘은 다른 팀장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면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 혼자 내려가리라고 마음먹고 회의에 참석을 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난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장이 이곳으로 발령나면서 본인 책상 옆에 카림토토을 쳤는데 지금껏 그 색깔이 회색으로 알고 있었다. 순간 내 눈앞의 면장책상 옆 카림토토은 핑크색이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이제 처음부터 핑크였나. 분명 내 카림토토 속 이미지에는 면장실 카림토토이 회색이었고 핑크였다면 그게 이미지화돼서 나의 카림토토에 남아 있을 텐데 지금의 핑크는 전혀 내 카림토토에 없다. 면장실 카림토토이 회색이라 난 내 책상에 카림토토을 치면서 면장과 다른 색 핑크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금은 면장책상 카림토토과 내 카림토토이 같은 색이다. 게다가 그건 상당히 낮은 걸로 아는데 오늘은 모니터 끝을 남겨두고 올라가 있다. 직원 아무도 새로운 카림토토이 근무시간에 올라간걸 본적이 없다고 하니 최근 면장이 주말에 자주 나오는 것과 연관이 있는가 싶었다. 주말 동안에 핑크로 바꾼 게 아닌가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폈다.
하지만 이건 확증이 필요했다. 주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는데요" 하면서 어떻게 하나같이 관심이 없거나 원래 핑크이지 않았냐는 반응이다. 이것에 대해 다들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곳을 떠나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물어보았다. 젊은 그들은 " 회색이나 파랑 아니었나요 ? 하지만 핑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하다가 "아니 원래 핑크였나" 하면서 확신을 못했다. 그들의 발언을 입증할 만한 건 없다. 이건 단지 카림토토만이 알뿐이다. 그렇다고 고양이에게 직접 물어볼 수는 없다. 얼마 전 고양이 방울을 카림토토이 아랫 사무실로 출입하는 문에 다이소에서 사 온 풍경을 달아두긴 했지만 고양이 집 부속품을 언제 바꿨냐고 누가 물어볼 것인가.
이건 여전히 미스터리다. 평소 이미지나 어떤 생김새에 민감한 내가 어떻게 철저히 색깔을 잘못 카림토토할 수 있었을까. 여전히 나 자신의 카림토토의 오류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땐 나 역시 면장실 카림토토에 관심도 없고 단지 추측과 그 이미지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모처럼 자세히 인식하고 봐서 그런가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고 있다. 어디선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운동화 색깔이 파랑으로 보이거나 핑크로 보이 거나한 테스트를 본 적 있다. 그동안 그러면 면장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그게 파란색으로 보였고 이젠 부정적인 감정이 좀 가시자 그게 핑크로 보였단 말인가. 정말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이 어떤 것이 확실한 정답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 후기: 이 글을 쓴 후 직원이 작년 면장실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속 카림토토 색을 완전히 핑크였다. 정말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온전히 색을 착각했다는것이 믿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