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세 아이가 나온다. 그중 하나는 나의 실명과 같다. 심지어 성까지! 좋아하는 김애란 작가의 장편이 오랜만에 나와서 사놓고는 바로 읽지 않았다. 조금 숙성시켜서, 읽고 싶은 마음이 호빵처럼 부풀어오를 때 딱 꺼내서 읽자,라고 마음먹었고 그게 이번 설 연휴였다.
가평으로 여행을 가면서 책을 북케이스에 고이 담아 가져갔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기대가 크면 재미가 떨어질 텐데, 티파니카지노 생각했다. 여행 내내 함박눈이 내렸다. 우산을 쓰고 있으면 눈이 떨어지는 소리가 우산 위로 싸락싸락 들렸다. 그럴 땐 숙소에 들어가 따뜻한 침대에서 과자를 먹으며 얼른 책을 읽어야겠다는 기대감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책에 나오는 세 아이는 살면서 겪지 않아도 될만한 큰 사건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티파니카지노을 안고 있다. 정말이지 살면서 안 겪어도 될 만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티파니카지노은살아있고 어떻게든 자라나야만 한다. 절망에 빠져있어도 청소년이라는 나이는 성장을 재촉한다. 그런 뼈저린 시절을 관통하는 모습이 그려질 때 거짓말과 진실은 인물들을 위로하고 긴장하게 하는 장치다. 절망스러운 삶에 중요한 건 거짓말일까, 진실일까.
소리는 가끔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꿈과 깨끗이 작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저 다음 단계로 간 것뿐'티파니카지노며, 작별한 건 맞지만 깨끗이 헤어진 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어른이 그렇게 사는데 그건 꼭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재능은 있되 그게 압도적인 재능은 아님을 깨달아서였다. 사실 그걸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당장 학원 친구들의 그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소리는 궁금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재능은 얼마만큼인지. 그 힘은 언제까지 필요하고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세 아이들이 주인공이면서 세 엄마들의 이야기라는 걸. 세 엄마의 공통점은 자기 자식을 의심 없이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고 끝까지 삶을 놓지 않으려 애쓰기도 한다. 그 엄마들로 인해 세 티파니카지노은 절망스럽지만 소설의 끝은 티파니카지노 터널을 지나 다음 세상으로 옮겨간 미래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감정이 들었다.
소설은 읽고 나면 몹시 복합적인 감정과 감상이 남는다. 한 줄로 요약하고, 간단한 몇 줄의 깨달음으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과 감상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읽으면서 수많은 감정과 놀람과 아릿함을 겪었다. 숙소 창밖에는 눈이 20cm씩 쌓이는 중이었고 함께 책 읽는 남편과 잠든 강아지 곁에서 그 눈의 맛을 상상했다. 역시 좋은 소설이었다.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2024년 늦여름 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