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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25. 2025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는 888토토 산책

일본 이케가미 <혼몬지 (本門寺)

사실 이번 도쿄 여행은 철저하게 가마쿠라시(鎌倉市)에 가보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그밖의 다른 계획 따위는 없었다. 그동안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가마쿠라(かまくら)에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숙소를 나리타 공항에서 한참 먼 곳에 있는 도쿄 남서쪽 가마타(蒲田)에 잡은 888토토 그래서였다. 바로 요코하마를 거쳐서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아니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도착한 첫 날을 제외하고는 전부 눈 혹은 비가 오고, 기온도 아주 추울 거라는 예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짧은 일정 속에서 가마쿠라에 가보려면 결국 도착하는 첫날밖에는 기회가 없겠구나 싶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내려놓고, 곧장 가마쿠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리타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한 시각이 대략 점심시간 즈음이었다. 그리고 가마타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조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있었다. 입국심사를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스이카(교통카드)를 충전하고 복잡하고 난잡한 일본의 철도 표지판을 들여다보면서 전철에 올라타고 또 환승하고 내려서 지도를 보면서 숙소까지 찾아오고. 그랬더니 888토토리 서둘렀다 하더라도 벌써 늦은 오후에 접어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이곳 가마타에서 가마쿠라까지는 편도로 대략 1시간 반 전후 걸릴 것이다. 만약 가마쿠라에 가게면 운이 좋다면 일몰 시각이거나 더 늦은 시각이 될 것 같았다. 거기에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여기까지 이동해오면서 쌓인 피로감까지.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따뜻하다. 날씨는 정말 아주 좋다. 좋았지만, 888토토래도 당장 가마쿠라까지 이동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섰다.


888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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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뭐, 가마쿠라는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가기로 했다. 대신 그냥 우리 스타일대로 888토토 탐험(?)이나 하기로 했다. 예전에도 가마타에 머문 적이 있었지만 꽤 오래 전이었고, 또 그 때는 여기 주변을 시간을 들여 걸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간식을 사 가지고는 가마타를 지나치며 흐르는 하천을 따라 쭉 걷기 시작했다. 세워 놓은 표지판을 보니 하천의 이름은 노미카와(呑川)인 모양이다. 사실 풍경이라고 할 것도 없는 도시의 전경이 이어졌다. 하지만 낯선 곳을 걷는 것이 즐거웠고, 좋은 사람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는 것 그 자체가 좋았다. 888토토 아저씨가 러닝을 하고, 888토토 학생들이 하교하고, 888토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그런 풍경 속을 같이 걷고 있으니, 문득 나도 이 888토토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한참을 걷다보니 다리가 아파오면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보이는 어느 자그마한 절 앞에 걸터앉아 목을 축이고 다리를 쉬게 해줬다. 새벽까진 분명 한국의 우리 집에 있었는데,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이렇게 낯선 언어를 쓰는 낯선 곳에 앉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새삼 지금 순간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888토토. 다시 일어나서 또 걸었다. 그러다가 눌러두었던 피로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888토토. 딱히 목적지도 없고 이제 슬슬 다시 숙소로 돌아가 보기로 할까 하고는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아가는 길, 갑자기 눈 앞에 높게 솟은 커다란 탑이 나타났다. 으음, 피곤했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해 저기까지만 잠시 들렀다 가기로 888토토. 우리 눈에 들어왔던 탑은 계단이 아주 많은 절 안에 있어서, 탑을 보려면 일단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절 위로 올라가야만 888토토.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무슨 절인지 궁금한 마음이 더 컸으므로, 헥헥대며 계단을 오르고 올라 절 안으로 들어갔다.



절의 이름은 <혼몬지(本門寺). 계단을 올라와 보니 언덕 위에 자리를 잡은 사찰의 규모도 제법 큰 편이다. 정면으로 본당이 보이고, 멀리서 보였던 커다란 5층 목탑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묘지구역도 크게 마련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절은 가마쿠라 시대(1185~1333)에 활동했던 유명한 불교 승려 니치렌(日蓮)이 세운 니치렌종(日蓮宗)의 총본산이라고 한다. 도쿠가와(德川) 가문 묘역도 보였고, 그밖에도 이런저런 가문의 이름을 가진 묘역들이 늘어서 있다. 아마 다들 꽤 오래된 가문들인 모양이다. 역도산의 묘가 있다는 표지판도 보였다. 그렇게 혼몬지 여기저기를 888토토 삼아서 둘러보다가, 전망대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초 거대도시 서울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내 눈에는 보통의 도시 전경과 뭐 별로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몰 시각과 겹쳐서 꽤 근사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게다가 전망대가 산 옆에 붙은 건물의 옥상이기도 해서 엘리베이터까지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계단을 오르지 않았어도 되는 것이었다. 건물 이름은 구립 이케가미 회관(池上会館)이다.



이제 정말 숙소로 돌아갈 시각. 이케가미역까지 걸어가면서 예쁜 가게들도 보고, 888토토 상점가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비록 가고 싶었던 가마쿠라에는 결국 가지 못했지만, 무작정 걸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풍경들 덕분에 좋은 시간이었다.




- 혼몬지 (本門寺)

1 Chome-11-1 Ikegami, Ota City, Tokyo 146-008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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