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얼레터#457] 다시 찾아온 텐텐벳 순간들
25.02.24 스얼레터#457
여러분은 텐텐벳 시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지독한 야행성이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텐텐벳, 혼자 깨어 있는 그 시간은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주곤 했어요. 길면서도 짧고, 고요하면서도 풍부한 감각이 가득한 그 시간을 무척 좋아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텐텐벳과 멀어졌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늘 피곤했고, 더 시간이 흐르자 학업과 일을 병행하느라 어쩔 수 없이 텐텐벳을 활용해야 했어요. 그 후에는 육아와 학업을, 또 그다음에는 직장과 육아와 학업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텐텐벳은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시간’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학위를 마친 후, 저는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텐텐벳에 깨어있는 삶을 살지 않겠다!”
물론 이 다짐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어요. 요즘 다시 스멀스멀 텐텐벳을 보내기 시작했거든요..! 용도가 애매했던 방을 작은 아지트로 꾸미고, 난로까지 들여놓았더니 그곳에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약간의 웃풍이 느껴지는 방에서 난로를 틀고 앉아 있으면, 아주 오래전 내가 사랑했던 텐텐벳의 감각이 조용히 돌아옵니다.
다만 이제는 예전처럼 무작정 텐텐벳을 즐길 수는 없습니다.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하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적절한 바이오리듬을 유지해야 하는 대내외적인 책임도 있으니, 무작정 텐텐벳을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모두가 잠든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텐텐벳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처럼 텐텐벳을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이제는 그 시간을 조금 더 현명하게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요.
여러분은 요즘, 텐텐벳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 조금 철든 야행성 인간, 지영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