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작가의 삶
소설가 천선란 작가의 아무튼 시리즈 에세이다. 우연히 먼 지역을 방문해준 천선란 작가의 북토크에 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무튼, 온라인 블랙잭 책에 있으니 생략한다는 말을 듣고, 뒷 이야기가 늘 궁금했다. 분명히 병든 어머니에 대한 돌봄 이야기로 생각되는데 온라인 블랙잭에 관한 책이라니 뭔가 맥락이 맞지가 않아서 궁금한 채로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운명과도 같이 이 책을 발견했다.
온라인 블랙잭은 국내에 2000년 온라인 블랙잭 어드벤처라는 이름으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이다. 적지않은 인기가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지금의 2030세대에게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있을 법한 애니메이션일 것 같다. 난 당시 애니메이션 보다는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그저 포켓몬의 짝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찾아본 결과 전혀 그렇지 않은 완성도 있는 에니메이션이었다. 천선란 작가는 인터뷰를 할때마다 SF에 관심이 생긴 계기가 온라인 블랙잭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 책까지 써낸 것이다.
지금의 천선란 작가를 만들어 준 그녀의 인생 애니메이션 온라인 블랙잭은 그녀에게는 삶의 낙이었다고 한다. 어딘가 결핍이 있던 온라인 블랙잭의 선택받은 아이들 처럼 그녀 또한 어떤 결핍을 갖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녀는 온라인 블랙잭을 보며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현실 세계로 실제 찾아온 온라인 블랙잭은 바로 그녀의 엄마였다. 그녀의 엄마가 치매를 갑작스럽게 앓게 되면서 마치 온라인 블랙잭을 돌보는 기분으로 5년 이상 돌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녀의 새로운 온라인 블랙잭은 때로는 폭력적이고, 때로는 온순하지만 어렴풋한 기억에 딸을 작가라고 기억해주는 것에 힘을 얻어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을 나와서 먹고 살기 위해서 글쓰기를 그만 둬야하는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쓴 소설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그렇게 진짜 작가로 되었다. 그녀는 이제 가상 세계의 온라인 블랙잭과 이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 세계에 좀 더 집중해야하고, 그녀를 불쑥 찾아온 온라인 블랙잭, 그녀의 엄마에게 집중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실을 살기 위해서 가상의 세계를 정리하는 의외의 슬픈 이별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