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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바기 Apr 21. 2025

감기 걸린 아귀카지노

현명한 아귀카지노로 살아남기

감기 걸린 아귀카지노

박정섭그림책/ 사계절/ 2016



아이들이 어릴 적 수족관에 가면 커다란 구를 연상시키듯 무리지어 다니는 정어리 떼와 상어를 볼 수 있었다. 무리 안의 정어리 한 마리 한 마리는 작고 나약해 상어와 대적할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무리를 이룬 정어리는 큰 상어조차도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작은 정어리들은 이렇게 무리 속에서 서식지를 이동하기도 하고 바닷 속을 여행하기도 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바닷 속 동물들을 좋아했던 우리 집 아이들에게 수족관 속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림책 <감기 걸린 아귀카지노를 보고 처음엔 너무 반가웠다. 수족관에서 보았던 상어는 아니지만 크고 힘이 셀 것만 같고 욕심쟁이 같은 심해아귀와 정어리떼를 연상하는 작은 물고기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책 속 이야기들은 어른인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한번 읽을 땐 친숙함으로 두 번째 읽었을 땐 물고기들의 표정이나 그림들이 너무 웃기다는 느낌을, 그리고 세 번 네 번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한번쯤 학교 교실의 아이들과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조심스럽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주어야 할까 라는 우려와 걱정 때문이었다.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이 앞섰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고를 때 다소 어려운 이야기나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들도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 노출하길 선호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만 들어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괜한 의심과 불안을 일으킬까 걱정되기도 했었다. 단체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선정할 때는 좀 더 많은 고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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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깔의 다양한 표정을 한 물고기들이 한 가득인 표지를 넘기고 첫 페이지, 깜깜한 바닷 속 심해 아귀 한 마리가 빨간 물고기 한 마리를 노려보다가 쫓아간다. “이놈! 거기서랏!” 하지만 빨간 물고기는 물고기이지만 땀이 날 정도로 도망쳐 큰 물고기 무리에 들어오고 아귀는 물고기 형상을 한 물고기 무리를 뒤로 한 채 심통 한가득인 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고민한다. “아이고 배고파! 어떻게 하면 저것들을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지? 옳지! 그 방법이 있었지. 히히..”커다란 무리속에서 안락함을 느끼며 지내고 있을 작은 물고기들을 잘~먹을 수 있는 방법, 무엇일까?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그냥 고래처럼 한번에 아~~하고 먹으면 안되요?”라고 답하기에 “그런 방법도 있지만 이 심해아귀는 어떻게 잘 먹는지 보자” 하며 이어갔다. 커다란 무리 안에 검정색, 회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물고기들이 뒤섞인 평온함 뒤로 작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얘들아~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감기걸리면 열이 펄펄 나잖아 그래서 빨간거야! 그런 것도 몰랐어?” 한 페이지 가득 채운 빨간색이 더 위화감을 준다. “근데 감기가 뭐야? 물고기가 무슨 감기에 걸려~ 말도 안돼~ 이게 무슨 소리야!”웅성웅성 심란해진 물고기 무리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몹시 빨개, 어쩐지 빨간게 기분이 안좋더라고, 당장 내쫓지 않고 뭐하는 거야! 우리 가족이 위험해지겠어~, 우리한테 옮을지도 몰라 같은 색끼리 뭉치자!”그렇게 빨간 물고기들은 무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아니야....우리 감기 안 걸렸어. 원래부터 빨간색이었어!!”라고 외치지만 들리지 않는 메아리가 되고 만다. 왼쪽의 쫓겨난 빨간 물고기들 무리와 전체 빨간색 옆면이 왠지 더 억울함을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쉼 없이 이야기하는 듯 물방울도 유난히 더 많게 느껴진다. 그리고 무리에서 이탈해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빨간 물고기는 아~하고 기다리는 아귀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눈감고 물고기를 반기는 아귀가 너무나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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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물고기가 나가고 좀 더 작아진 물고기 무리에 또 작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얘들아~ 노란물고기도 감기에 걸렸대~그새 옮았다는구나~” “무슨소리야. 또 감기라고?”“감기걸리면 노란 콧물이 나오잖아 그래서 노란거야! 그런것도 몰랐어? 이 친구들 큰일나겠군!” 전체 노란색 양면이 노란 콧물을 연상시키며 아주 그럴싸한 논리로 노란 물고기들을 분리한다. 이렇게 무리에서 이탈한 노란 물고기를 아주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입 벌리고 먹고 있는 아귀를 본 반의 아이들은 “아니!”“아~~”이런 탄성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감기에 걸려서 파랗게 질린 파란 물고기도 아귀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남은 검정물고기와 회색물고기.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검정물고기가 이야기한다. “소문은 누가 내는 거지? 믿어도 되는 거야? 이상하지 않아? 진짜 감기에 걸린 걸까? 감기 걸린 아귀카지노 본적 있어?” 일어나는 현상에 의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이미 회색과 검정색 두 무리의 물고기만 남았고 그들의 논쟁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너무 늦은 걸까. 처음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아진 무리의 규모, 한입에 먹기 딱 좋은 규모가 되어버렸다. “덥석!” 회색과 검정물고기를 꿀꺽! 과식인 듯 하지만 흡족한 아귀와 아귀의 뱃속에서 만난 다양한 색의 물고기들. “우리 이대로 죽는거야?”“헛소문에 당하다니!”“내가 이상하다고 했잖아”“우리 다 속은 거야?”“우리가 왜 그랬지?”후회해 보지만 현실은 아귀의 뱃속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다시 만난 아귀와 물고기 무리들. 다부진 표정의 물고기 무리형상이 다시는 당하지 않으리라 말해주는 듯하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아귀라는 커다란 악당에 속아 넘어가는 물고기들에 집중되는 듯 했다. “물고기들이 답답해요!!” “ 그런 소문을 믿으면 어떻해요~~” “바른 말하는 친구 얘기를 들어~~” 등등 아침부터 고구마 열 개 먹은 답답함을 호소한 책이었다. 언뜻 보면 아귀에게 먹히는 멍청한 물고기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은 아귀 즉 아이들 입장에서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접근이었다. 아픈 역사 속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이 그러했고,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에서도 지역주의를 유도해 정치에 악용한 일들이 그러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역사나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서 이익을 위해 이간질하고 내부갈등을 유발해 우리의 결정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또 특정한 상황에 사람들이 혹하는 정보들을 악용하기도 한다. 특히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 요즘엔 정보를 접하는 우리들의 판별력이 더 중요해짐을 느낀다. 왜곡된 정보,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과장된 정보로 구독자들을 유혹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그릇되고 과장된 정보는 없는지,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정보인지를 알아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많아진 정보 속에서 진짜 정보를 찾아야한다니 아이러니 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이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작은 물고기들이 의심이 들었던 것처럼 누가 이런 소문을 내는지, 이상하지 않은지, 믿어도 되는 건지 등등을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소문”이라는 것에 대해서 “누가 ~~하대”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얘기 나누며 마무리 하였다. 그 다음주 또 그다음주 <그 소문 들었어? <어둠을 금지한 임금님 <사자와 세 마리 물소도 함께 읽으며 한 동안 이야기 나누었던 주제였다. 4학년에겐 쉽지 않았을 이야기지만 책읽어주시는 어머니가 재미있는 그림책을 통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거리를 주는 것도 아이들에겐 또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세상 사는 이야기를 접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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