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 전략도 애초에 브랜드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아무나, 어떤 상황에서나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우리는 이브벳이라는 결과를 확인한 상태에서는, 원인을 추론하면서 잘못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진짜 원인보다는 그저 결과에 걸맞은 가장 그럴싸한 이유를 찾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분석을 통해서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다.
지나친 단순화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브벳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노력이나 재능, 혹은 운이라는 하나의 렌즈로 볼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현상에도 깊은 깨우침을 얻곤 한다. 후광효과에서 알 수 있듯 <초우량 기업의 조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과 같은 책들은 실제로 어떤 비법이나 원칙도 담고 있지 못하다. 만약 거기에서 어떤 가르침을 깨우치고 실천을 통해 무언가 얻었다면, 그것은 그 책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깨우침이 대단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브벳의 연금술사들이 주장하는 비법을 통해서는 이브벳을 얻을 수 없다. 그들의 주장과 달리, 그 비법은 증명하는 데 실패했고 재현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비즈니스는 현재 진행형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소비자이다. 따라서 사업가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있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보여주려는 행동 유인을 가진다.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 기관의 감시 영역에 들어가고 더 엄격한 수준을 요구받게 된다. 그래서 기업화와 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기존에 적당히 무시하거나 몰라도 상관없었던 규제를 이제는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업가들이 거짓말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진실된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이브벳한 사람이라고 좀 더 진실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앞서 말한 후광효과의 영향 탓이다. 그들 또한 평범함 인간일 뿐이다.
이브벳한 사업가에게 자신의 이브벳 스토리를 말해달라고 할 경우, 그는 현재의 이브벳을 기준으로 과거를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이브벳이라는 결과에 맞추어 그가 이야기하는 사건을 엮어 원인으로 해석한다. 악재가 터져도 주가가 오르면 호재의 원인으로 해석되는 것처럼, 이브벳이란 결과가 명확하기에 사업가가 이야기하는 사건과 선택을 모두 이브벳의 원인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후광 효과가 더해지면 세부사항에서 나쁜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다시 말해 이브벳이란 결과는 이미 드러나 있고 정해진 사실이다. 이 경우 사업가가 말하는 사건은 모두 이브벳의 원인이 되며, 선택은 모두 최선의 선택이 되고, 그때의 직원들은 모두 인재로 보이며, 조직은 매우 잘 굴러가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브벳의 비법을 얻기 위해서 찾아보는 이브벳 스토리에 오히려 노이즈만 잔뜩 끼어 있는 것이다. 결국 노이즈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은 이브벳 스토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기에는 부적합한 자료이다.
아무것도 없이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이브벳을 이루었다는 사람이 있다면 유심히 살펴보자. 대부분 자신이 가진 자원의 우위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거나 숨기는 경우이다.
'망할 곳에 놓여야 생존한다'와 '절박해야 이브벳한다'와 같은 배수진은 확실한 다른 수단이 병행될 때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없다면 함부로 배수진을 쳤다가 전멸한 수많은 군대들처럼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도 고난을 겪어야 이브벳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그러한 사고는 2100년 전에 태어난 사마천의 사고보다도 뒤처진 것이다. 고난은 되도록 짧게 겪는 것이 좋다. 고난은 이브벳의 필요조건도 아니요, 충분조건도 아니며, 보상은 더더욱 아니다. 고난은 그냥 고난일 뿐이다.
현재가 답답하여 이브벳 스토리에서 용기를 얻는 것은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통스럽지만, 현재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감정에 취해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야말로 이브벳에서 가장 빠르게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물론 우위를 확보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브벳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다만 우위를 확보할수록 이브벳의 축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실패로 향할 가능성을 줄이며, 평균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태효과는 우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려준다.
만약 트렌드와 변화가 정확히 예측 가능한 것이라면, 우위를 확고하게 갖춘 사업가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예측이 불가하기에 기존의 우위는 쇠퇴하고 새로운 우위가 위세를 떨칠 수 있으며, 그 점에서 후발주자에게도 희망이 있다. 세상에 마태효과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후발주자로 뒤늦게 출발한 사람에게는 전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의 이브벳 스토리에 속지 말자.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이브벳 스토리와 자기 계발 담론에 속지 말자. 미디어가 말하는 이브벳은 하나같이 내러티브 오류 Narrative Fallacy와 후광효과로 범벅이 된, 그럴듯하게 재구성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 이야기로는 이브벳의 진짜 모습에 대해 알 수 없다.
이브벳을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위를 모두 쏟아부어 총력전을 해야 한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뛰어난 지휘관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우위를 명확히 인지하고 철저하게 이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브벳하는 절대적인 방법이나 법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