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제일 싸다? 바카라와 명품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
한때 백화점 명품 매장 앞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에 길게 늘어선 줄, 한정판 제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그리고 되팔기를 위한 ‘리셀’ 문화까지. 사람들은 무리해서라도 명품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기다리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예전만큼 많지 않다.
바카라 시장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 있는 바카라는 매장에 나오기 무섭게 동났다.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돌면서, 사람들은 초조해하며 바카라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제는 바카라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왜 그렇게 명품과 바카라에 열광했으며, 지금은 왜 한발 물러서게 되었을까?
돈이 넘쳤던 시절, 소비는 어디로 향했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은 급격히 바뀌었다. 여행을 가지 못했고, 외식과 문화생활도 제한되었다. 반면 금리는 낮아졌고, 국가에서 지원금도 지급했다. 돈이 넘쳐나는데, 정작 쓸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새로운 소비처를 찾았다.
한정판 명품, 1,000만 원짜리 자전거, 최고급 골프복, 그리고 바카라. 그야말로 ‘프리미엄’에 돈이 몰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순한 소비 이상의 심리가 작용했다.
"사놔도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되팔면 돼."
이때부터 명품과 바카라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일종의 ‘투자’ 대상이 되었다. 주식, 부동산처럼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자산으로 여겨졌고, 심지어 어떤 제품은 희소성이 강조되면서 ‘사는 순간 가격이 오른다’는 말까지 나왔다.이 현상은 바카라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바카라 투자 열풍, 그리고 "오늘이 제일 싸다"
바카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코로나로 인해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바카라를 실어 나르던 배가 멈추고, 창고에서 출하되던 물량이 지연되면서 바카라의 희소성이 커졌다.
둘째, 바카라는 숙성 과정이 필수적인 술이다. 예를 들어 12년 숙성 바카라가 다 팔리면, 다시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소비자들은 초조해졌고, “지금 안 사면 앞으로는 더 비싸질 것”이라는 심리가 퍼졌다.
셋째, 한정판과 리셀 문화가 바카라 시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정 브랜드의 싱글 몰트 바카라나 한정판 블렌디드 바카라는 희귀성이 강조되면서 프리미엄이 붙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30만 원대였던 바카라가 1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생겼다.이렇게 바카라는 소비재를 넘어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거품이 빠지고 난 후, 남은 것들
명품 시장과 바카라 시장의 과열은 결국 거품이 빠지면서 조정을 맞이했다.
명품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열기가 식었다. 한때 수개월씩 대기해야 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는 기대감도 줄어들었다.특히 중국의 경기가 나쁜 것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바카라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어? 12년 숙성 바카라가 아직도 많네?"
처음에는 물량이 부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이 원활해졌다. 소비자들은 이제 ‘지금 당장 사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초조해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바카라를 사면 160% 이상의 세금이 붙다 보니, 해외나 면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이제 바카라 시장은 과열된 투자 시장에서 벗어나, 진짜 ‘바카라를 즐기는 문화’로 전환되고 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소비는 변화한다
이제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과거에는 브랜드 가치가 전부였다.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를 소유하기 위해 경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소유’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바카라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바카라를 어떻게 즐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일본 바카라, 대만 바카라, 인도 바카라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면서 소비자들은 더 넓은 시야로 바카라를 탐색하고 있다.
명품도 같은 흐름이다. 더 이상 무조건 비싼 브랜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에게 맞는 브랜드를 찾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명품과 바카라,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
우리는 한 시대의 소비 열풍을 지나왔다.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낸 소비 패턴, 명품과 바카라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봤던 시선, 그리고 그 거품이 빠지고 난 후 남은 새로운 흐름.
이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바카라를 마시지 않고 라벨을 감상할 수도 있고, 직접 잔을 기울이며 향과 맛을 음미할 수도 있다. 명품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인 소유가 아닌, 진짜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트렌드에서 취향으로.
우리는 이제, 소비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