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1조(TOP10슬롯, 통지의 효과) ①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TOP10슬롯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를 소멸하게 하기 위하여 양도인에게 급여한 것이 있으면 이를 회수할 수 있고 양도인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가 있으면 그 성립되지 아니함을 주장할 수 있다.
②양도인이 양도TOP10슬롯만을 한 때에는 채무자는 그 TOP10슬롯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제451조는 TOP10슬롯이나 통지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을 보겠습니다. 제1항은 'TOP10슬롯'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특이한 표현이 있습니다.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TOP10슬롯을 한 경우,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건데요,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가 어제 '승낙'의 의미를 공부할 때, 이것이 채무자가 채권자가 한 행위를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승낙은 어디까지나 채무자의 입장에서 이러이러한 채권양도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히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의미의 승낙은 2개로 나누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채무자가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한 승낙이 있고, 다른 하나는 채무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승낙이 있을 것입니다.
즉, 제451조제1항에서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라고 한 표현은 '이의를 달지 않고'(또는 제기하지 않고) 승낙을 하였다는 말입니다. 보류라는 말이좀 이상한지라, 이 표현은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20대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22740)은 "이의를 달지 않고"라는 표현으로 바꾸고 있지요.
어쨌거나 이의를 달지 않고 채무자가 승낙을 한 경우, 채무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를 들어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왜냐,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항변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양도인(예전 채권자)에게 원래 상계할 수 있는 채권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채권양도를 승낙하였다면, 나중에 상계할 채권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양수인(새로운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이러한 항변사유에는 상계 외에도 변제, 경개, 면제, 공탁, 무효나 취소의 사유, 동시이행의 항변, 소멸시효의 완성 등 다양한 사유가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 왜 이런 규정을 둔 걸까요? 이에 대해서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대하여 항변사유를 제한한 취지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이루어진 경우 양수인은 양수한 채권에 아무런 항변권도 부착되지 아니한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고 채권양도나 질권설정과 같은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채권의 양도나 질권의 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더라도 양수인 또는 질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 채무자의 승낙 당시까지 양도인 또는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도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3887 판결). 즉, 별다른 항변권이 없을 거라고 믿은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거지요. 물론 이러한 판례의 논리에 따르면, 양수인이 악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예를 들어 그러한 항변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채무자는 여전히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겁니다.
제1항 단서를 봅시다. 채무자가 채무를 소멸하게 하기 위하여 양도인에게 급여한 것이 있으면 이를 회수할 수 있고, 양도인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가 있으면 그 성립되지 아니함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부자가 철수에게 1억원의 금전채권을 갖고 있는데, 그 채권을 영희에게 팔았다고 해봅시다. 이 과정에서 철수(채무자)는 채권양도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에 이의를 딱히 제기하지 않고 승낙을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는 이미 나부자에게 5천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아무리 철수가 이의를 딱히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수가 나부자에게 준 5천만원까지 나부자가 그냥 꿀꺽하는 것은 양심적으로 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제451조제1항 단서에서는 이러한 이익의 문제를 조정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이미 양도인에게 넘겨준 것이 있으면 그것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경개 등으로 새로운 채무를 진 것이 있으면 그 새로운 채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TOP10슬롯을 한 채무자를 어느 정도 보호하기 위한 조문이라고 해야겠죠.
제2항을 봅시다. 제2항은 'TOP10슬롯'에 관한 규정입니다.양도인이 양도통지만을 한 경우라면, 채무자는 그 통지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부자가 철수에게 가진 1억원의 금전채권을 영희에게 팔았다고 합시다. 나부자는 철수(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했고, 철수는 딱히 승낙이나 이런 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양도된 1억원의 채권에 원래 존재하던 항변의 사유는 그대로 채권과 함께 영희(양수인)에게 따라갑니다. 철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나부자(채권자)가 채권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의 항변 사유가 소멸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채무자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는 어디까지나 통지를 받기 전까지 발생한 사유여야 하고, 통지를 받은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양수인의 입장도 어느 정도 지켜 줘야 하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제450조를 공부할 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양도에서 양도통지 후에 발생한 계약 연장을 가지고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예시로 보았던 적 있습니다. 제451조제2항을 놓고 그 사례를 다시 살펴보시면, 훨씬 이해가 잘 가실 것입니다.
오늘은 이의를 달지 않은 승낙과 통지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만약에 이의를 달고 한 승낙이라면 그 효과는 어떻게 될까요? 그러니까 채무자가, "채권자 네가 채권을 양도한 사실은 잘 알겠어. 내가 지금 민법 제450조에 따른 승낙을 하기는 하는데, 잊지는 마. 내가 너에게 상계할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제451조제1항은 이의를 제기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해석상 그 효과는 통지에서와 같은 것이라고 학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TOP10슬롯이 있기 전까지의 사유로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오늘은 TOP10슬롯과 통지의 효과를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양도의 통지와 금반언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