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포함
시즌 1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그렸다면, 시즌 2는 민주주의의 폐해를 지적한다. 시즌 1이 게임에 집중했다면, 시즌 2는 투표에 치중한다. 모든 게임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장치인 투표에 의해서 진행 유무가 결정된다. 핑크 솔져는 게임을 진행하고 멈추는 건 모두 참가자들의 선택과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MZ코인의 논리처럼)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다.
저마다의 사연과 목적으로 모인 참가자들은 투표를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원탑토토을 더 원하는 참가자들은 파란색 O를, 멈추고 싶은 참가자들은 빨간색 X 딱지를 옷에 붙인다. 시즌 1과 달리 O/X 딱지를 몸에 붙이는 건 피아 구분 때문이다. 일명 ‘갈라치기’다. 매회 빨간색은 소수에 속하고 원탑토토은 재개된다. X를 빨간색으로 한 건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빨갱이’에 대한 비유로 보인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으로도 해석할 수 있갰다. O 참가자들이 X 참가자들을 무시하고 겁박하는 것을 핑크 솔져들은 방치한다. 투표라는 시스템 외에 누가 죽건 죽이건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과 전쟁을 부추긴다. 그렇게 시스템은 더욱 견고해진다.
성기훈(이정재 역)은 게임을 이길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참가자들을 모두 구할 수도 없다는 걸 마침내 인정한다. 게임을 이길 수 없다면 게임의 판을 뒤엎어야 한다. O와 X끼리 싸우는 것에서 벗어나, 성기훈은 시스템의 전복을 꾀한다. 총칼 하나 없는 참가자들이 군인들을 대상으로 싸워야 한다는 건 무리다. 한국 사회 특성 상, 참가자 특성/설정 상 군필 경우가 많지만 훈련과 전투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X 참가자들은 묘수를 써서 핑크 솔져들의 무기를 탈취하고 본진을 향해 공격해간다. 해당 전투는 마치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시민군이 계엄군과 대치하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사회의 시스템을 조정하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며 민주주의를 망쳐놓았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이로써 오징어원탑토토 2는 시즌 1과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성기훈의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논리는 빈약하다. 특히 핑크 솔져의 무기 탈취 과정에서 소수가 죽더라도 다수를 살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윤리적으로 과연 옳은 것일까. 핑크 솔져들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1화에서 성기훈과 양복남(공유 역)은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며, 서로의 역린을 긁는다. ‘너도 똑같은 쓰레기임을 인정해라.’ ‘너는 그들의 개라는 걸 인정해라.’ 목숨을 걸고 하는 내기 앞에서 그들은 자신이 ‘쓰레기’가 아니고 ‘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낸다. 분명 1화에서의 성기훈은 ‘쓰레기’가 아니었다.
시즌 2에서 성기훈의 욕망은 3번 변화한다. 성기훈의 최초 욕망은 공권력과 용병 투입으로 원탑토토을 무력 중단시키는 것이었다. 전략이 들통나고 무장 해제된 이후, 성기훈의 욕망은 참가자들을 구하는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 역시 원탑토토 자체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실패한다. 투표를 통해 참가자들을 설득해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성기훈은 참가자들과 함께 내부의 저항을 통해 원탑토토을 엎어버리려 한다. 외세의 개입과 내부의 권력 쟁취가 아닌 시민의 혁명을 도모한 것이다. X 참가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의 서사적 이음새가 헐거웠으나, 방향은 옳아 보였다.
다만 성기훈은 혁명엔 피가 필요하다며,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한다. 1화에서 ‘쓰레기’가 아니었음을 증명해낸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어쩌면 그는 변화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정도 인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론트맨과 핑크 솔져를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했던 건 참가자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다. 이번엔 원탑토토이 아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였다. 소수가 희생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성기훈의 발언을 들으며, 오영일(이병헌 역)의 표정이 일그러진 건, ‘쓰레기’가 아닌 줄 알았던 성기훈의 수준을 비로서 알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시즌 1에서도, 2에서도 성기훈은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오영일처럼 악당도 아니다. 천국도 지옥도 그에겐 애매하다. 다만 그는 극악한 자본주의와 무도한 민주주의 앞에서,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계가 있었다면 그것은 다음 세대가 풀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시즌 3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 시즌 2의 한계이기도 하다)
시즌 3에선 이명기(임시완 역), 김준희(조유리 역), 강대호(강하늘 역) 등 MZ 세대의 활약이 기대되는 건 과한 억측일까. 전투에 참여한 4050과 달리, 2030들은 어떤 방식으로 핑크 솔져와 시스템에 맞설지 궁금하다. 응원봉처럼 상상도 못한 새로운 저항을 기대원탑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