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카지노는 내 뜻대로 자라지 않지만
급기야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안나, 눈보라를 뚫고 FM카지노를 찾아 나선 용감하고 지혜로운 공주 안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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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겨울왕국에 푹 빠진 것은 지난해 가을, 동생이 태어날 때쯤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들은 '렛 잇 고'에 홀린 모양이었다. 유후뤠카! 두 아이를 우애 깊은 자매로 키우고 싶은 내게 <겨울왕국은 구세주로 다가왔다. 엘사와 안나라면 진정한 자매애를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랬다. '엘사와 안FM카지노 서로 깊이 아끼고 사랑했어.' 아이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생을 안아주기도 여러 번. 말을 안 듣다가도 "엘사는 이러지 않아"라는 말 한마디면 해결됐다. FM카지노 아이의 모든 물건을 엘사가 뿌린 눈(=돈)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모자, 가방, 옷, 장난감... 목록은 끝이 없었다. 디즈니는 부활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미장에 들어갈 때다. XX생건으로 폭싹 속아버린 나의 잔고는 회복하겠지. 꿈은 부풀었다.
어느 날. 기겁할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엘사 인형으로 안나 인형을 힘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인형의 고개는 뒤로 돌아가고 관절은 꺾였다. 안나는 좀비가 되었다. 혼내도 소용 없었다. 엘사에게 심취한 메소드 연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지나가며 동생을 툭, 치는 것은 루틴이 됐다. '으앵' 울면 소리를 질렀다. <FM카지노는 동생만 예뻐해라는 책도 읽어줬지만, 교훈 따위 내다 버리고 "원래 FM카지노 품은 내꺼였는데"라는 대사만 주기도문처럼 외웠다. 동생에 대한 미움은 안나에게로 폭발해, 급기야 인형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말았던 것이다. 역시 미장과는 인연이 없구나. 시진핑의 방한을 기다리며 XX생건의 회생을 꿈꿔야 하는 것인가, 물타기 하려면 최소 얼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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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지켜보며 오래전 막냇동생과의 일을 떠올렸다. 열 살도 더 어린 막내에 대한 나의 사랑은 각별해서, FM카지노 막내가 어렸을 때부터 생일 선물로 책을 사주고는 했다. 그리하여 막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책이 되었다. 왠지 아이들을 기르며 이런 과정을 반복하게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 내 기준의 옳고 좋은 것을 주려 하겠지만, 아이들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벌써 그렇다. 만 3세 우리집 엘사는 다양한 음식을 맛봤음에도 편식이 심하다. 양보를 가르쳤지만 고집이 끝내준다. FM카지노 날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머리를 쥐어뜯는다. 아이가 클수록 고민은 더 깊어지겠지. 사춘기는 생각도 하기 싫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사실은 있다. 뭘 어떻게 해도 FM카지노가 내 뜻대로 하지 않을 게 확실하다면, 최선을 다해 키운다는 전제하에, FM카지노가 자라며 겪을 많은 일에 대해 내가 일일이 내 탓을 할 필요도 없을 거란 점이다.
이렇게 위안하는 내게 드라마 <스파이가 된 남자의 한 장면이 용기를 주었다. 내 인생 드라마 <굿 플레이스를 만든 마이클 슈어의 신작인데, 은퇴한 교수 찰스(테드 댄슨)가 실버타운에 스파이로 잠입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반부는 좀 지루하지만, 갈수록 재미있다.
어느 날 찰스에게 딸이 푸념을 늘어놓는다. 사춘기 아들 셋이 죄다 엉망진창이라 모든 것이 제 탓 같다는 죄책감이다. 찰스가 말한다.
"넌 열네 살 때 다리미판으로 고데기 하려고 했지. 열일곱 때 기억나니. 밤에 몰래 나가려다 경보 울린 거. 에밀리, 부모란 원래 자기 결정에 의구심을 갖게 돼 있어. 피할 길이 없지. 그런데 어떤 FM카지노 높겠니? 그렇게 똑똑하고 다정한 너와 남편이 인생을 갈아 넣어 애들을 키웠지만 둘 다 실패했을 확률? 10대 애들은 원래 멍청하니까 애들이 멍청한 짓을 했을 확률? 가장 단순한 답이 정답이야."
완벽한 위로였다. FM카지노, 우리는 괜찮은 부모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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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들이 기억하는 소중함은 책 선물 따위가 아니었다. 맛집에 가면 꼭 맛있는 음식을 포장해서 가져온 것, 급할 때 용돈을 찔러준 것. 뭐, 그런 것들이었다. 훗날 내 아이들도 그렇겠지. <겨울왕국을 읽으며 '엘사와 안나처럼 잘 지내야 해'라고 말해준 교육의 시간보다, 내복 대신 엘사 드레스를 입고 함께 뒹굴며 웃었던 순간의 간지러움을 기억할 것 같다.
FM카지노는 부모의 뜻대로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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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카지노는 알아서, 제 방식대로 삶을 배우고 잘 커나갈 거다. 그렇게 믿으려 한다.
그리고 동생이 쓰라고 해서 쓰는 것은 절대 아닌데, 회사원이 된 막내는 어느 날부터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준 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