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이야기 꺼내기를 꺼리던 사람이었다.
깊은 속내든, 취미든, 어떤 것이든.
누군가 "홀덤 뭐 하고 지내니?"라고 물으면,
"딱히, 뭐… 특별한 건 없어."
간결하고 무미건조한 대답이 내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홀덤은 사뭇 달라졌다.
밀가루와 베이킹 틀을 사들이고, 심지어 발효기까지 장만해놓고 당당히 말한다.
"홀덤 베이킹에 완전 빠져있어."
홀덤은 순수했다. '건강한 빵을 만들어보자'는 소박한 꿈.그래서 무려 해외 직구로 호밀가루를 샀고,
레시피를 꼼꼼히 뒤져보고, 정성을 다해 반죽을 빚었다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오븐에서 나온 건 빵이 아닌, 떡이었다. ‘호밀빵’을 만들었는데,‘호밀떡‘이 태어났다.
밀가루의 반란인지, 내 요리 실력의 역습인지 쫄깃하고 묵직한 괴물 같은 무언가가 탄생했고, 다음 날 아침엔 그 괴물이 진화 했다.
돌로 변해 있었다. 더 시커먼 옷을 입고 도끼 옆에 두면무기로 오인할 만큼 단단한 무기를 제조했다.
이런 실험(?)을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면, 우리 집 뒷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숲은 깊고 울창해서,
계절의 변화를 마치 5D로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봄비가 조용히 내리는 날, 젖은 흙 위로 살며시 고개 내미는 새순들이 봄의 홀덤을 고요하게 속삭인다.
그렇게 조용하고 소박게
홀덤, 나는 이런 것들을 마주한다. 떡이 된 빵도,
무기로 변한 내 열정도, 뒷 산의 고요한 속삭임도.
그러니까, 홀덤의 나는 조금 이상하긴 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