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난 지 11년이 지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났다. 3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대다수가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한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던 이 사고는 안전에 대한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4월 16일이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된 것도 세월호 사고 때문이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원인을 놓고 참으로 오랜동안 조사가 이루어졌다. 어디 원인이 단순하겠나.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해 참사가 빚어졌을 것이다. 배가 증개축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설, 화물을 과적했다는 설, 화물 적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설, 불필요한 급변침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 별별 원인이 다 제기됐다. 여하튼 어느 한두 가지만 원인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지노카지노이란 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노카지노이란 말은 세월호 사고 전에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서 부쩍 지노카지노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됐다. 화물을 단단히 고정하는 것을 지노카지노이라 하는데 사고 원인 중에 지노카지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들기도 했던 것이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 후에 지노카지노이란 말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지노카지노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았다. 그러나지노카지노은 없었다. 우리말샘에서 찾아보았다. 거기에는지노카지노은 없고지노카지노장치가 있었다.지노카지노장치가 있다면 당연히지노카지노도 있어야 마땅한데지노카지노장치만 있고지노카지노이 없으니 당황스럽다.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다. 固縛이 일본어, 중국어에도 쓰이는 말이냐고. 인공지능이 답하기를 일본어에서는 쓰이는데 중국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지노카지노(固縛)은 일본어에서 온 단어로 보인다.
어쨌거나 지노카지노은 세월호 침몰 사고 후 급속도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1년에 2, 30건 정도에 불과했던 지노카지노의 사용 빈도가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에 갑자기 1,400여 회나 된 데서 알 수 있다. 지노카지노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단어였던 것이다. 고정, 속박등 뜻이 비슷한 다른 어떤 말도 지노카지노을 대신하기 어려웠다.
화물트럭이든, 비행기든, 배든 화물 적재를 단단히 잘해야 한다. 특히 비행기에서 화물 적재는 대단히 중요하단다. 무게가 골고루 분산될 수 있도록 실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최선의 적재 방식을 찾아낸단다. 배라고 다르겠는가. 더구나 출렁이는 파도 속에 항해해야 하는 배는 화물을 단단하게 잘 묶는 일이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그게 지노카지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1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국어사전에 지노카지노이 오르지 않음은 뜻밖이고 유감스럽다. 이해하기 어렵다. 사전의 어휘 관리가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번히 쓰이고 있는 말인데 사전이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전 편찬자들의 각성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