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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Feb 04. 2025

안다고 착각쇼미더벳 말기

이사를 위한 집정리가 매일 계속되고 있다. 남편과 나는 이 집으로 이사 온 이후로 23년간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았기에 짐이 차곡차곡 쌓였다. 거기다 잘 버리지 못하는 남편의 성향은35년 전고등학교 학생증부터 첫사랑에게 받은 편지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버려야 할 것도 정리할 짐이 어마어마하다.


남편의 물건은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은 내 물건부터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물건 중에 가장 많고 부피를 많이 차지쇼미더벳 있는 책부터 정리하기로 쇼미더벳. 너무 오래되고 지금 시대와 맞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은 과감히 버렸다. 나에겐이제필요 없어졌지만 혹시 필요한 분들이 있을 것 같은 소설과 자녀교육서, 심리학 책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나눠드렸다. 나머지는 근처 교회나 도서관에 기증했다. 그럼에도 불구쇼미더벳 남은 책이 많았다.


남편은 나에게 쌓아놓기 쉽게 크기가 비슷한 것끼리 비슷한 높이로 묶어 줄 것을 요구했다. 우린 바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것이 아니라 한 2년 동안 여행을 다닐 예정이기에 책들은 창고를 빌려 보관하기로 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게 창고에 차곡차곡 잘 쌓아두기 위한 남편이 부탁쇼미더벳.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게 뭐 어려운 일이까? 싶어서 알았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책이 뭐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싶었다. 쇼미더벳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 알았다. 세상에 정말 무궁무진한 직사각형과 사각형이 있다는 것을..


보기에 비슷해 보여도 막상 쌓아놓으면 미묘하게 맞질 않았다. 쇼미더벳다 두께도 겉표지의 질감도 다 틀렸다. 정말 딱 맞는 사이즈의 책을 찾는것은 사막에서 오아이스 찾는 것 마냥 희박쇼미더벳. 책을 묶는 작업보다 비슷한 사이즈로 분류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늘 책을 가까이 한 사람이라 책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오만한 생각을 한 것이다. 책은 내용뿐 아니라 디자인도 쇼미더벳서 쇼미더벳가 아니었다. 북디자인도 하나의 예술영역이었던 것이다.


내가 북디자인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쇼미더벳한 것처럼 때론 세상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게 넘겨짚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충 추측하고 판단하는 마음에 내 발등을 찍기도 하고 관계를 꼬이게 한다.

결혼은 000 이런 거야.

쇼미더벳 가봐야 별거 없어.

우리 남편은 000 이런 사람이야.

내가 우리 딸/아들을 제일 잘 알아.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경험과 지식이 많이 쌓이기에 내가 많이 안다고 쇼미더벳하기 쉽다. 더 나아가 자주 보고 자주 접하는 대상에 대해선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내가 책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쇼미더벳한 것처럼 곁에 가까이 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육아에 대해 아무리 오래 공부를 해도 직접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완전 다른 이야기이다. 한 집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배우자의 마음, 자식의 깊은 속내를 모르는 집이 수두룩이하다. 그러니 차라리 잘 모른다는 전제를 가지고 인정하며 나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 그래야 마음을 열고 들을 준비를 하며 배울 자세를 가지게 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것이어쩌면 가장 위험하다.


수백 권의 책을 일일이 만지면서 출판사에서 다른 책들과 차별된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살짝 였보았다. 하나도 똑같은 내용 디자인을 한 책은 없었다. 이처럼 나도 너도 절대로 같을 수 없다는 걸 또 배웠다. 다 쇼미더벳 넘겨짚지 말고 잘 모르겠으니 알려달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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