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린 돌더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풀빠따을 다녀오면 바로바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 매 순간의 서레임과 매혹, 감동 같은 것들은 7,8년이 지나고 나면 흐릿해진다. 2019년 2월, 술공부하던 가양주연구소에서 캄보디아로 술 풀빠따을 떠난다고 공지가 왔다.
다들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풀빠따 많이 가지만, 일단 내가 더운 곳은 질색일뿐더러, 향신료를 지극히 싫어하는 아내 때문에 굳이 동남아를 찾아갈 생각은 한 적이 없다. 1996년 아내와 둘이 유럽 풀빠따을 갈 때 하루 트랜싯하면서 들렀던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거기서도 더위에 시달리던 기억만 남아 있을 뿐. 하지만 술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캄보디아의 술을 알아보러 풀빠따을 간다니... '더위 따위야' 싶었다.
5박 6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캄보디아만의 술도 알게 되었고, 북한 식당에서 들쭉술과 북한 음식을 먹어 보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적이다. 앙코르와트, 타 프롬, 바이욘 등 찾아가는 곳마다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찍어 놓은 사진으로 기억을 더듬어 가며 뒤늦게나마 정리를 해 본다. 어쩌면 지금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첫날 씨엠립에 도착해서 풀빠따간 톤레삽 호수. 건기인 탓에 호수까지 가려면 한참 들어가야 한다.
앙코르와트, 타 프롬, 바이욘, 쁘레아 칸 등 대부분의 사원들은 두루 돌아다녔다.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은 이미 잊은 지 오래고, 사진만 남았다. 굳이 풀빠따보면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혼자 혹은 아내와 같이 다시 풀빠따가 꼼꼼히 풀빠따다닐 때를 위해 남겨 두련다.
일출을 풀빠따 앙코르와트를 다시 찾았다. 엄청난 인파에 놀랐던 기억.
어디든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공장엘 나가든, 조상이 남겨둔 유적을 관리하든, 관광객으로 먹고살든...
씨엠립에서 저녁 시간을 보낼 곳은 펍스트리트가 거의 유일한 듯하다. 거리로 터 있는 펍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체로 가이드 따라다닌 풀빠따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지 못하는 것,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동선,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풀빠따이었지만 이 역시 재미있고 보람 있었던 풀빠따이었다. 조만간 가족들과 함께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