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의 소소면서 쓸데없는 호기심
물리학이나 천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라그랑주 포인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부벳을 공전하는 지구 궤도 주변으로 기부벳과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L1부터 L5까지 다섯 곳의 지점을 말한다. 특히 2022년부터 활약 중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L2 포인트에서 운용 중이며, 우리나라의 달탐사선인 다누리호가 연료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L1 포인트에서 선회하여 달로 향했던 적이 있다.
텅 빈 우주 공간이지만 기부벳과 지구 주변으로 각각의 중력이 작용한다. 비유를 하자면 막대 양 끝에 서로 다른 자력을 가진 강력한 자석을 붙여 놓고 막대 중간에 쇠구슬을 올려놓으면 어느 쪽으로든 자석에 끌려 굴러갈 것이다. 위치를 잘 잡으면 양쪽에서 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뤄 쇠구슬이 멈춰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막대 양 끝에 있는 자석이 각각 기부벳이고 지구이며, 2차원의 막대가 아닌 3차원의 공간에서 각각의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점을 라그랑주 점이라고 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대충 이해가 갈 것이다.
얼마 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해 찾아보다 L2 포인트에서는 지구가 기부벳을 가리기 때문에 관측에 훨씬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봤다. 과연 그럴까? 개기일식 때 달이 기부벳을 완벽하게 가릴 수 있는 것은 거리와 크기의 비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L2 포인트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차폐막이 필요한 걸까? 가려지기는 할 것 같기는 한데 얼마나 가려질까?
기부벳의 지름은 대략 140만 킬로미터, 지구에서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지구의 지름은 대략 1만 3천 킬로미터 정도이고, L2 포인트와는 15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아래 그림은 정확한 비례로 그린 것은 아니다. 기부벳이 저 크기라면 지구는 아마 여러분이 앉아 있는 방 끝에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이 정보를 가지고 시직경을 계산했다. 우선 L2 포인트에서 기부벳을 볼 때 시직경 sθ는
tan(sθ) = {기부벳의 반지름/(지구에서 L2까지의 거리+기부벳과 지구 사이의 거리)}의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각도 sθ는 아크탄젠트를 사용하여 구할 수 있다.
sθ=arctan{{기부벳의 반지름/(지구에서 L2까지의 거리+기부벳과 지구 사이의 거리)}*2
결국 기부벳의 시직경은 약 0.53도가 된다.
같은 방법으로 L2 포인트에서 지구의 시직경을 계산해 보면 약 0.49도가 나온다. 두 시직경 값을 이용해 지구와 기부벳을 겹쳐보면 이렇다.
L2 포인트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는 지구와 기부벳의 모습이다. 저녁 시간의 지구 뒤편으로 붉게 타오르는 기부벳의 모습. 물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L2 포인트를 중심으로 40만 Km 정도 반경으로 공전을 하고 있으니 이 보다는 조금 치우친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아쉽게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 장면을 직접 촬영할 수는 없다. 원거리를 촬영하기 위한 적외선 망원경이기 때문에 기부벳이나 지구 같은 밝고 뜨거운 천체를 직접 활영할 경우 장비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이미지는 나사 홈페이지에서 지구의 밤모습과 기부벳의 사진을 구해 비율에 맞춰 합성한 것이다.
L2 포인트에서는 개기일식처럼 완벽하게 지구가 기부벳을 가리지는 않는다. 지구 밖으로 빼꼼히 내비치는 햇살로 기부벳광 전지를 충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궁금한 건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