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침이다.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개고 씻는다. 6시부터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아침밥을 준비한다. 평화로운 음악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간단히 먹을 수 있게 주먹밥이나 유부초밥, 시간이 좀 더 여유로울 때는 베가카지노가 좋아하는 스팸무스비로 아침을 차린다.
오늘 아침에는 기분이 어떨까? 잘 일어날까?
오늘도 베가카지노 안 간다고 우기면 어쩌지?
베가카지노 방으로 가서 똑똑, 조심스레 베가카지노를 깨운다. 방문 손잡이를 돌려본다. 다행이다. 오늘은 안 잠겼구나.
"이제 일어나서 베가카지노 가야지"
새근새근 자고있던 베가카지노의 얼굴은 어릴 때처럼 귀엽기만 한데, 내 목소리를 들은 베가카지노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역시나 얼굴과 온 몸으로 짜증을 내뿜는다.
"아~~~ 짜증나. 잠도 많이 못 잤는데, 왜 아침이야?"
"왜 아침이냐고 물으면 어떡해. 네가 일찍 자는 수 밖에 없지"
처음 듣는 말도 아닌데, 아니 처음 듣는 말이 아니라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저 말이 베가카지노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 날 아침은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기에.
"이러다가 늦어. 얼른 일어나"
"아, 싫어. 베가카지노 안 가. 도대체 베가카지노를 왜 가야돼?"
"아니, 학생이니까 베가카지노를 가야지. 엄마, 아빠도 회사 가잖아"
"회사는 돈이라도 주지. 나도 베가카지노 돈 주면 갈 수 있어. 학교 선생님들도 맨날 애들 뭐라하고 거지같단 말이야"
"선생님들은 이상한 분도 있지만, 좋은 분들도 많잖아. 그리고 선생님들과 상관없이 학생은 베가카지노에서 배우는 게 의무인 거야. 학생이 베가카지노를 가야될 거 아냐"
"몰라. 엄마는 왜 맨날 베가카지노 가라고 해? 우리 반에도 맨날 아프다고 하고 베가카지노 안 나오는 애들 많아. "
하아~ 정말 지친다. 매일 똑같은 레퍼토리. 매번 되풀이되는 대화. 언쟁으로 시작하는 아침. 언제쯤이면 끝이 날까. 베가카지노 갈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이는 여전히 침대에서 이불을 돌돌말고 누워서 짜증을 내고 있다.
지금 안 일어나면 늦을 텐데. 등교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초조해진다.
나와 베가카지노의 실랑이를 잠결에 듣고 있던 신랑이 한 마디 한다.
"에이~씨"
이전에 아빠의 욱하는 성질을 본 적 있는 베가카지노는 아빠의 짜증섞인 소리가 들려오자 멈칫한다. 베가카지노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결국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럴 때면 '정말 강압적인 훈육이 필요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미운 짓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모든 말에 말꼬리를 잡고 대들고 무반응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만화에서 캐릭터가 화가 날 때 분노가 차 올라서 머리 뚜껑이 팡 열리는 것을 본 적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그런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아~ 꼭지가 돌아버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마음.
그럴 때 신랑이 가끔 폭발하면 베가카지노에게 소리를 지르고, 매를 들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베가카지노에게 폭력을 쓰면 안된다며 나는 신랑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거칠게 베가카지노를 다루는 신랑의 훈육방법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럴 때 베가카지노가 아빠 말이라도 들으니 다행인 건가 싶으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고민이 깊어진다.
베가카지노는 식탁에 앉아 눈을 반만 뜬 채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신랑도 그즈음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차! 신랑이 오늘은 출장이라면서 쏜살같이 준비하고 먼저 나가버린다. 아빠가 집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베가카지노는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간다. 그리고 문을 잠가버린다.
"뭐하는 거야? 베가카지노 안 가?"
"아, 싫어. 안 가"
"아니, 진짜 늦는다고. 빨리 가라고"
"가기 싫다고. 안 갈거야. 몰라"
"아니, 엄마가 너한테 공부를 잘하라고 했니, 학원을 다니라고 했니? 그냥 베가카지노만 가라고"
"..."
대답이 없다. 무슨 말을 해도 무시하겠다는 태도다. 방문을 두들기다가 지친다. 이럴 때 아무리 내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예전에는 방문을 따고 들어가서 베가카지노랑 싸웠다. 침대에 누운 베가카지노에게 화를 냈다가 달래고 얼러봐도 소용없었다. 결국 나만 속 터져 죽을 뿐 베가카지노는 못 들은 척 꼼짝도 않는다.
어느새 등교시간도 코앞이다. 지금 준비해봐야 어차피 지각이다.
"베가카지노 안 갈거면, 적어도 아프다고 해야할 거 아냐"
"엄마가 선생님한테 문자 보내면 되잖아"
"진료확인서 필요하니까, 낮에 병원 다녀와. 오늘 엄마 회의 있어서 병원 같이 못 가"
괜히 심통이 난다. 지난번에도 이런 식이어서 베가카지노에 아프다고 연락하고 아이랑 병원에 다녀왔다. 멀쩡한 아이를 앉혀놓고,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다며 거짓말을 해야한다.
오늘은 나도 화가 나서 베가카지노한테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점심시간에 베가카지노와 함께 병원에 갈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같이 해주고싶지는 않다. 베가카지노의 일탈에 동조해주지도, 장단을 맞춰주고 싶지도 않다. '꾀병으로 병원에 가서 진료확인서를 받아야하는 난처한 상황이라도, 너 혼자 책임져봐라'라는 마음이다.
닫힌 방문 앞에 있어봐야 나만 스트레스 받는다. 빨리 집을 나가는 게 그나마 숨이 트인다. 나도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일단 집을 나가면 그래도 회사일과 동료들에 파묻혀 베가카지노한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출근길에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이 가방에 메고 바쁘게 학교로 간다. 교복 입고 베가카지노 아이들이 너무나 이뻐보인다.
남의 집 아이들은 저렇게 베가카지노를 잘만 가는데... 베가카지노만 잘 다니라는 그거 하나도 그렇게 어렵나 싶다.
어느덧 퇴근시간이다. '아이가 혹시라도 마음을 바꿔 베가카지노를 가지는 않았을까' 작은 기대를 해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의 컴퓨터 게임 소리가 들린다.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잠옷 바람 그대로 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병원은 다녀왔어?"
"아니"
"왜 안 갔어?"
"몰라"
무슨 질문과 설득을 해도 "몰라", "싫어", "귀찮아"로 응수하는 아이 앞에서는 더 하고싶은 말도, 해줄 수 있는 말도 없다. 밥이라도 먹어야지. 그래. 너도 나도 힘든 하루였다. 밥이라도 같이 먹자.
무거운 마음으로 저녁을 차린다. 제발 내일은 베가카지노에 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