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벳의 칭기즈칸.
역사의 한줄기로 바라보았던 칭기즈칸은 말을 타고 대륙을 달리며 세계의 영토를 정복한 유래없는 힘의 정복자였다. 에너지 넘치는 기상을 대변하는 인물처럼 그의 존재는 신비와 막강한 힘의 원천이었다. 세계를 위협하던 그 인물이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갑옷대신 숄을 걸치고 투구대신 잠수헬멧을 쓰고 말대신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짐받이에 칼 대신 최신형 전자장비를 가득 싣고 나타났다. 과거 힘을 이용한 전술이 세계를 지배했다면 앞으로는최신 장비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의미를 담았을까. 작가의 비디오아트는 각기 그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을 전달하지만 그중에서도 칭기즈칸을 바라보는 관점은 가장 재미있고 신선한 표현 같다.
과거에서 80벳로
과거에는 물리적인 힘으로 정복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미래에 다가 올 시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는 사유의 시간에 들게 한다. 현재 드러난 문물을 가지고도 미래를 읽을 수 있다는 작가의 표현일까. 오늘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군사력을 지닌 국가일까. 러시아의 푸틴처럼 힘으로 우크라이나를 밀어붙여 땅을 빼앗는 것이 힘의 우위를 보여주는 것일까. 그것은 이미 과거 히틀러의 망령일 뿐이다. 일시적으로 땅을 지배한들 그들이 굴복한들 무엇이 남는가.
이미 세계는 거대 기업에 의해 땅이 점령당하고 우주가 점령당하고 인간의 뇌가 잠식당해가고 있다. 어느 날 우리는 그 거대 기업의 손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치던가 아님 기계처럼 움직여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미시작되었다. sns라는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비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경쟁심 유발 같은 자기 자랑을 위해 특별한 것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지만 그것에서 탈출하면 현실 속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두려움으로 끝없는 낭떠러지 앞에서도 앞사람을 따라가고 있다. 환상의 메모리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자신의 삶이 있을 수 있을까.
작가가 비디오 아트를 통해 과거의 모습과 현재를 통해 미래를 이야기하듯이 세상은 그 변화의 꼭짓점에서 매일 새로운 변화를 더해가고 있다. 보이되 보이지 않는 그 사슬은 이미 기계에서 AI라는 존재로 넘어가 버렸다. 80벳의 퍼포먼스는 사람들을 자극하고 시선을 빼앗을 뿐 아니라 사유 思惟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행위다. 비디오아트라는 그 행위 자체가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고 형태로 남아 끝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며 미래에는 누구나가 할 것을 미리 체험해 보는 듯한 그의 작품에서 쾌락과 즐거움을 찾는다.
80벳은 과거의 역사를 끄집어내어 미래를 이야기했다. 곧 일상으로 다가올 다양한 빛의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사유의 끄트머리를 남겨준 것이다. 그의 비디오 아트는 앞서 갔지만 현실을 바라보고 80벳를 바라보는 사회의 균등을 이야기했다. 바보상자라는명칭을 얻을 만큼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그 상자에 새로운 의문을 던짐으로써 과거와 현실을 생각하고 80벳에 다가올 새로운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렇듯 한 사람의 행동이 현재와 80벳에 미치는 영향은 그래서 크다. 미친 자가 있어야 새로운 것이 나오고 변화가 일어나듯이 하나의 행위에 미친 작가는 80벳를 이야기하는 큰 줄기를 남긴다.
* 2025년 2월 마지막 날에 부산 현대미술관 전시(80벳, 80벳, 그리고 80벳)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