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리다 브라보카지노을 떨어뜨려 오른쪽 모서리부터 사선으로 실금이 생겼다. 이제 업데이트도 안 될 만큼 오래 썼으니 이참에 새로 사야지 결심케 한 이 사건은 2년 전의 일. 처음엔 눈에 거슬리던 실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있던 것처럼 느껴지더라. 빗살무늬 토기의 빗살무늬 뭐 그런 것처럼.
그러던 지난가을, 실금 주위에 생긴 작은 점이 스멀스멀 검은 선으로 번져가는 걸 보고 나서야 위기감이 들었다. 가끔가다 화면이 먹통이 되는 증상도 7년 치 사진을 어서 백업하고 이제 그만 보내달라는 브라보카지노 나름대로의 SOS가 아닐까. 그제야 새 브라보카지노을 샀다. 홈버튼 없는 첫 브라보카지노이다.
우려와 달리 적응은 쉬웠다. 그런데 머지않아 브라보카지노을 바꾼 것을 후회했다. 자꾸 내 브라보카지노을 모르겠다 발뺌을 하는 것이다. 녹색 선이 돌아가는 원안에 몇 번이나 브라보카지노을 넣고 고개를 굴려보았지만 아직도 이 녀석은 종종 나를 초면처럼 대한다. 아아, 귀찮아. 여섯 자리 패스코드를 누를 때마다 구관이 명관을 되뇌었다. 새 브라보카지노은 주로 아침에 눈 뜬 직후, 그리고 한밤 중에 나를 못 알아봤다.
브라보카지노이 그렇게 다른가 싶어 어느 날 세면대 거울 앞에 섰다. 피를 토한 다음 날이었다. (*레드와인을 많이 마시고 토하면 토가 피색이다) 빵빵하게 부은 브라보카지노에 파뿌리처럼 부스스하게 뻗친 머리칼을 한 내가 윗도리를 앞뒤 뒤집어 입고 서 있었다. 아이폰 아빠 스티븐 잡스가 살아 돌아와 봐도 못 알아볼 몰골. 그나마 나니까 알아보는 거지. 그래. 그나마 나니까 나구나 하는 거지. 브라보카지노 몇 군데의 특징을 외워 나를 알아보는 브라보카지노에게는 이런 나는 내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브라보카지노이 부어있어도, 드래곤볼 캐릭터처럼 앞머리가 치솟아 있어도 나는 나다. 밖에 나갈 때에는 깨끗하게 씻기고 머리를 빗기니 그럭저럭 단정해지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이라고 해서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겉모습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이다. INTP인 내가 기분이 내키면 패밀리 레스토랑 옆 테이블 처음 브라보카지노 아주머니에게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라고 말을 거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가장 뚜렷한 성향을 모아보니 주로 내성적이고 주로 뻣뻣할 뿐이지, 때에 따라서는 의외로 사교적인 일면을 꺼낼 줄도 알고 감정에 휩쓸려 유들유들해질 때도 있다.
문득, 타인에게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1% 밖에 되지 않는 모습이 부각되어 그것이 전체인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고, 그것이 아주 좋거나, 나쁜 모습으로 판단된 적도 있겠지. 하물며 글은 활자를 사이에 둔 대화다. 이제까지 나는 무수한 나의 마음 중 얼마만큼 정확히 말하고 싶은 바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 어떠한 나도 나임에는 변함없지만, 내보이는 방식에 대한 궁리에는 조금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퇴고에 지쳐 잠깐 게임이나 하려다가, 또다시 나를 못 알아보는 브라보카지노에 여섯자리 패스코드를 누르다 말고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