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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사모 Feb 20. 2025

바카라 꽁 머니야, 다음에 올 땐 1.

오랜만에 남편과 말다툼을 했다. 이젠 어지간한 일은 서로 못 본 체 눈감아주며 35년 함께한 동지애로 지내다 보니 요즘엔 다툴 일도, 싸울 의욕과 기운도 없었다.

이번에는 우리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닌 일로 다툼이 시작되었고 결과는 내가 잔뜩 훈계를 듣는 모양새로 끝이 났다. 그런데 슬금슬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바카라 꽁 머니. 집에서 얼굴 마주치며 밥상 차려줘야 하는 게 싫었다. 잠시라도 집을 떠나 혼자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가출을 결심바카라 꽁 머니. 눈치가 각각 5단, 9단인 반려견 두 마리와 집 안의 고양이 세 마리와 하루 두 끼 챙겨줘야 하는 바깥의 고양이들이 눈에 밟혔다. 먼저 집안에 사는 녀석들에게 간식을 주며 말바카라 꽁 머니.

“담분아, 엄마가 며칠 어디 좀 다녀올 거야. 사료는 아버지가 줄텐데 엄마처럼 위에 북어채를 올려주진 않을 거야. 아버지가 가위로 북어채를 너희가 먹기좋게 잘게 자르는 일은 못할 것 같으니까.

그러니 사료만이라도 잘 먹어. 그리고 너, 나로! 담분이 형한테 대들거나 까불지 말고 베란다에 나가 고양이 세 모녀에게 괜히 달려들어 겁주지 마라!”

집정리와 청소도 안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늘 내 가출 결심을 무너뜨린 1등 공신은 <가출 전 청소와 집정리였다. 여지껏 살면서 몇 번의 가출을 계획했지만 그때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빨래와 청소를 한다고 기운을 다 쓰고는 힘이들어 마음을 돌리곤 했었다. 아무소리도 안하고 나오려다 행여나 경찰서에 가출신고를 할까봐 짧은 메모글을 남기려고 했는데, 그동안 마음 속에 꾹꾹 담아놓았던 말들이 줄줄이 튀어 나와, 한편의 짧은 회고록이 되었다.

메모지위에 전화기까지 놓아두고 나왔으니 귀가를 재촉하는 전화나 문자메시지에 마음이 흔들일 일은 없을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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