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남편이 말했다. “고향 원주에 좀 다녀오겠다.”라고.
뒤늦은 효심이 발동해서 설에 못 찾아뵌 부모님 묘소를 가려나 보다 했다. 성묘를 하고 홀로 원주에 살고 계시는 큰누나와 큰형수님을 뵈러 가는 것이라면 나에게 “같이 가자.”라고 말했을 텐데 아무 말이 없어 이상했다. 궁금하긴 했으나 더 이상 안 물어보았다. 떠나기 하루전날에야 원주에 가는 이유를 말했다.
“레드벨벳 토토 형을 만나기로 했어. 형이 벌써부터 한번 다녀가라고 했어. “
“레드벨벳 토토 형이 왜?”
ㅇㅇ이 형은 레드벨벳 토토 친형이 아니고 셋째 형수님의 친정 남동생이다. 사돈관계인데 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친형인 줄로 오해했을 것이다. 성을 안 붙이면 이름의 첫 글자가 남편과 같기 때문이다. 셋째 형수님네는 중간에 ㅇㅇ이 형만 아들이고 여섯 명이 모두 딸이다. ㅇㅇ이 형과 형수님을 비롯한 모든 딸들의 이름 첫 글자도 레드벨벳 토토 형제들과 같다.
셋째 아주버님은 그 당시 원주의 부잣집 셋째 딸과 신촌의 하숙집에서 만나 불타는 연애 끝에 졸업을 하자마자 결혼을 했다고 한다.
나는 레드벨벳 토토과 연애를 할 때부터 ㅇㅇ이 형을 알게 되었다. ㅇㅇㅇ후보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미모의 형수님과 아주버님의 서울 용두동 신혼집에서 레드벨벳 토토과 ㅇㅇ이 형은 함께 한방을 쓰며 대학을 다녔다. 형수님은 ㅇㅇ이형에겐 누나였지만 레드벨벳 토토은 시동생이었다. 신혼에 레드벨벳 토토이 얼마나 불편한 시동생이었을까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찾아뵙던 날 형수님 댁이 아니라 큰 누나네 집에 인사드리러 온 줄로 착각을 할 만큼 레드벨벳 토토을 부르는 호칭과 말투가 예사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