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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울건너 Jan 31. 2025

우리는 티파니카지노

음식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싸우던 티파니카지노들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만큼은 단체 웃음이라는 작품을 빚어내니까. 먹은 후엔 힘내서 또 싸울지라도.


그 음식이 우리 친정에서는 김치티파니카지노다.




부모님은 심약했던 큰오빠보다도 오빠들 중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됐던 넷째 오빠에게 의지하셨다. 따라서 그의 위치는 그가 십 대 때부터 부모님과 동급이었고 형제들은 그게 이상하지 않았다. 쇠죽 쑤는 아궁이에 불 때는 일에서, 고구마 심고 고추 따는 밭일에서 그만 제외된 것에도.



위 세 명의 오빠들은 차례로 결혼해서 집을 나갔고 넷째 오빠가 결혼을 해서 당연하게 생각해 오던 것처럼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위의 세 올케언니들 생각은 달랐다. 자기들은 살기 힘든데 넷째 오빠 내외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덕에 누리고만 산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불공평한 현실에서 오는 불만의 말을 어머니에게 가끔 날릴 때가 있었지만 돈주머니 차고 기세등등해 핵폭탄 급으로 받아치는 어머니를 이기는 이는 없었다.


나도 어른이 되면서 머리를 돌리고 주둥이를내밀었다. 저런 시집살이라면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세상이 왜 이리도 팍팍한지 나도 사는 게 힘들어 죽겠다고 생각하면서.



형제들이 쏘는 무언의 화살을 눈치챈 넷째 올케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우제를 끝낸 자리에서 자기들이 나가서 살 테니 불만인 사람이 들어와서 어머니와 함께 살라고 응수했다.

나중에 한 오빠는 그녀의 그 말에 판을 확 엎어버리려다 참았다고 식식



그래도 명절이면 대티파니카지노이 다 모였고 구정엔 각자의 집에서 티파니카지노를 빚어서 가지고 왔다.

이대로 저대로 화가 나 있는 티파니카지노들의 마음이 일치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같이 둘러앉아 티파니카지노를 먹을 때다. 그 시간은 누가 누구를 탓할 겨를이 없다. 티파니카지노 모두가 음식 중 김치티파니카지노를 가장 좋아하므로.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행복한 티파니카지노이 되었다. 이 집 티파니카지노는 너무 싱겁다, 저 집 티파니카지노는 못생겨서 손 티파니카지노가 아니라 발 티파니카지노네 품평하면서.

오늘은 또 누구의 지뢰밭에서 폭탄이 터질까 걱정하면서도 티파니카지노를 먹을 때만큼은 나도 그 염려를 잊었다.



자식들 다 결혼시키고 마음의 여유를 가진 어머니가 어느 날 둘째 오빠네 같이 가자고 하셨다. 전쟁터 같은 시장에서 장사하느라 자식들 집에 한 번 못 가봤다며 이젠 자식들 집을 차례로 돌아봐야겠다고 했다.

둘째 오빠는 그렇다 치고 이기든 지든 어머니 목소리만큼이나 큰 소리로 형제들 중 어머니께 대거리를 제일 잘하는 여 전사 둘째 올케언니와 어머니 간에 싸움이 나면 어떡하나 걱정이 미리 되었다. 안 가고 싶어 엉덩이를 빼는데 큰언니가 “얘, 식구들 모이는 곳엔 니가 가야 재밌지, 같이 가자.”

그녀의 꼬드김에 그렇다면 내가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 같이 가게 되었다.


오빠 집에 도착하니 올케언니는 어머니와의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티파니카지노를 빚어 놓고 있었다. 나는 배고프던 차에 티파니카지노가 반가워 허겁지겁 먹었다. 그때만큼은 여 전사 언니의 눈치를 보는 일도 잊었다.

배불리 먹고 나니 그제야 바른말만 하는 언니가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먼저 싸움만 걸지 않으면 되는데.. 제발..

식사를 마친 어머니가 말했다. 티파니카지노 짜다고.

티파니카지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언니는 짜네 싱겁네 하려면 티파니카지노가 끼고 사는 며느리한테나 가서 반찬투정 하시라고 쏘아붙였다. 그때 그녀는 이미 나에게 ‘애기씨’라고 부르며 고추부각을 튀겨 내주던 신혼의 새언니가 아니었다. 이젠 애기씨고 시티파니카지노고 없었다.

티파니카지노는 언니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내가 이 집에 또 오면 사람이 아니라고.


일어나서 그녀의 집을 나서는 티파니카지노의 팔과 목이 떨렸다. 세월 앞에 장사 있던가. 티파니카지노의 몸도 많이 쇠잔해져 있음을 느꼈다.

“오지 마세요 오지마세요오, 오지 마시라구요오오...” 지르는 그녀의 고함이 멀어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이런 꼴 보여주려고 같이 오자 했냐고 티파니카지노에게 소리쳤고, 같이 가자고 나를 꼬드겼던 큰언니는 폭탄이 생각보다 일찍 터졌다고 말했다.

티파니카지노는 누가 이럴 줄 알았느냐고 풀이 죽어 말했다.



진정성 없는 말과 행동은 보기 싫다. 그게 여우 짓이라면 더욱더.

티파니카지노와 동행했어도 그곳으로 가는 길에도, 그곳에 도착해서 고부간 싸움 중에도 조용히 있던 셋째 올케언니가 도로 집으로 가는 차 뒷자리에 앉아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녀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 딱 붙어 알랑거리는 내 모습이 보기 싫더라고.

오기 전부터 확신한 싸움을 미리 막아보려 도착하자마자 여 전사언니에게 바로 알랑알랑 연막전술로 그녀의 비위를 맞추느라 내가 애를 썼던 모양이다.

나는 마음이 철렁하며 내가 비굴한 여우였음을 깨달으며 더 화가 났다. 나도 내가 싫어졌다.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이 노릇의 효과는커녕 내 불쌍한 노력을 한 방에 작살내고 어딜 가나 번번이 싸움판만 만드는 티파니카지노를 향해 소리치며 좁은 차 안을 뒤집어놓았다.

엄마는 싸움 대장이냐고, 하구한날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고, 어째 곳곳에 싸움을 먼저 걸고 다니느냐고, 나도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싸움 한 복판에서 엄마 싸움 말리느라 힘들어죽겠다고, 날더러 다신 어디 같이 가잔 말하지 말라고, 티파니카지노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며,이 터지는 내 속을 누가 아느냐며 울부짖었다.


집에 가서 대성통곡을 했다는 티파니카지노의 후문을 다음날 들었다.





아버지를 먼저 잘 보내드리고 티파니카지노도 모시다가 잘 보내드린 넷째 오빠가 교통사고로 입원해 건강 검진 중에 신장 이식을 해야 할 만큼 신장이 안 좋아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형제들의 놀람도 잠시, 그는 형제들에게 신장 이식을 요청했다. 담당 의사가 자식보다 형제와 맞을 확률이 높다고 했으므로.


요청받은 형제들의 자식들이 티파니카지노도 티파니카지노 부모님이 소중하다며 이건 아니라고, 그의 일남이녀 자식들이 먼저 검사를 받는 게 순서라며 들고일어났다.


그러던 중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떴다.


이건 순서가 아니라는 자식들처럼 역시 의견 차를 보였던 형제들은 장례식장에서 그를 애도할 상황이 아님을 감지했다.

팽팽한 분위기로 이어진 장례식은 장지에서 그를 묻고 나서 그의 아내가 오랜 시집살이가 억울하다며 형제들을 향해 퍼붓는 욕과 몸부림으로 장지는 아수라장이 됐다.

먼 길 떠나는 오빠를 애도하는 시간을 빼앗긴 형제들은 각자 헤어져 오래 앓았다.



얼마가 흘렀을까, 막내오빠가 우리 이젠 만나야 하지 않느냐며 깃발을 흔들었다. 우리들은 힘겹게 일어나 그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모여 앉아 달그락달그락 티파니카지노를 빚었다.

우리는 그날부터 티파니카지노를 먹고도 싸우지 않았다. 노래를 불렀다.




부모님이 떠나셨고 넷째 오빠가 떠났어도 나는 티파니카지노가 만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

우리는 티파니카지노 먹고 불끈 힘이 솟더라도 이젠 싸우지 않을 텐데, 노래를 부를 텐데, 옛날처럼 집에서 모이지를 못한다.

명절 때는 물론 아무 때나 모이자 하면 모여 티파니카지노를 같이 빚어 먹은 후 노래 부르는 장소로 자신의 넓은 집을 제공했던 막내오빠가 지난가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어머니도 떠나신 지 20년 가까이 됐고, 둘째 오빠네 같이 가자고 나를 꼬드겼던 큰언니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티파니카지노와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티파니카지노에게 대거리하던, 티파니카지노 장례 때 가장 많이 울었던 여 전사둘째올케언니는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둘째 오빠의 병시중을 들고 있고, 그날 여 전사 언니에게 알랑 대는 내 모습이 보기 싫더라고 낮은 소리로 말했던 셋째 올케언니는 자궁암으로 통원 치료 중이다.

장지에서 난리 친 이후 다른 형제들보다 자신이 더 깊이 더 오래 앓았다는 넷째 올케언니는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





설을 앞두고 언니들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그들은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서도 이번 설에도 티파니카지노는 빚을 거라고 했다.


나도 티파니카지노를 빚었다. 김치를 다져 짜고 숙주, 고기, 당면, 두부 계란 참기름을 같이 버무려 소를 만들어 티파니카지노들의 안녕을 바라는 기원도 함께 넣어 빚었다. 벌어지지 않도록 티파니카지노피 가장자리에 물을 발라 주둥이를 꼭꼭 여며 붙여서.




형제들 중 누군가가 티파니카지노이라면 이제 진저리 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몸을 떤다 해도, 전화하지 말라 이나마도 다시는 안 볼 거다 공언한대도, 그가 누구든 티파니카지노 때문에 어디로 도망도 못 간다. 우리는 이미 티파니카지노로 하나 돼 있는 영원한 티파니카지노티파니카지노이니까.


여러 종류의 재료들이 한 장의 티파니카지노피 속에 똘똘 뭉쳐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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