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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Apr 16. 2025

부부사이 온라인 블랙잭 힘

온라인 블랙잭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전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온라인 블랙잭 아침부터 분주하다.



누워서 뒹굴뒹굴 핸드폰을 보다 퇴실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다급하게 씻기 시작한다.



우당탕탕. 촤라라락.



조급함은 사람을 실수하게 만든다.온라인 블랙잭는 또 욕실에서 무언가를 신나게 떨어뜨리고 있나 보다. 비싸디 비싼 한옥 바닥에 흠집이 가지 않았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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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온라인 블랙잭가 머리에서 물기를 뚝뚝 흘리며 나온다. 어라 이 장면 영화 같은 데서 본 거 같은데.





아 캐리비안의 해적 데비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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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블랙잭가 머리를 말리는 동안 캐리어에 짐을 정리해 본다. 1박 2일 동안 어차피 츄리링만 입을 거면서 무슨 옷을 또 이렇게 많이 챙겨왔는지.



부랴부랴 퇴실을 하고 대전으로 향한다.



저녁에 출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얼른 집에 가서 낮잠이라도 한숨 때리고 출근을 해야겠다. 그래야 체력 보충이 되니까.



평소보다 급하게 운전하는 내 모습에 온라인 블랙잭가 한마디 한다.



"오늘 왜 이렇게 집에 빨리 가려고 해? 설마 내가 생얼이라 데리고 다니기 창피해?"



생얼인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한옥마을을 벗어난지는 한참인데, 조수석에는 아직 조선 중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주얼의 여인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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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생얼을 이 상황에 갖다 댈 줄이야..



정신 차리자. 일단 침착해야 한다. 호흡하나라도 떨렸다가는 출근은커녕 장기 병가각이다.



"뭐여! 오늘 화장 안 한거여? 당연히 화장한 줄 알았는디? 거짓말 치지 말어."



나도 모르게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있지만 온라인 블랙잭는 눈치채지 못했다. 다행히 순진한 온라인 블랙잭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아 진짜?? 나 오늘 화장 안 한 건데! 티 안 나?"



세상에 생얼이 티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변신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지.

온라인 블랙잭도 마찬가지다.



화장 전에는 포켓몬스터 이브이의 맹꽁맹꽁한 모습이라면, 화장 후에는 이브이가 진화한 샤미드의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피부도 더 하얘지고 눈꼬리도 올라가고 공격력도 올라가고.






온라인 블랙잭가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쐐기를 박아줘야겠다.



"아니, 아침마다 화장을 왜 해? 화장을 하나 안 하나 똑같으면 굳이 할 필요 없잖아. 진짜 시간 아깝다. 앞으로는 화장하지 마.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라도 한 자 읽.."



아뿔싸.

마지막 말은 하지 말걸.



온라인 블랙잭에게 등짝 스매싱을 씨게 한 대 맞긴 했지만 그래도 온라인 블랙잭의 기분은 좋아 보인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차 안, 내내 거울만 보고 있다.





삑삑삑삑-



몸이 천근만근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와 침대가 나를 부른다.



눕고 싶다. 어제 과음을 한 것도 아니고, 장거리 운전을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피곤하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장모님 댁에 들러 반찬도 가져왔다. 때문에 거실에는 여행용 캐리어와 장모님이 싸주신 반찬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온라인 블랙잭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본인의 외모 췤을 한 번 더 하더니 짐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냉장고를 열어 안 먹는 반찬을 버리고, 새로운 반찬을 집어넣는다.



읏쌰. 마지막으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며 캐리어 정리와 냉장고 정리에 박차를 가해본다.



바닥난 체력에 임종을 맞이하기 직전,

온라인 블랙잭가 갑자기 뒤에 와서 안아준다.



"여보 안 힘들어? 가만 보면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평생을 투덜거리는 거 없이 집안일도 알아서 척척 잘 해주잖아.."



이것까지만 하고 장렬히 전사할 예정이었는데,

온라인 블랙잭가 나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준다.



사실 다정다감 가정적인 남편들은 세상에 널려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블랙잭의 칭찬 한 마디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진짜 나 같은 사람 없을 것 같고, 양관식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괜히 주방 창에 비친 내 모습을 한 번씩 슥 보기도 한다. 분주하게 주방을 정리하며 무거운 것을 턱턱 옮겨주는 내 모습이 꽤나 스윗해보인다.



주방 창에 비친 온라인 블랙잭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얘 내 앞에서만 일하는 척하고 뒤돌아서면 폰 만지는 게 분명하다.





온라인 블랙잭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이 있듯,

온라인 블랙잭 힘은 대단하다.



상대에게 툭 던진 긍정적인 말은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상대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블랙잭은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상대의 자존감을 끌어올려 주기도 한다.



온라인 블랙잭에 인색해지지 말고 지인들에게 습관적 온라인 블랙잭을 베풀어보자.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더욱!



모든 것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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