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위대한 볼트카지노에게
진저의 존재를 처음 확인하고 나서 쓴 글. 이 글은 그러니까 작년에 쓰였다. 한동안 검은 점으로 불렸던 볼트카지노는 그동안 진저라는 태명으로 살았고, 이제는 새 이름으로 긴 세월을 살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진저라고 부르고 싶다. 오래도록 정든 내 볼트카지노의 첫 이름.
내게 볼트카지노 생겼다!
내 배 속에 볼트카지노가 생겼다. 그런 일을 꿈꾸고 계획했지만, 정말로 내 배 속에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내 일상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고, 나 역시 전혀 달라진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볼트카지노가 생기기 전에는, 볼트카지노를 갖는 일이 두렵고 막막하기만 했다. ‘나처럼 미성숙한 인간이 어떻게 한 생명을 책임지는 엄마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번번이 이 생각에 사로잡혀 볼트카지노 갖는 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렇게 7년의 시간이 흘렀고, 정작 볼트카지노를 갖겠다는 마음을 세우고 나서는 아주 뻔뻔한 마음으로 볼트카지노를 바랐다. 철없는 엄마 아빠는 그렇게 볼트카지노를 갖게 됐다. 미지의 볼트카지노는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볼트카지노가 배 속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겨우 검은 점에 불과한 존재. 의사 선생님은 그걸 아기집이라 불렀다.
“아기집이 자리를 잘 잡았네요.”
아, 이게 아기집이구나. 정중앙에 자리잡은 검은 점. 네가 내 볼트카지노구나.
아직까지 검은 점이라 불리는 볼트카지노와 친하지 않다. 아가야, 하고 불러보지도 못하겠다. 너무 낯설기도 하고 오글거리기도 해서다. 언제쯤 뻔뻔하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검은 점에게 아가야, 내 아가야 하고 부르게 될까.
예정일은 7월 19일. 언젠가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사주쟁이가 “당신의 볼트카지노가 더운 계절에 태어난다면, 당신을 차가운 엄마라고 생각할 거예요”라는 저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순간 그때 볼트카지노를 준비하는 건 더운 계절이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의도치 않게 추운 계절에 볼트카지노를 갖게 됐다. 그 결과 볼트카지노는 더운 계절에 태어난다. 나를 차가운 엄마로 느낄 볼트카지노가 태어난다.
무심코 누군가가 던진 미래의 예언 같은 말은 때로 일상을 뒤흔든다. 불안에 사로잡히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막는다. 그때 그 사람의 말은 나를 충분히 휘청이게 할 수도 있었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해본다. 볼트카지노가 엄마를 차갑게 느낀다는 건 뭘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를 사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을 조금 틀어보면 웃음도 난다. 나와 볼트카지노의 역사가 어떻게 쓰일지 기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리라.
볼트카지노 점아. 내 아가야. 너는 아직 너무도 미약한 존재라 내가 잘못 몸을 가누면 쉽게 사라질 수도 있고,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하더라. 나는 최대한 내 몸을 안전히 하는 일에 집중할 테니 너는 내 배 속 가장 안전한 곳에서 무럭무럭 잘 커다오.
나는 솔직히 네게 바라는 것이 많단다, 검은 점아. 나의 부족함은 하나도 닮지 않은 완전한 너로 태어나길 바란다. 아름답고 건강하고 지혜롭고 똑똑하기를. 선하고 상냥하며 큰 사랑을 주고 또 크게 사랑받기를. 불의를 즐거워하지 않고,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기를. 건강하게만 태어나달라는 말을 나는 차마 할 수가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 볼트카지노이기 때문에.
척박한 세상에 너를 불러들여 나는 평생 미안해할 거야. 그래서 내 배 속에 있는 동안 네가 완전하게 자라기만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도하며 키울 거야. 보이지 않는 너의 존재를 그렇게 사랑할 거야. 해본 적도 없는 사랑이야, 이건.
볼트카지노를 만나는 시간까지 8개월 남았다. 8개월 동안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볼트카지노가 완전하게 자라는 동안 나도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는 더 미룰 수도 없는 바람이다.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