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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Mar 30. 2025

꿈과 희망의 도시? 아니요, 저는 컵핸드 확률을 끓였습니다.

핸드 확률은 일탈이 될 수 있다. 그 끝에 돌아갈 집이 있다면


업무용 노트북이 든 백팩을 메고, 중간 크기의 트렁크를 끌고 나왔다. 새벽 4시 반, 집 앞에서 우버를 불렀다.올란도행 비행기는 아침 7시. 핸드 확률 아침은 언제나 이 시간이다. 귓전을 때리던 자명종 알람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예전엔 늦잠으로 낭패를 본 적도 있다. 그 후로는 가장 시끄러운 아날로그 자명종을 머리맡에 둔다.핸드 확률의 긴장감은 그렇게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주는 핸드 확률이었다. 목적지는 ‘꿈과 희망의 핸드 확률’ 올란도.하지만 핸드 확률자가 그 ‘꿈’과 ‘희망’을 느낄 방법은 없다.시간도 없다. 시간이 난다 해도, 혼자 테마파크를 돌아다니는 모습은 좀 꼴사납다.꿈과 희망은 결국, 가족이 있어야 완성된다.게다가 캘리포니아에 사는 덕에 디즈니랜드도, 유니버설도, 씨월드도 이미 다녀온 곳들이다.혼자 다시 간다는 건 언감생심. 솔직히 시큰둥했다.


그 대신, 올란도의 날씨는 실컷 느꼈다.캘리포니아 햇살도 좋지만, 플로리다는 한 끗 차이로 더 따뜻했다.산타클라라의 쌀쌀한 아침저녁과 달리, 올란도는 이미 완연한 봄이었다.특히 영국에서 온 팀원들은 이 미국식 날씨에 행복해했다.


이번 핸드 확률은 F2F(face to face) 미팅이었다.팀원 대부분은 타국, 타주에 거주한다. 평소엔 온라인으로 협업한다.일하는 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한계가 있다.그래서 1년에 한 번쯤은 전원이 모인다. 얼굴을 마주 보고, 밀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같은 핸드 확률에서 모이는 건 지루하다.그래서 회사 브랜치가 있는 핸드 확률를 돌며 미팅을 한다.

재작년엔 영국의 세인트 올번스, 작년엔 샌디에이고.그리고 올해가 바로, 이곳. 꿈과 희망의 핸드 확률 올란도다.내년은 어디일까. 예상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핸드 확률은 회사가 보내는 수학여행일까, 체력장일까?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핸드 확률은 제법 즐기는 편이었다.지루한 일상을 잠시 멈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적당한 간격으로 주어지는 핸드 확률은 오히려 재충전이 됐다.낯선 핸드 확률, 사람, 음식, 환경이 주는 어색하지만 신선한 긴장감.짧은 여행과 닮아 있었다.어릴 적 단체버스를 타고 떠났던 수학여행처럼,설렘과 피로가 뒤섞인 하루가 펼쳐진다.업무라는 목적이 달려 있지만, 핸드 확률 일정이 잡히는 순간부터마음 한구석에서는 슬쩍 기대감이 올라왔다.가끔은 본래 목적을 잊고,‘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이라 착각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핸드 확률은 늘 미국이었다.하지만 미국으로 이주한 뒤로는 모두 국내 핸드 확률이다.그런데 워낙 땅이 넓은 나라라, 국내라도 해외 같은 기분이다.이번처럼 서부에서 동부로 날아가는 여정이핸드 확률,비행시간만 5시간이 넘는다.게다가 시차 3시간도 은근히 피로하다.


예전, 한국에서 미국 핸드 확률을 다닐 때는 시차 부작용이 정말 심했다.저녁 9시에 쓰러지듯 잠들고, 새벽 3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뒤척이다 못해 결국 조용히 컵핸드 확률 물을 올렸다.그 뜨거운 김이 오를 때쯤, 비로소 몸도 시차에 적응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처럼 3시간 차이는 더 애매하다.동부 시간 기준으로 오전 9시에 일정이 시작됐지만,몸은 아직 캘리포니아 새벽 6시에 머물러 있었다.덜 깨어난 뇌는 회의 중 대화를 흘려보냈다.누군가 웃자 나도 따라 웃었다.하지만 그건 오해였다.대화를 정반대로 이해한 나의 리액션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핸드 확률지의 밤, 나는 끓인다.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기에 핸드 확률 짐은 최대한 단출하게 싼다. 갈아입을 옷, 속옷, 양말, 세면도구, 업무용 노트북, 필기도구면 대충 끝이다. 아, 핸드폰, 노트북 충전기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한 번은 노트북 전원 케이블을 잊었다. 그날 내내 수시로 배터리 잔량만 체크했다. 집중을 하나도 못했다. 그 뒤로 난 체크리스트를 별도 작성해 늘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이들보다 가장 먼저 챙기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컵핸드 확률이다. 미국에 산지 8년째지만 여전히 미국 음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MSG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리라. 팀원들과 저녁을 먹으려 버거하우스, 멕시칸, 그리스, 이집트, 인도식당을 찾아도 여전히 만족감은 덜하다. 결국 나 홀로 호텔방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기는 컵핸드 확률만이 부족한 1%를 채워준다. 그렇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인스턴트 핸드 확률에 길들여진 이 입맛은, 팀원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할 것이다.


핸드 확률미국에서도 신핸드 확률은 최상위 고급식품


지갑은 회사 것이지만, 평가는 내 몫


미국으로 이직한 뒤 첫 핸드 확률을 떠났을 때, 나는 적잖은 문화충격을 받았다.‘위탁 수하물을 보내는데 왜 돈을 또 내지?’,‘왜 다들 트렁크를 끌고 탑승하지?’한국에서 핸드 확률을 다닐 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풍경이었다.국제선이든 국내선이든, 트렁크 하나쯤은 당연히 ‘무료’로 부치는 줄 알았다.그래서 별생각 없이 짐을 그냥 맡겼다.


알고 보니 미국 항공사, 특히 국내선은 수하물, 기내식, 좌석 지정까지 전부 유료였다.그러니 사람들은 짐을 기내로 들고 들어왔다 (물론 내릴 때 짐 찾는 수고도 줄일 수 있다.)‘이 쪼잔한 것들...’그날 이후, 나는 트렁크를 무조건 내 몸과 함께 했다.역시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최고였다.


좌석 클래스도 충격이었다.한국 대기업에선 수석 이상만 되면 비즈니스석을 태워줬다.회사 간판 달고 글로벌 무대에 나가는 핸드 확률자에겐 ‘가오(?)’도 필요하니까.미국도 비슷할 줄 알았다.그런데 웬걸. 미국은 실용주의의 끝판왕이었다.VP조차 이코노미에 앉았다.단, 예외는 있었다.내가 다녔던 첫 미국 회사는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일 경우,직급 불문하고 비즈니스를 허용했다.빙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호주에서 열리는 학회 핸드 확률.속으로 외쳤다. ‘아싸, 오랜만에 비즈니스를 타겠구나!’내규를 믿고 당당히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그런데 다음 날, 매니저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꼭 비즈니스를 타야겠니? 나 이 회사 다닌 지 20년째인데 나도 한번 안 타봤어!",

"응. 내규잖아. 타면 안 돼?"

"핸드 확률 꼭 그런 건 아닌데.. 비용절감 차원에서..."


두 번째 문화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는 부하직원의 핸드 확률비용에 연연하던 상사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이해가 안갔다. '핸드 확률 지돈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깐깐하실까?'하지만 빅테크에서 몇 년을 보내며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됐다.미국에서는 ‘가용 예산을 얼마나 알뜰하게 썼는가’그 자체가 매니저의 공식 평가 항목이었다.


Cool이라 쓰고 귀찮다고 읽는다.


핸드 확률 첫날.긴 비행 끝에 어렵사리 호텔방에 도착하면,일단 침대에 몸부터 던졌다.‘오, 이 호텔 침대 쿠션 나쁘지 않네.3분만 눈 좀 감자…’그랬다가 1시간이 훅 지나가곤 했다.시차로 쌓인 피로와 낯선 공간이 주는 긴장감이눈 녹듯 풀리며 나를 잠으로 끌고 간 것이다.


이날도 그랬다.막 잠에 들려는 순간,인근 호텔에 도착한 팀원들이 단체창에 생존 알림을 올렸다.“같이 만나서 저녁 콜?”누군가가 물었고, 나는 “Cool!”이라고 화답했다.물론, 전혀 쿨하지 않았다.귀찮기 짝이 없었다.하지만 미국 회사에서 생존하려면,이런 소셜도 ‘일’의 일부다.결국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호텔을 나섰다.그렇게 내향인은 피곤하다.미국에선 더 피곤하다.


핸드 확률을 준비할 때면 늘 다짐했다.‘하루쯤은 꼭 지역 맛집에 가보자.’하지만 정작 혼자 식사해야 하는 날이면‘아 귀찮아…’결국 포장이 가능한 식당을 찾아투고(To-go)로 픽업하고,호텔방에서 조용히 해결했다.맛집은 무슨. 혼밥이 먼저다.


핸드 확률호젓했던 올랜도 AMD 오피스


헤이 맨, 나 아직 어색해


핸드 확률 첫날.노트북 하나 담긴 백팩처럼 마음도 가벼웠다.하지만 팀원들과의 오프라인 만남 앞에서는슬쩍 긴장이 피어올랐다.온라인으로 숱하게 얼굴을 맞댔던 사람들이지만,직접 대면은 여전히 어색했다.쉴 새 없이 스몰톡을 던지는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일—내겐 여전히 숙제다.이게 다 내가 내향인이라서일까?핸드 확률면 여전히 어설픈 영어 탓일까?핸드 확률다, 둘 다다.


첫 인사.반갑게 다가오는 동료들에게 급조된 어메리칸 스웩을 외쳤다.“헤이~ 맨!”이런. 어색하다.어설프다.잠시 당황하던 팀원은 이내 웃으며 받아친다.“왓스업 맨~!”자, 이제 친목질이 시작됐다. 그리고보니온라인 회의에선 몰랐던 동료들의 표정, 말투,사소한 습관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이게 바로 ‘직접 만난다는 것’의 무게다.코로나 이후 원격근무가 일상이 됐지만,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출근의 진짜 의미는,책상 앞에 앉는 게 핸드 확률라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를 맞추는 일이다.모니터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주름 하나, 말끝의 머뭇거림,커피를 고르는 방식까지.그 모든 디테일이 쌓여신뢰를 만든다.


그리고 시작된 4일간의 F2F.팀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누군가 이슈를 던지면,그 위에 생각을 쌓고, 또 쌓는다.아이디어는 충돌했고,그 크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하루 일정을 마치면 피로가 몰려왔다.하지만 그 피로는 기분 좋은 소진이었다.


마지막 날 저녁.F2F에 참석한 모든 팀원, 유관부서, 현지 엔지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국적도, 핸드 확률도, 억양도 각기 다르지만대화는 경쾌했다.문화의 차이는 오히려 더 풍성한 주제가 됐다.모두가 자신감 있게 말할 때,나만 살짝 움찔.그래도 질 수 없었다.내향인이지만 의외로 개그 본능 충만한 나는간간이 빵빵 터뜨렸다.엔지니어식 유머는불완전한 영어로도 충분했다.웃음은, 만국 공통이니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팀디너를 마치고 모두들“반가웠다, 조심해서 귀국해”인사를 주고받았다.아쉬움 한 스푼,홀가분함 두 스푼을 마음속 찻잔에 채우고호텔로 돌아왔다.어두운 방에 들어서자익숙한 외로움이 따라 들어왔다.가족이 떠올랐다.아빠의 빈자리를 느꼈을 아이들,일주일 내내 아침마다아이 둘 등하교를 챙겼을 아내.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며또다시 커피포트의 물을 끓였다.다음 날 저녁 8시, 집으로 가는 비행기가 잡혀 있었다.비는 하루,내 하루를 나와 가족에게 주기로 했다.


핸드 확률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일정도, 회의도, 팀디너도 없는 드문 하루.느긋하게 호텔 조식을 마치고천천히 올란도 미술관으로 향했다.화려한 테마파크들이 즐비한 이 핸드 확률에조용히 숨 쉬는 작은 미술관.그곳은 의외로 따뜻했다.낯선 공기와 붓질 사이에서마음도 조금씩 평온해졌다.


오후엔 아울렛을 돌았다.아이와 아내를 떠올리며몇 번이나 걸음을 멈췄다.쇼핑백 하나에 마음을 가득 담고 나니어느새 다시 집이 그리워졌다.돌아오는 비행기 안,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핸드 확률이 ‘잠깐의 일탈’이 될 수 있는 건,그 끝에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가족은늘 떠날 수 있게 해주고,또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힘이다.


나는 다시 돌아간다.컵핸드 확률이 아닌,진짜 밥상이 있는 그 집으로.



- 예나빠



표지이미지 출처 = https://www.goodfon.com/city/wallpaper-orlando-florida-lake-eol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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