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VS 아이
남편과 아이가 싸운다. 보통은 나와 남편이, 나와 아이가 붙었을 텐데 이번에는 큰아이와 남편이, 작은 아이와 남편이 틀어졌다. 큰아이는 남편에게 버릇없이 말해서, 작은 아이는 장난하다 코딱지를 남편몸에묻혀서 라는 이유로 남편은 화가 났고, 아이들과 감정이 상했다.
우리 집에는 A형인 나와 O형인 세 사람이 산다. O형인 세 사람은 뭘 해도 "No Problem"이다. 나 혼자만 "It's Problem!!!!!"이라 말해서 늘가정의 파장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난 문제의식이 투철하고 그 문제의 근원을 알아내고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면 세 사람은 한낮 여름 볕밑의 표정을 하며 '왜 저러냐?' 하는 눈빛을 보낸다. 그럼에도 나를 알기에 그냥 맞춰준다. 아이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나란 사람은한결같기 때문이다.
남편은 좀 다르다. 아이들 일에 웬만해선 끼어들지 않는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몇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편이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회사일이 바빠 늘 자리를 비웠고 교육이든 양육이든 빠져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아빠의 몫까지 채워내야 해서 징글징글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부딪혔다. 남편은 좋은 아빠지만 열심인 아빠는 아니었기에 나에게는 서운한 남편으로, 아이들에게는 만만하고 유쾌한 아빠로 자리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간섭했을 때와 남편이 간섭할 때 아이들의 반응은 차이가 있다. 숱한 세월 속에 엄마와 아이들은 부딪히며 맞춰갔기에 아이들은 나의 간섭이 덜 불편하다. 그에 비해 아빠의 간섭은 익숙하지 않고, 서로를 잘 맞춰보지 않아서 부딪힐 때 소리가 난다. 어른이 된 아이들과 이미 어른인 남편의 대립 속엔 서운함과 속상함은 기본이고 서로 당황스러워하는기색이 역력하다.
나는 서로 부딪혀 보는 것에 찬성한다. 부러 그러면 안 되겠지만 관계라는 건 서로의 긍정적 부분뿐 아이라 부정적인 부분도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겪으며 아이들은 아빠의 욱 포인트를, 아빠는 아이들 다루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냈을 것이다.
이상한 건 내 배로 아이들을 낳고 키웠는데도 아이들을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어른이 된아이의 성격이나 생각을 거의모르겠다. 가끔은 내 아이가 맞는지 낯설기도 하다.양육을 아무리 잘해도 아이가 배 밖으로 나온 이상, 하나의 다른 객체인가 보다. 엄마도 모르고, 아빠도 모르는 게 자식이다. 그래서 서로의 독립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주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