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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pr 27. 2025

일반인문 | 비트365벳…소천?

; 교황의 비트365벳으로 보는 죽음을 뜻하는 단어.

한국시간 26일 오후 5시,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소리가 울리며 시작된 장례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잠든 목관을 대성당에서 광장 중심부 제단으로 운구한 뒤 준비된 의식대로 치러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비롯해 170개국 정부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았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0시 35분(한국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길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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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365벳_선생복종 善生福終
Mors bona, mors sancta


카톨릭에서 사용하는 비트365벳이라는 말은 '착하게 살고 복되게 생을 마친다'는 뜻을 가진 선생복종 善生福終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선생복종은 이탈리아의 선교사 로벨리 Lubelli Andre-Jean 가 1652년 베이징에서 간행한 한문 교리서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 에 들어 있는 말로 일상 생활에서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착하게 살다가 복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뜻하는데 원어는 ‘Mors bona, mors sancta’입니다.

Mors bona, mors sancta는 라틴어로 ‘좋은 죽음, 거룩한 죽음’을 뜻하는데 , 가톨릭에서 이 문구는 믿음과 회개,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신뢰로 다가간다면 죽음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영생으로 가는 문이라는 중요한 영적 사상을 반영합니다.

「Mors bona 좋은 죽음」 은 은혜의 상태(일반적으로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은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하나님과 화해하여 천국에 들어갈 준비가 된 상태(즉시 또는 연옥에서 정화된 후)를 의미합니다.

「Mors sancta 거룩한 죽음」 은 특히 Viaticum 비아티움(죽어가는 사람에게 주는 성체성사)과 병자성사와 같은 교회의 마지막 성사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문구 자체는 성경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지만 가톨릭 전통과 기도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가톨릭 기도서와 교독문에서 사람들은 종종 ‘선하고 거룩한 죽음’을 위해 기도했으며, 특히 행복한 죽음의 수호자인 성 요셉과 같은 성인에게 중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성인 교독문과 ‘주님, 갑작스럽고 준비되지 않은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와 같은 구체적인 기도문도 같은 정신을 반영합니다.

중세와 근대 초기 가톨릭 문헌에서 특히 강조된 「mors bona, mors sancta 좋은 죽음, 거룩한 죽음」 의 이상은 누가복음 12:35-40(인자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올 것이니 준비하라)과 요한계시록 14:13(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이 있다)과 같은 성경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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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이란 말은 1849년 사제품을 받아 한국 천주교의 두 번째 사제가 됐고, 중국에서 가져온 한문 교리서를 번역해 보급하고 교리를 전하는 데 온몸을 바친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한국에 처음 들여왔고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말로 공식적으로 자리 잡은 때는 1880년으로 당시 Félix-Clair Ridel 펠릭스 클레르 리델 주교 등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제들이 최초의 한불사전을 만들면서 '선종'을 수록해 이 말이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용어로 공식화되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죽음에 대한 용어을 ‘소천’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선종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용어를 찾다가 이를 채택한 듯 한데 일단 말이 안되는 단어입니다.

청나라 제4대 황제 강희제의 칙명으로 1716년에 완성된 강희자전에는 약 49000자와 그 글자들이 조합된 단어들이 나와있는데 여기에 나오지 않는 단어는 없는 단어라고 보면 된는데 소천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비트365벳'을 한자로 쓰면 '召天(부를 소, 하늘 천)'이 되는데 신조어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한글학자 정재도선생은 “소천이란 말은 죽음“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한자어 ‘승천昇天’을 본떠 기독교식 의미를 억지로 집어넣어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트365벳’이란 말은 한문법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용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별세 別世(; 세상을 하직한다는 말로 죽음을 뜻하고), 영면永眠(; 영원히 잠들다는 뜻으로 죽음을 뜻하는 말), 작고作故(;고인이 되었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 승하昇遐(; 임금이 세상을 떠남), 불교에서는 입적入寂(; 불교에서 수도승의 죽음을 이르는 말, 또는 열반涅槃), 카톨릭에서는 앞에서 이야기 한 선종善終등 모두 죽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 외에도 사망, 별세. 운명 등 우리말에는 죽음을 나타내는 말이 많이 있습니다.

고유어로는 ‘죽다’비트365벳부터 ‘숨지다‘., ’돌아가시다‘, ’세상을 뜨다‘.,’숨을 거두다‘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카톨릭의 선종이나 불가의 입적, 열반등은 정식 단어이지만 유독 소천 召天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는것은 정식 단어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비트365벳의 한자적 의미는 하늘의 부르심이 아닌 하늘을 부름이라는 뜻이기때문입니다.

왜 구태여 이런 말도 안되는 조어를 사용할까요?


크리스쳔들에게 ‘명복冥福을 빈다’는 말도 기독교 신학하고 어긋납니다.

기독교에서 죽음은 저승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죄의 결과이므로 받을 복과 상호 모순이라는 점에서 ‘천국환송예배’도 신학에 맞지 않는 말입니다.

죽은 자의 부활은 예수 재림시 이루어지므로 ‘죄의 결과’로서의 죽음의 현장에서 천국 환송은 유가족 위로용에 지나지 않다는것입니다.

종교적 표현을 쓰고 싶으면 차라리 「별세 別世」 를 쓰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누가복음 9장 28~36절의 예수님의 변모에 관한 이야기 중 세상을 하직한다는 뜻의 ‘別世별세’라고 번역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영광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비트365벳 별세하실 것을 말할새-31절), 이는 헬라어로는 Exodus입니다.


탈脫을 의미하는 접두사 EX와 길, 여행을 의미하는 Hodos가 합친 단어로 구약의 출애굽도 의미하고 죽는다는 뜻과 함께 Depart(출발하다)는 뜻도 있으니 성경적으로나 교리적으로 훌륭하고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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