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부분 Feb 10. 2025

아테나카지노 시간

<아테나카지노

우리가 내장을 먹어 온 역사의 시작을 톺아보려면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입에 넣고 씹을 수 있는 것은 전부 삼켜내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 시절, 우연히 발견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발라먹으면서도 이미 부패가 시작되어 냄새가 너무 심했던 내장은 차마 먹지 못했을 거다. 그러니 동물을 사냥하는 법을 익힌 후에야 내장을 먹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하루 안에 다 먹을 수 없는 커다란 짐승을 사냥한 어느 더운 날 문득 깨달았을 거다. 다른 고기와 달리 이 길고 구불구불하고 보들보들한 부위는 금방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려..!


내장은 어느 순간부터 비교적 양이 얼마 없는, 가장 신선할 때 먹어야만 하는 부위로 귀하게 대접받았겠지. 그러니 신선한 내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지위가 높거나 힘이 센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


내장을 먹고 먹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다던 프로메테우스는 매일 독수리에게 내장을 쪼아 먹히는 형벌에 처해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명작 <레버넌트에서, 동료들에게 배신당하고 죽을 위기에 처한 글라스(디카프리오)는 들소를 사냥해 먹고 있는 인디언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고, 인디언 남자는 신선한 내장 한 덩어리를 던져준다. 또 꼬리 아홉 개 구미호는 밤마다 팔에 참기름을 바르고 소의 엉덩이로 손을 집어넣어 신선한 내장(간)을 꺼내 먹는다.


그러나 이야기 속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구운 내장을 먹는 것은 살코기를 먹는 것에 비해 낯선 일이다. 나도 본가에서 내장요리를 먹지 않아, 스무 살이 넘어서야 아테나카지노이라는 음식이 있단 걸 알게 됐다. 고기는 자주 구워 먹지만 내장을 먹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왕왕 있는 것 같은데 다행히 나는 아테나카지노을 씹고 맛보고 뜯고 즐길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랐다.


개인의 취향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돼지아테나카지노보다 소아테나카지노을 더 좋아하는데, 다양한 부위 중 으뜸을 꼽으라면 역시 아테나카지노이다. 가지런히 정렬되어 뜨거운 불판 위에 지글거리는 아테나카지노을 기다리며 소맥을 만다. 바짝 구워져 바삭한 껍질을 씹었을 때 톡 터지는 곱. 부추나 양파 절임과 함께 집어 우물거리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별이 반짝거리는 것 같다. 조금 느끼해진다 싶을 때 소맥 한 잔으로 입안을 싹 씻어내면 이 원초적인 행위를 끝도 없이 반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테나카지노이 한두 점 남을 무렵 주문하는 볶음밥은 식사의 화룡점정이다. 배가 불러도 언제나 호기롭게 2,3인분을 시킨다. 애매하게 남은 맥주를 한 병 더 시키고, 또 소주가 모자라 한 병 더, 가생이부터 눌어붙은 밥알을 조금씩 긁어 가며 먹다 보면 어느 순간 가운데 동그란 한 숟가락만 남는다. 뜨거웠던 기름이 식고, 영원할 것 같았던 아테나카지노 시간은 막을 내린다. 싸늘해진 불판 앞에서 괜히 멋쩍고 아쉬운 마음에 젓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는 머리와 옷에 기름 냄새가 담뿍 배어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했던 친구들 모두에게 같은 냄새가 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좀 웃기다. 그리고 다음 아테나카지노은 어느 가게에서 먹으려나 생각한다. 오래오래 아테나카지노을 잘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도록, 이가 튼튼하고 혈압도 정상인 건강한 할머니가 되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