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머스트잇 토토 수용성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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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전문 상담사 덕규언니 Apr 28. 2024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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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수용성이라는 말

여러 사람으로부터 같은 말을 들었다.

우울은 수용성이라 물에 녹아 옅어진다고.

나를 생각해서해준 이야기라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라생각했다.

물론 물로 씻고 나면 머스트잇 토토한 기분이 한결

나아지겠지만, 나의 우울은되려물에 약했다.

비가 올 때면마치 빗방울이 머스트잇 토토을 머금고

내리는듯우울의 농도가짙어졌기 때문이다.

우울은 단순히 물에 녹아서 줄어드는게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던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기분과

나를 돌보고 있는 느낌, 이후에 따라오는 활동들

(예를 들어 로션을 바르거나, 밖으로 나서는 것)이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거라생각했다.

나의 경우 물로 씻었는지의 여부보다는

몸을 움직였는가 혹은 움직여서 다다른 곳에

빛이 있는가의 여부가감정에영향을 주었다.

한창 머스트잇 토토이 찰랑찰랑 목 끝까지 차 있었을 땐

오래전에벗어던져뒀다 잊어버린양말처럼

집 안 어느 구석에서오래도록구겨져 있었다.

물이라곤 닿지 않아 '탁'치면 먼지가 '펑'할 듯

메마른 상태에, 왠지쿰쿰한 냄새가 날 것 같은

몰골이었지만 집을 나서 햇빛을 쬐는 날이면

뽀송하게 기분이 가벼워지곤 했다.

버짐이 펴서 버석대는 얼굴에

떡이 져서 가닥가닥 뭉친 머리칼일 지언정

볕을 쬐며 걷다 보면 씻은 듯 개운해졌다.

그때 문득 그들이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혼자서 나지막이 그 말에 대답했다.

우울은 '수용성'이라기보단 빛에 반응하는

'광활성'에 가까운 것 같다 라고.

머스트잇 토토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찾아 읽었다.

"머스트잇 토토이란 단순히 세로토닌의 부족이라는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고로

약 몇 알로 뚝딱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계속 머스트잇 토토증과 싸워온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

환자를 보는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치료사까지.

각자가 처한 상황과 대처는 달랐지만 수십 권의

책 속에서 찾은 길은하나로연결되어 있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는 최근에 쓴책

<벌거벗은 정신력에서정신과적 머스트잇 토토증을

"비정상적인 인생경험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

이라고 표현했다.

이 '이상한' 상태에 붙은 '정상적'이라는

표현이 나에게얼마나 위안이 되었던지

나는 같은 구절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며

뭔지 모를 감정에 마음을한참 더듬었다.

'인생을 살면서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어려움'

마치 무언가를 상실한 이들에게 자연스레 나타나는

슬픔, 눈물, 아픔과 같은 애도반응처럼머스트잇 토토증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삶의 부분이라는생각이 들자 '머스트잇 토토한 나'를 바라보던 시선도달라지는듯했다.

머리로는 내가 아픈 것을 알면서도

마음으론 이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던나는 스스로에게 '너는 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거듭 되물었다.

그것은 '아픈 나'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라기보단

받아들여지지 않는'머스트잇 토토한 나'에 대한 못마땅함이

담긴질책에 가까웠다.

아픈내게 그무엇보다필요했던 것은

머스트잇 토토증에 걸린 나에대한 수용이아니었을까?

'우울은 수용성'이라는말은 어쩌면 머스트잇 토토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것을수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나쁜 음식을 먹었을 때 올라오는 구역질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증상이자 신호다.

고로 무작정구역질을 약으로 누를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더라도 실컷 구역질을 해야만 산다.

머스트잇 토토 또한 지금의 삶에 방식이 뭔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주는마음의중요한 신호와도 같다.

고로 머스트잇 토토을부정하고 약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머스트잇 토토을 인정하고 삶의 방식을돌이켜봐야 한다.

머스트잇 토토이 수용성이든 광활성이든 중요치 않다.

그 보단 어서 이것을 지우고 녹여서 없애 버리려는

마음이 아닌 머스트잇 토토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사려깊게머스트잇 토토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를 찾아온 머스트잇 토토과 머스트잇 토토한 나를 수용하고

마음이 보내는 메세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간단한 듯 가장 어려운 일에살며시마음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