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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크림쌤 Apr 24. 2025

요새 중학생들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이유

초등학생 때는 친구가 한 명 이상 꼭 있었는데,
중학교에 가서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해요.


중학생 자녀를 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가 많지는 않았어도 외톨이였던 적은 없었는데...'라고 말입니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잘 지냈던 아이가 중학교 가서 여러 가지 친구 문제를 겪고 청소년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학교에 가길 거부하다 학업중단까지 오기도 합니다. 자녀가 외롭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아이 대신 외롭거나 아파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중학교 생활은 아이들에게는 상상 이상으로 낯설고 힘듭니다.

과목별로 선생님이 다른 것부터 쏟아지는 수행평가와 시험까지, 모든 게 다른 학교 시스템도 적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인근 여러 초등학교에서 한 중학교에 오니, 낯선 아이들도 너무 많아 더 두렵습니다. 적응을 잘한다면 다행이지만 교우관계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부터고민걱정이 시작됩크보벳. 마음은 급한데 개학한 지는 일주일, 이주일 자꾸만 시간은 흐르며 더욱 초조해집니다. 그렇다고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때처럼 친구를 만들어준다고 다 큰 중학생 아이를 데리고 엄마들끼리 모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자율성과 독립성이 부여되는 사춘기 시기니 말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친구를 사귀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학교나 학원이 끝난 후 집에 바로 가지 않고 근처 놀이터나 공터에서 뛰어놀곤 합니다. 여러 학원에 다녀도 학교 시험이 없으니 여유 시간이 중고등학생에 비해 많습니다. 보통은 공통 관심사(놀잇감)가 맞으면 이 관심사를 주제로 대화를 곁들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놉니다. 그렇기에 친구가 성격이나 성향이 나와 조금 다르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놀이에 대한 관심사만 비슷하면 금세 친구가 됩니다.


근처 공원이나 도시하천에 가서 올챙이나 송사리들을 관찰하며 놉크보벳. 매미나 잠자리를 잡는다며 수집통과 잠자리채를 들고 다니기도 합크보벳. 의기양양, "엄마, 내가 잡았어!"라며 잡은 곤충 수십 마리를 통에 담아 가져오기도 합크보벳. 작은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던지거나, 예쁜 돌멩이나 나무에서 떨어진 작은 돌사과나 돌복숭아들을 이유 없이 모으는 경쟁을 하기도 합크보벳. 모래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거나, 파서 물을 부으며 요리놀이도 합크보벳. 물론 부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구석에 모여 앉아서 함께 휴대폰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요.


그러다 사춘기가 오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우선 더 이상 예전처럼 놀이터나 자연에서 뛰노는 게 재미가 없습크보벳. 게다가 하교 시간이 늦어졌습크보벳. 보통 빨라야 오후 3시, 7교시가 있는 날은 4시가 넘어서야 끝납크보벳. 그런데 학원은 보통 4시에서 5시면 시작하는 곳이 많습크보벳. 학교는 더 늦게 끝나는 데다 학원까지 가야 해서 여유 시간이 훨씬 짧아져 뛰어놀고 싶어도 그럴 시간도 없습크보벳. 최소 영수 2과목에서 많게는 국영수과에 논술수업까지 5과목 이상 학원을 다니기도 합크보벳. 그러니 수학 학원이 끝나도 다음 날 가는 영어 학원 숙제를 해야 하니 시간은 더 부족합크보벳. 학교 수행평가나 시험기간까지 겹치면 하루 종일 쉴틈이 없습크보벳. 그러니 카카오톡이나 DM으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노는 시간이 점점 늘어납크보벳. 물론 주말이나 시험이 끝나거나 시간이 생기면 만나서 놀기도 합크보벳.


시간이 부족하니 예전처럼 공통의 관심사를 외부 환경에서 찾지 않습크보벳.

초등학생 때처럼 놀이터나 공터에서 뛰어놀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떱크보벳. 시간이 조금 더 있으면 맛있는 걸 먹거나 사진을 찍으며 놀곤 합크보벳. 남학생들은 함께 농구나 축구를 하기도 하고, 여학생들은 함께 가벼운 쇼핑을 즐기기도 합크보벳. 외부 환경이 아닌, 서로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는 대화가 늘어납크보벳. 이 과정에서 말투나 행동, 미묘한 사회적 맥락 파악, 성격이나 취향이 드러나게 됩크보벳. 만약 한두 번 함께 대화를 나누었지만 무언가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다고 느끼면 '쟤 왜 저래? 진짜 특이하다.'라고 생각해 버리다 멀어지기도 합크보벳. 아직 전두엽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직관과 감각에 의존하는 시기라 성숙한 사고가 어렵기 때문입크보벳.


요새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극핵가족화에 팬데믹까지 더해져 사회성 훈련과 인간관계 기술 습득 기회도 놓친 아이들이 많습니다. 대인관계 기술에는 언어 표현뿐 아니라 얼굴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며, 상대가 말할 때 얼굴 표정을 관찰하며 학습이 됩니다. 그런데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다녔으니 얼굴 표정과 같은 미묘한 표현을 학습할 기회를 몇 년이나 놓쳤습니다. 게다 마스크를 벗고 있는 집에도 가족이 몇 명 되지 않고, 옆집과는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온마을이 한 아이를 키웠다'던 예전 부모 세대와 같이 친구를 사귀긴 어렵겠지요. 개인주의 문화 확산과 대면이 아닌 디지털 소통의 증가도 한몫을 더했겠고요.


그렇지만 요새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학생수 감소와 남녀합반 문제입니다. 한 반 학생수 3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동성친구는 평균 15명에 불과합니다. 소규모 학교이거나 남녀성비가 불균형한 경우에는 심지어 5~8명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소수의 인원 중 나와 맞는 친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지금 중학생들의 부모 세대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를 떠올려보세요. 저의 경우,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었지만 남녀분반이었습니다. 게다가 한 반 학생수도 50~60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성격이 소심하거나 다소 특이한 성향을 가진 학생이어도 동성의 50여 명 중 나와 비슷한 친구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명 내외의 동성 친구 중 나와 맞는 사람이 없으면 그 해에는 외톨이가 됩니다.


"남중은 '동물의 세계', 여중은 '잔혹 동화'같아."

제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남학생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삽니다. 여기서 힘은 물리적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 방면이라도 강한 아이를 의미합니다. 여학생들은 겉보기엔 둘셋씩 몰려다니며 까르륵 사랑스럽게 웃곤 합니다. 그러나 그 내면에선 혹여 내가 팔짱을 끼고 있는 친구에게 버림받을까, 멀어져 나만 소외될까 늘 전전긍긍합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친구 눈치를 살피거나 비위를 맞추며 학교 생활을 합니다. 혹여 지금 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면 우리 반에서 낄 수 있는그룹은많아야 2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한두 개의 그룹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학년이 바뀔 때까지외톨이로 신세입니다.화장실은 물론이고, 급식실에도 혼자 가야 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이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급식실 혼자 가는 게 어때서 그러니. 엄마도 말이야. 친구 없을 땐 도시락 혼자 먹고 그랬어! 그럴 때도 있는 거야.'라고 치부해 버리면 안 됩니다. 그러면 이 말을 들은 자녀는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고 '다시는 말하지 말아야지'라고결심하게 될 테니까요. 사춘기 자녀 고민 해결의 출발선은 어디일까요?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게 꼭 내 아이 잘못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관점의 전환,
방황하는 사춘기 자녀에 대한 이해의 시작입크보벳.

크보벳




<본인과 자녀의 위기를 극복해 온 중등교사 생존 비법서 - 사춘기, 학교에서 살아남기 1는 매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저와 자녀의 학교생활 위기를 극복해 온 실제 노하우에 19년차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의 비법까지 함께 담아내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존의 <ADHD 교사 자녀, 학군지에 던져지다브런치북 연재요일을 주1회(매주 화요일)로 변경됨을 안내드립니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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