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는 세뇌로 덮을 수 있다.
케이슬롯(gaslighting)을 네이버에 검색했더니 3가지 뜻이 나온다.
첫째, 상황조작을통해타인의마음에자신에대한의심을불러일으켜현실감과판단력을잃게만듦으로써그사람을정신적으로황폐화시키고그사람에게지배력을행사하여결국그사람을파국으로몰아가는것을의미케이슬롯심리학용어이다.(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둘째,사실,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상대방이 기억, 정신력 등을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조작.(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신조어, 시사관련 용어사전)
셋째,뛰어난 설득으로 남의 마음에 스스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유사어로는세뇌, 현혹, 마인드 컨트롤이 있다.(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심리학에 나오는용어사전)
이 중 세 번째 정의가 내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온다.
자존감이 참 낮은 케이슬롯였다. 그렇기에 자신감도 참 낮았다.
난분명 케이슬롯 크든 작든 늘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며 키워왔다.내 기억이 맞는다면'네가그걸어떻게해?'라던가'네가하긴어려울것같은데'따위의케이슬롯를무시하거나깎아내리는말도 해보질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자존감도, 자신감도 부족했다. 특히 중학교에 가서는 더욱 그랬다.
아마도 'ADHD로 타고나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실패나 지적받은 경험의 축적'이 원인이리라 예상만 할 뿐이다. '게다가 타고나길 예민한 기질을 가졌기에 더더욱 감정은 증폭되어 상처가 더 깊게 남았겠구나'라고 추측을 더할 뿐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실패의 경험이 쌓여 '난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세뇌가 되어 있었다.
실패의 경험이 많다 보니 한 가지 일을 할 때에도 '실수할지 모르니 더 완벽히 해내야 하는데.. 그러니 내가 더 해낼 리가 없잖아'라며 완벽주의를 꿈꾸지만 완벽하게 해내지 못함을 알기에 더욱 회피하고 있었다. 티라노씨는 15년간 실수투성이 ADHD로 살아왔다.그리고 무려45년을 ADHD라 실수를 극복하느라 애쓰며살아온 엄마인 나는누구보다 이 과정을 잘 알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벌이는 잦은 실수는 완벽주의를 꿈꾸게 하지만결국 좌절로 이어진다는 사실 말이다.
매일꾸준히케이슬롯케이슬롯으로세뇌를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에는이,눈에는눈'이듯,세뇌는세뇌만으로덮을수있다는생각이어느날문득머릿속에 '!'하고떠올랐다.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예전에 불안증이 터져 상담을 받을 때 배운 방법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양손을 교차하여 어깨 위로 올린 채 토닥이며 '셀프 케이슬롯'을 하고 자는 방법이었다. 셀프 위로를 하고 자면 어떠냐는 나의 제안에 다행히티라노씨는 해보겠노라고 답한다. 그렇게 우리의 케이슬롯은 시작되었다
매일 밤 하는 '셀프 가스라이팅' 3가지
내일이면 갓반고라고 불리는 학군지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케이슬롯 티라노씨였다. 이러던 아이가 아닌데 방학이 흐를수록 점점 예민해져 말도 못 붙이게 한다.유일하게다니는수학학원숙제마저버거워한다. 제 실력껏 들어간 레벨인데도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아닌 척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되는 상황이 불안하고 긴장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게다가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등학교이니 말이다.
숙제 다 못해도 괜찮아.
공부 못 해도 괜찮아.
(20점 맞아도 좋으니) 수업 열심히 듣자!
셀프 가스라이팅을 시작한 지 일주일인가 지났을 때 티라노가 내게 작은 제안을 한다. "엄마, '20점 맞아도 좋으니'는 빼도 될 것 같아."라고 말이다. 점수에 상관없이 그냥 수업을 열심히 들어보고 싶은 모양이다. 중학교 때와 달리 말이다.
이 3가지 문장을 매일 밤스스로를 토닥이며 3번 소리 내어 외치고 잔지 보름이 넘었다.그리고 수학학원방학 특강기간이끝난 어제부터는순서를조금바꾸었다."공부못해도괜찮아.수업열심히듣자!숙제다못해도괜찮아."라고말이다.가장중요하게생각케이슬롯것부터외쳐야뇌에서기억을더잘하리라는믿음때문이다.
이 작지만 큰 결심을 외쳐주는 것마저 너무 고맙고 반가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렇게 오늘도 내 가슴에 박힌 작은 가시 하나가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