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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서재 Mar 06. 2025

삶의 텐텐벳를 닦다.

텐텐벳 단상

일상의 소중함, 소소한 행복


퇴직 후, 나는 자연스럽게 설거지를 도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가사 분담이라 여겼지만, 어느 순간 설거지는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퇴직 3년 차,설거지 3년 차가 되었다.싱크대 앞에 서서 쌓여 있는 접시를 닦고, 물기를 털어내며, 나는 내 안의 생각들도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나만의 설거지 순서는 이렇다.

맨 먼저 컵,그릇과 접시를 닦는다.기름기 없는 식기부터 다음은 기름 묻은 식기 차례로 한다.팬과 냄비는 맨 나중에 설거지를 하는 편이다. 이런 순서로 설거지를 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기름이 많은 식기는 마지막에 씻는 것이 좋다. 사실 처음부터 이런 순서는 아니었다.




설거지는 흔적을 지우는 일이다.

식탁 위에서 펼쳐진 하루의 이야기가 그릇에 남는다. 기쁨도, 짜증도, 때로는 아쉬움도. 하지만 따뜻한 물에 담가 부드럽게 닦아내면, 모든 것은 다시 새로워진다. 마치 삶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흘려보내듯, 설거지는 나에게 비움의 텐텐벳를 가르쳐 주었다.


설거지는 마음을 닦는 일이다.

거품이 이는 순간, 내 마음에도 작은 여유가 피어난다.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따뜻한 물이 손끝을 감싸는 동안, 쌓였던 피로도 풀리고 마음도 차분해진다. 어떤 날은 무의식적으로 싱크대를 닦으며, 문득 떠오른 좋은 생각을 글로 남기기도 한다.


설거지는 감사하는 일이다.

깨끗이 씻긴 그릇을 보며, 다시금 음식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가족이 함께한 식사의 흔적을 치우면서, 그 순간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먹을 수 있음에, 나눌 수 있음에, 그리고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다.그것은 내 삶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은 참 많다. 기름때가 묻은 그릇은 한 번 헹군다고 깨끗해지지 않는다. 거품을 내고 부드럽게 문질러야 한다. 우리의 관계도 그렇다. 오랜 세월 쌓인 오해와 무심함이 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정성껏 다듬어야 한다.무엇보다, 설거지는 ‘나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한 사람이 모든 짐을 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인생 2막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법이다.


예전에는 설거지가 그저 피해야 할 집안 일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내 삶을 되돌아보는 작은 명상이 되었다. 손끝에서 거품이 일어나고 물이 흐를 때, 나는 내 하루를 정리하고, 나를 위해 애써온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법을 배운다.함께하는 삶, 그리고 함께하는 노동이 주는 소중함을 깨달으며, 오늘도 싱크대 앞에서 나는 인생을 닦아내고 있다.


설거지는 단순한 청소 작업을 넘어, 삶의 의미와 관계를 탐구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설거지를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평화로움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오늘도 나는 싱크대 앞에 선다. 그리고 조용히, 삶의 텐텐벳를 닦아 나간다.성찰과 실천을 통해 더욱 텐텐벳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소소한 행복을 쌓아 가자. 깊이 깨닫고 실천하며 내면화하자.돈만 저축을 하는 게 아니다.말도 행동도 저축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 출처 : AI


#인생2막 #설거지 #텐텐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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