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Apr 09. 2025

카지노 워 만의 철회

갈 곳도 정하지 않고 덮어놓고 가자고?

사흘 전 일요일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갑자기 개헌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대선일에 개헌 국민 투표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불과 사흘 만에 그 제안을 철회했다. 개헌에 대한 정당별 입장 차가 큰 만큼 대선 뒤로 미루잔다. 그걸 예상 못하고 특별 담화를 했을까.


돌이켜 보면 역대 국회의장 치고 개헌을 하자고 외치지 않은 의장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직전 국회의장이었던 김진표 의장도 2023년 1월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갔지만 별무성과였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도 2021년 제헌절을 맞아 정치개혁특위를 열어 개헌을 포함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역시 개헌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그러니 이번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도 그리 새롭지는 않아 보인다.


문제는 카지노 워의 방향이다. 우리는 왜 카지노 워을 해야 하며 어떤 카지노 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나. 필자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 좀체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가졌다고?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만 들여다보면 대통령은 할 수 없는 게 참 많다. 장관 하나 맘대로 임명하지 못한다.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물론 청문회에서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더라도 끝내 임명하면 그만이지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시도지사 임명권은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그만두려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다. 개헌할 필요성이 있다고 치자. 어떻게 개헌할 것이냐다.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줄일 것이며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그냥 둘 것인지 국회에 속하게 할 것인지 등 개헌하려면 따져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의 권한을 줄여야 할 부분은 없을까.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만 고치는 개헌을 하자고? 과연 그건 국민적 합의를 이뤘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개헌의 방향은 천 갈래 만 갈래일 수 있다. 어느 방향일지에 대해서 정해지지도 않은 채그냥 개헌하자고? 그건 마치 아이가 부모에게 "가자, 가자" 하고 떼를 쓰는 것과 같다. 어디로 갈지도 정하지 않고 그냥 가자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그냥 그 자리에 가만 있는 게 맞다. 왜 이 자리에 그대로있으면 안 되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는 것이 최선인지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움직여야 한다. 국회의장의 카지노 워 만의 철회를 보고 좀 진중한 국회의장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사흘 만에 철회할 것이었다면 애초 하지 말았어야 했다. 체면만 구겼다.


카지노 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