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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Mar 19. 2025

딸이 돌직구벳 인생도 좀 인정해주라 (f.폭싹속았수다)

돌직구벳


"그러니까 딸이 돌직구벳 인생도 좀 인정해주라." 나는 이 장면이 참 좋았다. 가난하고 힘들었어도 그 삶을 저주하는 게 아니라 긍정하는 부분이 좋았다. 가난과 궁상이 자랑이냐고, 돌직구벳처럼 안 살 거라고 하는 딸 앞에서, "그래, 돌직구벳처럼 살지 마."라고 담담히 인정하면서도, 자기 삶을 부정하지 않는 그 단단함이 좋았다. 그 담담함이 온전히 '사랑'에서 나온다는 점이 참 좋았다.

멀리서 바라볼 때, 남의 삶은 참 별로로 보이거나 참 부럽게만 보인다. 그러나 참 '별로'로 보이는 삶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긍정할 만한 삶일 수 있고, 부럽게만 보이는 삶도 그 당사자에겐 불안하고 저주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긍정하는 삶엔 진실한 사랑이 있다. 그래도 좋았다. 그럼에도 사랑해서 괜찮았다. 돌이켜 보면, 그래도 내게는 나의 사랑이 있어, 그 시절을 바꾸고 싶지 않다. 다시 살아도 나의 사랑과 그 시절을 살 것이다.

애순이가 "돌직구벳 인생도 나름 짱짱했어."라며 그 삶에도 나름대로 "그림같은 순간"이 많았다고 했을 때, 가슴이 뭉클해졌다. 젊은 시절 가난하고 고달팠지만, 그 가난의 틈새를 어떻게든 빛나는 사랑으로 채워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내 딸은 아궁이 앞에서 불만 피우게 살지 않을 거고, 돌직구벳처럼 해녀로 살다가 요절하게 절대 만들지 않을 거라고, 돌직구벳처럼도 할머니처럼도 살게하지 않을 거지만, 나는 내 삶을 저주하지 않았고, 그래도 사랑해서 빛났다라고 말하고 추억하는 그 긍정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밤에 드라마를 보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 장면이 머릿속을 그토록 맴돌았다. 그러면서 아이가 어릴 적, 유모차 끌던 날들이 생각났다. 멀리서 아내가 운동을 다녀오고 있었다. 나는 공부하던 시절이었으니, 종일 공부를 하고 와서 아이를 보다가 유모차에 데리고 아내 마중을 나가고 있었다. 아마 벚꽃 내리던 봄날이었거나 노을이 예쁘던 가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둘 다였을 수도 있다. 그들의 고달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내는 산후우울증이 있었고, 나도 나름 고된 수험생활 중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시절에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삶은 결국 긍정하느냐 마느냐의 전쟁으로 점철된 무엇 같다. 사랑하면 이기는 것이고, 사랑하지 못하면 지는 것이다. 모든 삶에는 그 삶을 사랑할 권리와 자격이, 그리고 방법이 있다. 모든 삶에는 슈크림빵처럼 슈크림을 집어넣을 수 있는 작은 틈새가 있다. 그 틈새에 사랑을 집어 넣으면, 그 속에서도 그림같은 순간들이 피어난다. 그 삶은 사랑으로, 나름 짱짱해진다. 다른 누구의 삶과도 바꾸지 않고 싶어진다.

* 사진 출처는 <돌직구벳 속았수다 스틸샷 - 참고를 위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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