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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율 Apr 10. 2025

우울은 수용성

기부벳이 안 좋을 때 다스리는 방법에 대하여

행복해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욕심을 줄이거나 소유물을 늘리는 것이다.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좋다. (프랭클린)


기분이 가라앉거나 좋지 않을 때 기부벳 행동이 있나요?



지금 시각은 오전 7시 30분. 초3 딸이 아침밥을 먹으며 구몬학습지를 하고 있는데 하기 싫음이 역력한 표정이다. 일주일에 한 번 구몬선생님이 집에 방문기부벳 화요일에는 언제부턴가 밀린 학습지 하느라 엄마인 나도 괜히 아침부터 조급해지고 아이는 아이대로 짜증 나고, 몇 달째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니 답답하다. 간단하게 학습지 끊어버릴까라고도 생각했지만 게으른 엄마는 이거라도 해야 수학 연산 연습할 테니 기본이라 생각하고 간신히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몇 문제 풀다가 멍하니 딴생각하고 있는 딸에게 학습지를 툭툭 치며 해야지라고 말하고 다시 문제 풀고. 학교 가기 전까지 충분히 할 수 있는 양인데도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는 딸을 보면 다시 배속에 넣고 싶다. 처음 덧셈, 뺄셈 할 때는 기부벳 좋게 쓱쓱 풀던 아이였는데 나눗셈으로 넘어가니 재미없고 어려운지 연필 잡는 자세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

결국 서로에게 뾰족한 말로 심기를 건드리고 이제는 제법 엄마에게 말대꾸도 따박따박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속에 간신히 잡고 있던 나뭇가지가 뚝 부러지고 밑에 깔린 낙엽들엔 불이 붙어 버럭소리치고 화를 내는 내가 나왔다.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기부벳이 가라앉고 안 좋다. 냉랭하게 학교 보내고 침대에 태아처럼 누워있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공허하게 누워있다가 초록색 미니다이어리에 이 순간을 몇 자라도 기록해 놓는다. 한 줄이라도 적고 나니 이제 조금 털어냈다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엄마는 침대옆 다이어리에 연필과 함께 놓아두고 수영기부벳 엄마로 변신해 수영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샤워 후 예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체온보다 낮은 온도로 나를 감싸주는 물속에 과감하게 들어간다. 오늘은 뭘 배울까. 지금부터 50분 동안은 오로지 물속에서 규칙적으로 행해야 하는 팔과 다리, 머리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 팔에 신경 쓰면 발차기가 엉망이고, 발차기에 신경 쓰면 팔이 안 되는 기가 막힌 상황연출에 실소가 나온다. 서로가 이게 안되네 저게 안되네 하하하 웃고 떠들다 보면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있다.

나약하지만 어떻게든 해내는 나를 만나고 둥글게 모여 다 같이 손잡고 파이팅 외치면 수업 끝이다.


다시 샤워 후 수영장 밖으로 나가면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긴다. 갑자기 쏟아지는 햇살에 눈은 찡그려지지만 상쾌해진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반짝이는 연한 초록나무와 맑은 하늘. 감정적으로 정화된 내가 서있다. 앉거나 서는 동작이 없는 수영으로 인해 땅을 걸어 다니는 느낌도 생소하게 좋다. 이제 슬슬 배가고파진 나는 뭘 먹을지 고민한다. 그렇게 오늘도 기부벳을 짝사랑기부벳 왔다.


기부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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