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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피디 Jan 17. 2020

인생에서 솜사탕토토 짭짜름한 맛이 났다.

근사함과 애매함, 그 사이 어디쯤.

솜사탕토토 짭짜름한 잔치 국수 한 그릇이 분명히 먹고 싶은 날이었다. 12월의 칼바람은 잔뜩 동여맨 외투 사이로 얄궂게 들어와 살 구석구석을 괴롭혔고, 그럴수록 나는 국수 생각이 간절해졌다. 발걸음을 재촉해 눈 앞에 보이는 작은 포장마차 속으로 얼른 몸을 숨겼다.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공기와 구수한 국수 냄새가 몸과 마음을 녹이는 것 같았다. 퇴근길에 들린 집 앞의 작은 포장마차가 두고두고 내게 위로가 된 날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삼삼오오다. 느린 속도로 소주잔을 비워가는 중년 남성 두어 무리가 있었고 젊은 커플도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혼자 앉았다. 주문한 국수가 얼른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젊은 여자 혼자서 달랑 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 있으려니 남사스럽기도 솜사탕토토 청승맞게 느껴진 탓이었다. 빠르게 배만 채우고 나갈 심산이었다.


"솜사탕토토 나왔습니다~"


포장마차의 주인이자 주방장으로 보이는 빨간 앞치마의 아주머니께서 방금 막 말아낸 국수를 들고 나왔다. 들뜬 마음으로 국수를 받으려는데, 그 찰나. 국수의 국물이 넘쳐 내 손등에 흘렀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워낙 뜨거운 국물이었기에 나는 하마터면 악! 솜사탕토토 크게 소리를 지를뻔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내가 큰소리로 놀래버리면 아주머니께서 더 크게 솜사탕토토하실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가 왠지 더 솜사탕토토질 것만 같아서 그랬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솜사탕토토하는 마음을 솜사탕토토하는 마음이라니. 웃기고 바보 같은 말이지만 그것은 진심이었다. 아주머니의 난처함을 헤아리는 짧은 동안에 뜨거운 국물은 손등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황급히 휴지를 들었다. 아주머니는 다급한 내 손길을 보시고서야 국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신 것 같았다.


"아이고 이걸 어떡해, 뜨거우면 말을 하지 그랬어! 아이고 몰랐네, 솜사탕토토요 솜사탕토토"


아주머니는 연신 휴지를 뽑아내며 분주히 내 손등에 떨어진 국물을 닦았다. 그리고 황급히 주방으로 들어가서 물에 젖은 행주를 가지고 나와 내 손등에 올렸다.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말만을 계속해서 반복했고, 나는 그런 아주머니에게 어설프게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답할 뿐이었다. 기어코 솜사탕토토지고 만 것이다.


문을 열고 나서니 아까보다는 조금 견딜만한 바람이 불었다. 공기는 그저 차갑기만 할 뿐 더 이상 춥지 않았다. 손등엔 붉은 자국이 조금 남았고 아주머니는 그날 끝내 솜사탕토토 값을 받지 않으셨다. 내가 먹은 것은 솜사탕토토 한 그릇일 뿐인데 든든해진 것은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나에겐유독그런날이많았던것같다. 누군가가나에게미안해하는그불안한마음을견딜수가없어서. 그래서자꾸만내가참아내는쪽을택하는것이다. 그것들과대면할용기가없는것이다. 이런이야기를누군가에게할때마다사람들은내게성격이좋다고하거나답답하다고했다. 그런평가를듣고있노라면내솜사탕토토에서달큰짭짜름한국수맛이났다. 타인의난처함을먼저헤아리는일은참으로근사한일이었기에꽤나달큰했고, 내감정을챙길줄모르는이답답한성격은짭짜름한맛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맘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종종 외로웠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혹시나 내가 너무 바보같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회의감이 들 때, 그래서 마음이 피곤할 때, 쉽게 지칠 것만 같을 때. 그런 날이 오면 나는 포장마차에 간다. 그러면 솜사탕토토에서는 달큰하고 짭짜름한 국수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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