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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연 Apr 14. 2025

<<우리는 자주 오해룰라벳 가끔 이해한다 6화

조직이라는 공간에서 룰라벳가 마주하는 것. 관계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

★배경 : 골든크러스트 베이커리 본사 제품개발팀

★등장인물 :

1‍. 윤서진 (37세) – 제품개발팀 팀장

전직 마케터 출신, 전략적이지만 룰라벳 표현이 서툴다. 실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조직 내 ‘관계의 기술’에 익숙지 않다. “난 잘해주려는 건데 왜 자꾸 어긋날까”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정답은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놓치기 쉬운 리더.


2. 정현 (29세) – 팀원, 감각 좋은 신입 파티시에

제빵과 디자인 개발에 탁월한 감각이 있지만 표현이 직설적이다. 권위에 위축되지 않는 성격, 서진 팀장과 룰라벳 부딪힌다. “나는 팀장이 아니잖아. 이 일에 책임을 다하려고 할 뿐이야.”


3. 박가령 (34세) – 팀원, 전직 공장 생산라인 매니저

현장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이과형 실용주의자. 말을 아끼는 편, 눈치가 빠르고 조직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팀장의 말보다 팀 분위기를 보고 판단룰라벳.


4. 김미연 (41세) – 팀원, 브랜드 콘셉트 디자이너

감정에 예민룰라벳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 팀 내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는 편이다. 소극적이지만 관찰력이 뛰어나다. “말은 안 하지만, 다 느껴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5. 이도식 (45세) – 팀 외부 컨설턴트, 조직문화 코치이자 심리 상담가

골든 크러스트와 협업하는 외부 전문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보는 렌즈를 가진 인물. 팀 내부의 소통 문제를 관찰룰라벳, 각각의 시선을 연결해 주는 중재자







조직 안의 문제는 대개 룰라벳이 아니라,

룰라벳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다.

- 컨설턴트 이도식 -



어떤 조직이든, 겉으로 보이는 갈등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다.

조용한 공간일수록 감정은 더 복잡하게 흐르고, 침묵은 말을 대신룰라벳.


도식은 오전 미팅이 끝난 뒤 팀 라운지 한쪽에 앉아 있었다.

커피 머신에서 들려오는 윙윙 소리와 간헐적인 웃음소리, 두어 마디 짧은 대화들.

골든 크러스트 본사 제품개발 팀은 언뜻 보기엔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 팀은… 말이 너무 적다.’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팀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정말로 신뢰가 높은 경우, 다른 하나는 룰라벳이 억제된 경우.

제품개발팀은 분명 후자였다.


침묵은 룰라벳의 방어선이다

‘침묵’은 갈등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갈등을 피하려는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 중 하나다.


도식은 컨설턴트로서 수십 개 팀을 만나며 늘 이 질문을 먼저 던졌다.


“여기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루는 룰라벳은 뭔가요?”


이 질문에 곧바로 답하는 팀은 드물다.

대부분은 한참을 고민하거나, 서로 눈치를 본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항상 그 팀의 핵심 룰라벳 구조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 구조는 ‘리더와의 거리’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서진 팀장의 말은 조용룰라벳 논리적이며 예의 바르다.

그녀는 지시를 할 때마다 질문을 덧붙이고, 회의 때마다 의견을 묻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팀원들은 그 질문에 활발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의견을 꺼내도 조심스럽고, 때로는 말끝을 흐린다.


도식은 이 반응이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라고 직감했다.

이건 ‘조심’이었다. _룰라벳의 검열_이 있었고, 그건 분명 ‘회피’였다.

회피는 전염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적 동조(Empathic Contagion)”**라고 부른다.

어떤 팀원 하나가 특정 룰라벳을 억제하거나 회피하기 시작하면, 그 분위기는 빠르게 퍼진다.

특히 조직 내 권력 구조 상단—즉, 리더가 룰라벳을 회피하거나 조율하려 할 때—그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이 팀에서는 미연이 대표적인 동조자의 역할을 룰라벳 있었다.

감정에 민감룰라벳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조직 내 분위기를 먼저 감지룰라벳 그에 맞춰 자신의 반응을 조절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침묵룰라벳, 가장 먼저 한발 물러선다.

반면 정현은 그 흐름에 반응하지 않고, 말룰라벳 싶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 솔직함은 때때로 조직 내 긴장을 일으킨다.

그리고 정현은 점점 말한 뒤에 후회하게 된다.


도식은 그들의 피드백 메모를 하나하나 다시 꺼내보며, 마치 룰라벳의 지도처럼 연결고리를 그려보았다.


미연: “말은 안 하지만, 다 느껴져요.”

정현: “말하라고 해서 말했는데, 왜 묘하게 거절당한 기분이지?”

가령: “상황을 보고 말해요. 대체로 조용할 땐 가만히 있는 게 낫더라고요.”


그건 모두 ‘해석’의 말이었다.

직접 들은 말보다, 말의 뉘앙스, 표정, _상대의 반응_을 해석해서 각자 반응룰라벳 있었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해석이다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룰라벳 간과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에 반응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말을 해석한 내 방식’에 반응룰라벳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내재화된 내러티브’(internal narrative)**라고 부른다.


미연은 상대의 말보다, 그 말에 담긴 룰라벳의 ‘톤’을 듣는다.

정현은 말의 논리성과 정당성을 먼저 본다.

가령은 전체 분위기와 결과를 기준 삼아 말할지 말지를 결정룰라벳.

그리고 서진은 말의 구조와 방향성을 중심으로 소통룰라벳.

즉, 네 사람이 모두 ‘다른 언어의 해석자’들인 셈이다.

같은 대화 안에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룰라벳, 반응룰라벳, 조심하거나 말한다.


이 팀의 문제는 언어의 부재가 아니라, 해석의 충돌이었다.


서진은 자신이 질문을 던졌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질문은 팀원들의 입장에서는 ‘정답을 유도하는 질문’으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룰라벳에 대한 공간 없이 방향만 정해졌기 때문이다.

룰라벳을 다룬다는 건, 해석을 묻는 일이다.

도식은 메모를 덮고 노트를 꺼내 한 줄을 적었다.


“이 팀은 각자의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해석’ 안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 해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리 말해도 오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팀에 필요한 건, ‘정확한 말’보다 ‘솔직한 해석’을 꺼낼 수 있는 공간이다.

예컨대, 이런 말이 허용되는 대화.


“그 말, 조금 다그치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들렸는데, 제가 예민한 걸까요?”

“지금은 말룰라벳 싶지 않지만, 듣고는 있어요.”


이런 감정 언어들이 조직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야, 해석이 해석으로만 끝나지 않고, 룰라벳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러려면, 리더가 먼저 자신의 해석을 내려놓아야 했다.


팀장과 팀원을 모아놓고 도식은 조용히 말을 꺼냈다.


“한 가지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오늘 회의 내용 중에서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가장 마음에 걸린 순간을 하나씩 말해보는 거예요.

누군가의 말일 수도 있고, 어떤 분위기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의 반응일 수도 있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처음으로 서진이 입을 열었다.


“정현이 아침에 낸 아이디어, 그 자리에서 반박하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말은 부드럽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현 얼굴이 확 굳는 걸 보니까, 제가 뭔가 다르게 들렸나 싶어서.”


정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그 말, 저한테… 좀 ‘실망했다’는 뜻처럼 들렸어요.”


누군가는 눈을 깜빡였고, 누군가는 몸을 살짝 움직였다.

서진이 처음으로 말했다.


“… 그건 제 해석이 아니라, 그냥 내 표현이 미숙했던 것 같아요.”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그 고요함 속에서 도식은 시선을 가령 쪽으로 옮겼다.
입술을 꾹 다문 채 앉아 있던 가령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사실 저, 서진 팀장님이 저한테 ‘분위기를 잘 본다’고 하셨던 거… 처음엔 칭찬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나중엔 그게 ‘너는 눈치만 본다’는 의미처럼 느껴졌어요.”


서진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아… 그건 아니었어요. 전 진짜로 가령 씨가 흐름을 잘 읽는다고 생각해서... 그게 팀에 중요한 능력이니까.”


가령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알아요. 이제는. 근데 그땐... 제 일하는 방식이 위축된 거 같아서, 한동안 말이 줄었어요.”


그 말에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걸 왜 그때 말 안 했을까, 싶네요. 나도 그 말을 룰라벳 돌아서면서 좀 마음에 걸렸는데...”


가령이 조용히 말했다.


“말하면... 더 멀어질까 봐요.”


서진이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 그 말이, 그녀 자신에게도 익숙한 룰라벳이라는 걸 깨달은 듯이.

그리고, 조용히 있던 미연이 고개를 들었다.
서진과 눈이 마주치자, 미연은 처음으로 자신의 룰라벳을 꺼냈다.


“팀장님, 전 그냥… 무슨 말을 해도 팀장님 생각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룰라벳 받았어요. 그래서 괜히 말 꺼냈다가… 그 결론에 방해될까 봐 조심했어요.”


서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에요. 그건… 제 방식이 너무 확고해 보여서 그랬던 것 같네요. 전 진짜로 의견을 듣고 싶었던 건데...”


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듣고 싶어 하신다는 건 알아요. 근데 그게 ‘마음을 여는’ 듣기인지, ‘정리하기 위한’ 듣기인지는… 말 안 해도 느껴지거든요.”


서진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고는 작게, 정말 작게 말했다.

“… 나는 팀장이니까... 더 잘해야 룰라벳 더 많이 알아야 룰라벳 더 단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순간, 아주 작게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건 룰라벳의 벽이 아니라, 각자가 쌓아온 해석의 벽이었다.
누구도 악의 없이 쌓았지만, 누구도 넘지 못했던 그 벽.
오늘, 그중 하나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도식이 보고서의 결론을 적기 시작했다.



[관찰 요약: 제품개발팀 운영 관련]


본 미팅을 통해, 구성원 개개인이 지닌 감정의 왜곡된 해석이 커뮤니케이션의 단절로 이어졌음을 확인함. 이는 단순한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 간 신뢰의 불균형’과 ‘정서적 회피 전략’이 반복되며 형성된 관계의 구조적 패턴으로 해석됨.

오늘 대화에서는 팀장과 팀원 간 정서적 인정과 상호 룰라벳의 단초가 드러남. 이는 팀 해체 여부에 앞서, 변화에 대한 내적 의지와 관계 회복을 위한 초기 신호로 판단됨. 따라서 제품개발팀 해체 결정 전,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공동 인식 정립

팀원 간 신뢰 회복을 위한 피드백 구조 설계

기존 역할 및 성과평가 기준의 재조정 가능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정기적 룰라벳 구조 점검


→ 위 조건 충족 시, 팀 내 변화 가능성 존재.
→ 해체보다 ‘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여지 확인됨.




룰라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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