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감인간 Feb 20. 2025

시스템 베팅 나한테도 'T'야?

늦깎이 워킹맘의 시간은 잠겨있다. 그렇다면 내 시스템 베팅의 시간은?

늦깎이 워킹맘


내 상황이 한 번에 설명된다. 나를 규정하는 언어나 대화를 멀리했는데 스스로 저렇게 규정하고 살고 있다. 아마도 나의 정체성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늦깎이라서 체력은 떨어지고, 소중한 세계가 생겼기 때문에 지켜내고 싶고,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고 싶은 시스템 베팅이 커졌다. 현실감 있게 잘 살아내려니 열심히 돈도 벌어야 하고, 일상과 꿈과 이상이 뒤섞인 채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시스템 베팅 MBTI 유형은 INTJ. 대문자 T다. 무엇이든 계획하고, 지켰느냐 지키지 않았느냐를 따지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정에 빠지기보다 대안을 찾는 편이다. 감정을 낮춰본다는 게 아니고, 성향상 감정 기복이 덜한 편이다.




그래서 자주 쓰는 말은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하면 될지를 생각하다 보면 액션 플랜이 여러 버전이 나온다. 사실 내가 이 정도로 계획형인 줄 몰랐다. 아이 낳고 더 강화됐다. 목표지향적 인간형이라는 것도. 왜냐면 시간이 없고,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으니 시간을 쪼개기 시작했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회고하고, 뭔가 효과적이지 않다 싶을 땐 또 다른 버전으로 실험하고.


'T'의 함정은 감정이 뒤늦게 따라온다는 것이다. 실행의 어려움보다 실행에 몰두하다 보니 나의 시스템 베팅을 돌볼 여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 다이어리건, 블로그건 그 매듭이 '했느냐, 안 했느냐'로 매듭짓는다. 이렇게 귀결된 태도는내게 또 다른 개선안을 제시한다. 결국 또다시 행동을 내게 지시하는 건데. 이를 두고 남편은 너무 자신을 쪼는 거 아니냐고 평한다.





내게는 어느 쪽으로 걸어가도 상관없는끝이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이 필요하다.


나의 일상은 굳게 잠긴 자물쇠처럼 시간들이 꽉 잠겨있다.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을 해내야 한다. 내일도 모레도 'T'의 스타일로, 'J'의 계획으로 살아가겠지만, 아마 이 매거진은 나의 작고 귀여운 시간들을 지켜내며 드는 생각들을 기록하는 벌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 홀로 벌판에 서서 내 시스템 베팅을 들여다보고, 단정 짓지 않고, 매듭짓지 않고 싶다.

비관의 순간과 낙관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그저 그런 상태로 기록시스템 베팅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