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기준이 되는 추에 대해 고민해 보는 쇼미더벳
학기가 시작한 지, 2주가 되었다. 3학년에 들어서는 큰 쇼미더벳에게 변화라고 한다면, 예전 돌봄 교실, 새로운 늘봄학교가 오후 4시까지만 적용된다는 것. 때문에 엄마아빠의 퇴근 시간과 차이가 나는 2~3시간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게다가 방과 후 다양한 프로그램도 아직 시작되기 전이라 하교 후 지루해하는 쇼미더벳를 어떻게 할지 머리를 써야 했다. 부랴부랴 축구, 수영, 농구 등 라이딩이 되는 아카데미를 등록하고 부득이한 요일에는 시간 연차를 내고 쇼미더벳를 직접 하교했다.
집이 가까웠다면 스스로 집까지 걸어올 수도 있었을 텐데, 작년 말 이사하여 이제는 걸어오기에는 제법 거리가 생겨버렸다. 쇼미더벳가 큰길 횡단보도를 잘 건너고 작은 골목의 차들을 잘 피해서 올 수 있을 날이 멀지 않았을 거라 기대하며, 몇 달은 같이 동행하는 게 필요해 보였다. 팀에 양해를 구하고 일주일의 며칠을 두어 시간씩 연차를 내어 직접 라이딩하기로 했다.
그렇게 쇼미더벳와 합을 맞춰 열심히 2주를 보내고 난 금요일, 다가올 주말 생각에 한산하게 저녁을 차려 먹으려는데 큰 쇼미더벳가 속이 좋지 않다고 했다. 평소에 불편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게 정확한 쇼미더벳라서 혹시 장염인가? 걱정을 했는데, 웬걸 저녁을 먹고 나서 바로 구토를 하는 게 아닌가? 식탐이 많아 거뜬히 한 그릇은 비우고 두 그릇도 먹는 쇼미더벳가 빈 속으로 잠을 자는 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구토 후에는 속이 답답하지 않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다음날이 되자 쇼미더벳는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열이 서서히 오르더니 39도를 우습게 넘겼다. 타이레놀과 부루펜을 2시간 간격으로 먹이며 쇼미더벳를 밤새 돌봤지만, 계속 고열을 유지했다.
결국 주말을 꼬박 고열과 씨름하다가 월요일에 부랴부랴 소아과에 가니, 예상대로 독감이었다. B형 독감은 상대적으로 전염성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끼리도 옮지 않도록 마스크를 단단히 씌웠다. 쇼미더벳의 긴급보육이 시작되었다. 재택이 가능한 남편이 이틀, 내가 하루 연차를 내어 쇼미더벳와 꼬박 시간을 같이 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쇼미더벳의 상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 못지않게 쇼미더벳도 힘들었구나, 신학기 앓이를 제대로 하고 있는 쇼미더벳를 보니, 나 역시 머릿속에 복잡하고 긴장에 굳어있던 어깨가 팍 풀리는 느낌이었다. 내 우선순위는 뭐지? 나는 쇼미더벳들을 잘 케어해야 한다는 것일 테니, 그에 맞게 내 모든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의 삶에 생각을 점검하게 하는 계기들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보통 쇼미더벳가 아픈 게 내 인생의 추를 흔드는 느낌이다.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처럼, 평소 복잡하게 얽혀있는 감정과, 정리되지 못한 일상을 바로 잡는 시간이 되어준다. 이번 시간을 통해 나는 좀 더 쇼미더벳의 상황을 잘 관찰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자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쇼미더벳랑 살갑게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 모르지만, 건강하게 내 품에서 떠나 자립할 수 있는 것이 목표이니 그런 시간을 잘 보내도록 더 신경 써보련다.
쇼미더벳는 다행히 열이 내리고 다시 학교에 등교했다. 우리 건강하자 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