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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Mar 09. 2025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입니데이

부산근교 #템플스테이 체험기

봄이 올 것만 같은 지금 이 계절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 같다. 날씨가 희망고문 하듯 풀렸다가 삽바카라에 얼어붙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눈치도 없이 개화도 안 한 벚꽃명소를 벌써부터 추천하기 시작한 알고리즘 사이로 우연히 '3월 여행 가는 달 행복 2배 템플스테이' 홍보릴스를보았다. 여행 가는 달이라고 정부에서 지역관광 활성화 캠페인을 하는데, 이때 제공하는 각종 할인혜택 중 하나가 바로 행복2배 템플스테이란다. 템플스테이를 몇 번 가보았기에 호기심에 찾아보았더니, 아니 글쎄 3월 한 달(3.7~31) 동안 템플스테이 체험비가 반값(다싸 3만원!!)이라는게 아닌가!


칼을 뽑았으니 바로 첫 주 주말, 주저 없이 바로 신청을 갈겨버렸다.


밀양 바카라로 고고!


사실 고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계절이 주는 무기력과 지나친 SNS 시청을 조금이라도 이겨내 보고자 떠난 힐링캠프(에 반값 행사를 더한!) 정도였다. 고백하건대 나는 불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사찰이 주는 평온함이 좋아 절을 종종 찾곤 한다. 특히, 템플스테이 그 자체는 산속에 자리 잡은 사찰에서의 고요한 하룻밤이자 꽤나 맛있는 절밥과 지글지글 끓는 온돌바닥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라 힐링을 찾아 몇 번 경험하기도 했다.강원도에서 한 번, 전라도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에는 가까운 부산 근교 사찰 목록을 뒤지다가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밀양 바카라를 선택하였다.


웃기게도 하루 전인 금요일쯤 되니 어찌나 고기가 먹고 싶던지, 위장에 치맥까지 든든하게 장전하고서야 심기일전할 수 있었다(ㅋㅋ) 웃프지만 원래 절밥을 좋아하는 편인데 두 번째 템플스테이에서는 음식이 너무 안 맞아서 다음날 아침 거의 도망치다시피 나온 기억이 있다... 속도 든든히 채웠겠다, 부산에서 양산을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조그마한 마을 '평리'가 나오는데, 민가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카라가 나온다. 가는 길이 제법 험해서 부산 중심부에서 약 1바카라 반이 조금 더 걸렸던 것 같다.


바카라부산 후라이드 원탑인 사하구 장림시장 '월드양념통닭'(갑자기 추천)




널널한 첫날: 안내+자유시간+저녁공양+저녁바카라


도착하면 간단한 안내와 함께 템플스테이용 법복을 주시는데, 이 옷이 체형커버도 잘 되고 무엇보다 엄청 따뜻하다! 신청자가 8명이나 되어 2인 1실을 써야 했지만, 사실상 방에 들어가서는 온돌에 지지기만 해서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방 배정을 마치고 바카라 한 바퀴를 천천히 돌며 도량을 구석구석 설명해 주시는데, 원래 이 터에 자리 잡고 있던 '죽림사'가 '영정사'로 이름을 바꾸어 이어져오다가 사명대사를 추모하는 바카라원을 모셔오면서 다시 '바카라'가 되었다는 역사부터 건물 곳곳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법복 입은 모습이 한결 더 편안해졌달까.


바카라템플스테이 숙소인데 쾌적하다!!
바카라
사천왕문을 중심바카라 도량이 2층 구조처럼 되어있음
사천왕문 통과하면 이런 풍경이 나옴!
부처님오신날 준비를 벌써 하고 계셨다(깍 벌써 3월이라니!)


이어 자유바카라을 갖고 이번에는 더 천천히 도량을 둘러보다가, 공용공간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책도 읽다 보니 이윽고 저녁공양시간이 되었다. 공양도 의식이라 수련의 마음으로 임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첫 번째 템플스테이와 그 반대였던 두 번째 경험을 바탕으로 마치 긁지 않은 복권을 확인하러 가는 심정으로 공양간으로 향했다. 결론적으로 각종 나물이 반찬으로 나온 식단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으며 고추장에 쓱쓱 비벼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왔다! 전날 먹은 치킨이 무색하게 든든하게 먹다(머쓱)



방 옆 공용공간에서 차를 마음껏 마실수 있어서 좋았다
심지어 나만 두번 가져다먹음ㅠㅠㅋㅋㅋㅋㅋㅋ


마지막 일정은 저녁바카라참선이었다. 미리 절 하는 법과 바카라 때 갖춰야 할 기본예절을 알려주셨기에 무리 없이 바카라에 참석하였다. 비록 알아듣지 못하는 기도문에 중간중간 어색하긴 했지만 주지스님께서 바카라 시작 전에 '그냥 저 따라 하면 됩니더~'라고 편하게 말씀 주신 덕분에 고요한 목탁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이어 참선은 죽도 소리와 함께 지난날을 생각해 보는 이른바 명상과도 같은 의식이었는데 이 또한 벽을 보며 온전히 내 호흡과 생각에만 몰두하는 특별하고도 고요한 순간이었다.


물론... 30분 남짓 참선중에아주 살짝만 말이다.


이렇게 법당에 제대로 앉아본 경험이 손에 꼽는달까(촬영 괜찮다고 하심!)


불필요한 말은 삼가라기에 조용히 체험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산골의 밤은 어느 곳보다 빨리 찾아오기에 방 불을 끄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푹신한 침대에 길들여져 딱딱한 홑겹 바닥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또 지글지글 끓는 난방에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시골집의 정취를 간접경험으로나마 느낀 듯했다. 오해는 마시라, 방마다 깨끗한 화장실이 딸린 신식 한옥 건물이어서 불편함은 전혀 없었는데 그냥 난방에 취해서 꿀잠 잤다는 소리다. 평소에는 자기 전 릴스에 쇼츠 본다고 도파민에 절여진 채로 잠들곤 했는데, 오랜만에 기분 좋게 10시쯤 휴대폰을 내려놓고 푹 잠에 들었다.




마찬가지로 또 널널한 다음날: 새벽바카라+잠+아침공양+잠+포행+차담


둘째 날 새벽바카라은 4시 20분에 시작이었으므로, 바카라 10분 전 즈음 눈을 떴지만 그 순간까지도 게으름이 뻗쳐(머선일임 진짜ㅠㅠ) 갈까 말까 100번쯤 고민하다가 방을 나섰다. 새벽 바카라은 더욱 고요한 가운데에 진행되었는데 두 번째라 그런지 좀 더 익숙한 마음이 들어 전날보다 더 온전히 참석하였다. 한편 스님께서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도하며, 또 기도는 결국 부처님 앞에서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하셨기에 향내음 가득한 새벽 법당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곱씹어보았다. 그렇게 짧은 새벽바카라을 마치고 방에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하늘을 보길래 따라 올려다보았더니 새벽하늘에 별이 한가득이었다. 고민 끝에 일어나길 잘했다며한참동안도심에서는 보기 힘든새벽녘구경을 하다가 방바카라 돌아갔다.


근데 누가 수면제를 풀었나,들어가자마자 또 잤다. 자도자도 어찌나 잠이 오던지, 겁나 잘잤다 진짜!


별 진짜 오랜만!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공양을 하고 또 잠깐 잠들었다가 포행에 나섰다. 포행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스님과 뒷산을 쉬엄쉬엄 산책하는 것이었다. 30분쯤 걸었을까, 벤치에 앉아 조금 쉬다가 스님과 다른 참가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려와서 차담을 나누었다. 역시나 한국 사람들은 질문하라고 하면 모두 엄숙해지기 때문에 스님 혼자 어떻게 스님이 되었으며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또 간단한 질문에 답변도 듣다 보니 앉아서 보이(작은 잔이지만) 10잔쯤 마신 것 같다. 물먹는 하마 수준


아침 포행길에서 미혼이라고 하자 많은 분들이 결혼을 비추하였다ㅋㅋㅋ


사실 너무도 당연해서 누구도 입에 담지 않는 이야기지만 스님께서 '착하게 살면 복이 들어오는데 엄청난 복이 빵빵 터지듯 들어오는 것 보다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죄를 짓지 않고 착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지당하지만 또 힘든 것인지 생각했다. 이제 2년이 넘어가는 부산살이에서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삶을 단순화하며 제법 평온을 되찾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상 속에서 여전히 자극에 일희일비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남은 시간에는 덜 흔들리기를 더 단단해지기를 조용히 다짐해 보았다. 따뜻한 봄이 오는 걸 알면서도 길어지는 겨울 끝자락에 조금은 울적한 나날들이었지만 이번 바카라 템플스테이를 통해 부산에서의 세 번째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만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3월 한 달간반값바카라 즐길 수 있는 조용한 힐링캠프,템플스테이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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