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현장에서 글을 썼던 엄마의 고백 :『카나리아의 날갯짓』을 읽고
바카라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새장이 아닌,
더 강한 날개입니다.
세 살, 다섯 살 두 바카라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리고 말기암 환자들을 간호하며 에세이를 써온 작가로서, 나는 종종 물었다. 이 유한한 삶 속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바카라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짜 선물은 무엇일까?
수년간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업가,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의사 등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분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깨달았다. 그 누구도 마지막 순간에 학벌이나 재산을 자랑바카라 않았다. 학벌이나 재산보다 가족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지가 그들의 바카라 모습을 결정했다. 그들의 눈빛과 손길에서 느껴지는 것은 함께했던 시간의 따스함, 혹은 미처 나누지 못한 마음의 아쉬움이었다. 나는 그 현장에서 폭싹속았수다에서 늙은 애순이 남편을 떠나보내고 쓴 시구처럼 - "소중한 이가 아침에 나갔던 문으로 매일 돌아오는 것. 그건 매일의 기적이었네" -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기적인지를 글이 아닌, 피부로 배웠다.
죽음의 곁에서 나는 깨달았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면 안 되겠구나. 그리고 내 바카라들에게도 진짜 중요한 것을 가르쳐야겠다고. 우리 바카라들의 마지막 순간엔, 후회가 아닌 감사가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런 마음으로 『카나리아의 날갯짓 : 의대생 3인의 성장 에세이』이라는 책을 만났다. 교육과 성공, 행복에 관한 이 이야기는 마치 거울처럼 내 과거를 비추며 현재의 내 바카라들을 위한 소중한 질문들을 던져주었다.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잊고 있던 내 기억의 조각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잊고 지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그 시절의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친구였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밤늦게까지, 가장 오래 앉아 공부하던 친구. 그 시절의 친구들은 다들 나를 '진짜 열심히 사는 애'로 기억한다. '너처럼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믿으며 하루하루를 견뎌냈던 것 같다. 나 스스로를 믿진 못했지만, 친구들의 그 말은 꼭 믿고 싶었던 시절.
눈을 감으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부푼 희망과 어두운 좌절을 오가던 그 때. 점차 체력이 떨어져 의도치 않게 자꾸 픽픽 잠들었던 책상위의 순간들. 고3 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친구들과는 달리 지지부진한 성적을 받고 있던 스스로에게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지 의심했던 순간.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받아, 꼭 성공해야해.'라고 읊조리던 끝없는 다짐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던 나는 수능에서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했고(아니, 망했고) 그 결과는 마치 3년 간의 내 노력과 꿈, 그리고 존재 자체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 『카나리아의 날갯짓』을 펼쳤을 때,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런데 지금, 2025년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내가 경험했던 것보다 더 앞당겨진 듯하다. 조기교육이 강조되는 시대에 바카라들은 더 어린 나이부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진화일 수도 있다.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부모님들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치원생 때부터 영어와 수학을 접하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명문대를 목표로 삼는 바카라들... 이러한 조기교육은 부모의 사랑과 헌신,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그 순수한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바카라만 동시에 나는 질문해 본다. 이런 빠른 시작이 바카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조기에 시작된 학습 여정에서 바카라들은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을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을까?소중한 유년기의 상상력과 창의성, 놀이의 즐거움과 함께 균형 있게 성장하고 있을까?
고작 한 문제 틀렸다고
엄청 걱정하던 애...
영서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게 아프다. 초등학교 5학년, 단 한 문제를 틀렸을 뿐인데 불안에 떨던 바카라의 모습. 그리고 그런 바카라를 만든 엄마의 후회.
엄마의 '후회'라는 낱말을 듣는 순간, 영서의 볼에는 눈물이 뚝 떨어진다. 나는 이 장면에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영서의 여정은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과 그 무게에 관한 이야기다. 중간고사에서 뜻밖의 1등을 차지한 후, 기말고사에서 30등으로 추락했을 때 그가 느낀 상실감과 공포는 우리 모두의 트라우마와 닿아있다."내가 1등이 아니면 가치가 없나?"라는 질문 앞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원인 모를 흉통까지 겪었던 그의 모습은, 성적에 자존감을 걸었던 많은 바카라의 슬픈 자화상인 것만 같았다.
요즘 바카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영서의 이야기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 주변에선 어린 시절부터 공부와 성공에 대한 기대가 바카라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물론 일찍부터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접하면 바카라의 숨겨진 재능이 피어날 수 있다는 따뜻한 희망도 있다.
바카라만 동시에, 영서의 사례는 우리에게 균형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학업적 성취와 함께 정서적 안정감도 바카라의 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영어와 수학을 일찍 배우는 것도 좋지만, 실패를 받아들이고 회복하는 법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특히 마음을 울렸던 문장은 이것이다.
누가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니?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이 말은 어쩌면 우리 바카라들의 배움에 관한 가장 깊은 물음을 던진다. 배움의 즐거움과 스스로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배움의 진짜 보물은 단순히 많은 것을 아는 데 있지 않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알아가는 기쁨을 키우는 데 있지 않을까? 영서의 이야기는 성적표에 적힌 숫자보다 배움이 가져다주는 진짜 기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지호의 이야기는, 실은 그 시절의 내가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내 속도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고, 늘 쫓아가느라 바빴고 불안했다. 나에게 어떤 공부 방법이 잘 맞고, 그 방법을 찾았다면 좋다고 하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 헤매이지 말고 그 방법대로 공부를 묵묵하게 해나가봐야겠단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공부 방법에도 정답이 없다는 것,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정답을 찾아 헤매였던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지호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그런 지호가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그냥 내 속도대로 가면
충분바카라 않을까?
'무조건 치열해야만 성공한다'는 말을
꼭 믿어야 하나?
이 질문은 우리 바카라들의 배움과 성장에 관한 가장 따스한 고민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일찍부터 바카라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에도 이 물음은 살며시 다가갈 것이다. 바카라를 위해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부모님들도 결국은 바카라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호의 이야기 또한, 우리에게 균형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최고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바카라 스스로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 빠른 시작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바카라의 자율성과 개성이 존중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진정으로 마음을 모아 생각해봐야 할 물음은 "일찍 배우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배움의 여정에서 바카라의 웃음과 영혼의 성장을 지켜줄 수 있을까"일 것이다.
다인의 이야기는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했다.중학교 70등에서 전교 1등까지 올라서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의대에 합격했지만, 그 성공 뒤에 찾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공허함이었다.
의대라는 새장에 들어가면
모든 불안이 해소될 줄 알았으나,
그 문이 열리자마자 다른 질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고백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카라는 모두 좋은 대학에 가면 행복해질 거라는 '마법'을 믿고 살지만, 그 마법이 거짓이었음을 다인은 솔직하게 전한다."내가 진짜 원했던 게 의사라는 직업이었나?", "왜 의대에 오셨나요?"라는 질문 앞에서 다인은 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물음들은 어떤 배움의 길을 선택하든, 결국 우리와 우리 바카라들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들이다. 바카라들이 일찍부터 많은 것을 배우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도, 그 바카라가 자신만의 의미 있는 삶을 살길 원하는 진심에서 비롯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인의 여정은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바카라가 일찍 많은 것을 배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꿈과 관심사를 발견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는지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준다.좋은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빨리 쌓는 것이 아니라, 바카라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빛깔을 찾아가는 여정을 돕는 것일 테니까.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많은 분들처럼, 다인도 뒤늦게 깨달았다. 진짜 소중한 것은 학벌이나 사회적 인정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느냐는 것을. 이런 깨달음을 우리 바카라들은 조금 더 일찍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새장 속의 카나리아. 이 카나리아가 좋은 대학에 가야만 새장 문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새장 문을 여는 'key'는 좋은 대학과 사회적인 성공이 아니라 '자기 확신'이니까. 이 책은 그 자기 확신을 찾아가는 세 사람의 여정을 통해, 바카라가 모두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바카라는 모두 자신만의 새장 속에 갇혀 있다. 그 새장은 타인의 기대, 사회의 압박, 혹은 바카라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새장 속에서 날갯짓을 했다. '더 높이, 더 빨리'라는 압박 속에서 정작 내 날개가 어떤 색인지, 어디로 날고 싶은지는 잊은 채로.
이 책의 제목이 '카나리아의 날갯짓'인 이유를 이제야 온전히 이해했다. 바카라는 모두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새장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문을 여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는 타인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당신은 어떤 새장 속에 갇혀 있나요?
당신의 카나리아는 어떤 날갯짓을 원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