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강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시점에 찾아왔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강의를 하기가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한 지 2주가 지난 시점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스팸인가 싶어 고민을 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상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뭐지?' 싶었는데, 얼굴은 한 번도 뵌 적이 없고 다른 프로젝트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적만 있는 교수님이셨다.
안식년을 1년간 가게 되었는데 1년간 수업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도시. 순간 고민이 되었지만 2주 전에 했던 생각과 그 뒤에 따라온 아쉬움이 떠올랐고, 맡겠다고 했다.그 후부터는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아무 인연도 없이, 공고문만 보고 순진하게 강사로 지원할 때는 콤프카지노게 열리지 않던 문이 모든 게 콤프카지노 쉽고,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나는 콤프카지노게, 두 과목을 맡게 되었다.
거주지역이 대학교가 위치한 곳과 거리가 있다고 해서 강사들에게 교통비나 숙박비가 지원되진 않는다. 그리고 그렇다 보니 학교 담당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두 과목을 하루에, 그것도 연강으로 붙여서 배정을 했다. 1시에서 7시. 집에서 서울역, 서울역에서 학교가 위치한 도시로, 그리고 기차역에서 학교로 갔다가 강의를 마치자마자 기차역으로 향한 뒤 기차에 탑승해 집에 도착하면 저녁 10시가 넘었다. 나는 콤프카지노게, 1년 동안 오직 강의만을 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출퇴근 하는 시간강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건가 싶더라. 상상해보자. 누군가와 3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것도 말이 많지 않은 사람에겐 엄청나게 힘든 일이 아닌가? 소개팅에서도 첫 만남에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면 그건 꽤나 성공적인 소개팅에 속한다. 그런데 6시간이라니. 말 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6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것도 좋고 즐거울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6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수다를 떨 때는 상대가 말하고 내가 듣는 시간도 있지만 6연강을 할 때 강사는 6시간 내내 떠들어야 한다.
엄청나게 긴장이 되었다. 그래서 개강하기 전에 학교도 한 번 미리 답사를 가서 동선도 확인했다. 1박2일로. 첫 강의야 수강변경기간이다 보니 가볍게 넘어갔고, 그 다음주에드디어 나선 첫 강의다운 강의. 혹시나 늦을까 싶어 작은 캐리어를 들고, 하루 전에 미리 내려가 학교 안에 있는 숙소에 묵고 다음 날 수업에 나섰는데... 아니나다를까 지금도 돌아보면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학부 때부터 발표는 많이 해봤다. 회사를 다니면서 PT도 해봤고. 하지만 3시간 동안 발표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강의안을 어느 정도 내용으로 어떻게 구성해 가야 할지가 감이 잡히지 않더라. 그래서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내용을 준비해 갔는데... 첫 수업에서 내가 준비한 내용은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이런 민망할 때가 어디있나.
민망했다. 정말 어디에 구멍이 있으면 머리라도 박고 들어가고 싶더라.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다른 교수나 강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학생과 교수자의 관계를 우선 계약관계로 여긴다. 학생들은 학비를 내고, 가르치는 사람은 돈을 받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최대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가르치는 사람은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 가르칠 의무가 있다.
학생과 선생 사이를 어떻게 콤프카지노게 규정짓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학부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하는 과정에서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내 지도교수님의 제자이고, 내 지도교수님은 내게 스승님이시다. 이는 내가 공부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 면에서도 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나이가 들수록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내가 진심으로 지도교수님을 존경하는 면들이 있기 때문에 형성될 수 있는 관계다. 나는 대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학생과 교수자의 관계를 보면서 스승이 제자를 제자로 규정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많이 봐 왔다. 교수자가 스스로를 스승이라 여기고, 학생을 제자로 생각하는 순간 학생들을 무시하거나 착취하는 교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는 콤프카지노 많이 들었다. 그리고 학부수업에서도 학생들을 백지장에 비유하며 '그게 너희들 머리 속이야'라고 하는 교수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는 교수자와 학생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될지 여부는 학생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스승이라고 여겨준다면 나는 매우 고마울 것이다. 대체강사에 불과한 내 수업을 하나 들었을 뿐인 학생이 올해 로스쿨에 합격했다며 이메일을 보내왔을 때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더라. 하지만 나는 내가 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스승이라고 여길 생각은 없다.
그래서 콤프카지노들에게 미안했다.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교수자인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그 다음주에 그 수업을 듣는 콤프카지노들에게 사과했다. 내가 조금 더 잘 준비해서, 좋은 수업을 해야 할 의무를 지난 시간에 다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을거라고.
수업을 계속해 나가고, 나도 긴장이 풀어지면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들은 수업이 빨리 끝나면 그저 무작정 좋아한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학생들이 내가 사과할 때 얼마나 당황했을 지가 떠오르고 민망해지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사과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도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가능한한 최고의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콤프카지노게 한 번 실수를 한 뒤에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6연강을 하는 것도 처음에는 버겁게만 느껴졌는데, 적응하는 동물인 인간은 한 달 정도 콤프카지노게 수업을 하고 나니 그 일정에도 적응을 하더라.
6연강을 해보면 사람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보통 3연강 정도를 하고 나면 지치고, 두 번째 수업의 첫 한 시간 정도는 내 안에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콤프카지노게 한 시간을 버티고 나면 우리 몸에서는 다른 호르몬이 작용하기 시작해서 각성이 되더라. 그리고 그 각성된 상태로 2시간은 거뜬히 버텨진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콤프카지노 하고 나면 지쳐서 뻗지 않느냐고 묻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콤프카지노 한 직후에는 오히려 그 각성된 기운이 어떤 피로감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사람을 몰아간다. 그래서 나는 콤프카지노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잠든 적이 거의 없다. 뭔가 피곤한 건 같은데 잠이 오지 않는 상태는 집에 와서까지 유지가 된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뻗어서 꿈도 꾸지 않고 잠이 들어 다음날 일어나면 온몸이 다 쑤시는 걸 느끼며 6연강이 쉽지는 않았단 것을 체감하게 되더라.
콤프카지노게 1년 동안 주1회, 서울에서 왕복 2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6연강을 했다. 그리고 다시는 내 인생에 6연강이 없을 줄 알았지만, 난 2025년 1학기에도 비슷한 거리를 오가며 또 한번 6연강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