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 될 거야"도라에몽토토 거짓말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이 도라에몽토토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도라에몽토토를 했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큰 도라에몽토토를 했을 때는 그 말이 도라에몽토토가 되었다. 해외에서 살다 귀국해서 처음 한국에 와서 본 도라에몽토토을 망쳤을 때도, 친구들은 모두 대학에 가는 데 재수를 할 때도 이 말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줬다. 다른 사람들이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면 나는 그 말을 내 안에서 되뇌며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다음엔 정말 내가 원하는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처음 로스쿨에 갔을 때도 이 말은 내게 도라에몽토토가 되고 힘이 되었다. 학비를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입학 직전인 2월까지 출근하다 로스쿨에 진학해 선행학습을 하나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첫 학기에 평생 받아본 적이 없는 학점을 받은 뒤 나는 '괜찮아, 한 학기 망했을 뿐이야. 다 잘 될 거야'라며 스스로를 도라에몽토토했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대형로펌에 인턴을 나가고, 조금 더 나은 학점을 받아 들면서 나는 조금씩 첫 학기의 도라에몽토토를 조금씩 회복해 내갔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변호사도라에몽토토의 도라에몽토토가 반복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위 사람들이 '다 잘 될 거야'라고 하는 말에,나도 모르게 '아니, 잘 되지 않을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사실이다. 여기에서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변호사도라에몽토토에 합격하는 것이다. 처음 합격하지 못했을 때 나는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에 도라에몽토토받고 일어났으나, 그다음 해도, 또 그다음 해에도 다른 결과를 받아 들지 못했다. '잘' 되지 않았다.
이게 냉정한 현실이다. 내가 원하는 대학을 못 가서 재수를 한다고 해서 그다음 해에 다시 입시를 준비하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을까?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다음 해에도 똑똑한 학생들은 존재하고, 재수까지 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져 도라에몽토토을 준비하는 과정에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도라에몽토토 보기 직전에는 잠을 설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재수에는 성공했지만 변호사도라에몽토토에는 그러지 못했다.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면증을 앓으며 잠들지 못해 신경안정제를 한 달 동안 복용하기도 했고, 너무 불안해져 손이 덜덜덜 떨려서 약을 처방받아서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우리는 더 간절해질수록, 더 욕심이 날수록, 더 불안할수록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게 될 확률도 커진다. 이는 극도의 불안감이 우리를 잡아먹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하거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잘 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고, 그중에 탁월한 사람도 있을 것이 분명하지 않나?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다. 모든 자원은 제한되어 있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그 과정에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드시 도라에몽토토하고 좌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도라에몽토토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무엇인가의 경쟁률이 2대 1이라고 해보자.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해 볼만한 싸움이라고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경쟁률이 2대 1이라는 것은 성공하는 사람과 도라에몽토토하는 사람의 숫자가 같단 의미다. 이는 경쟁률이 2대 1이 넘어가는 순간 도라에몽토토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좋은 것일수록 경쟁률은 높기에 우리가 뭔가를 원할 때 그것을 가질 수 있는 확률보다 그렇지 못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다.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듣고 도라에몽토토와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그런데 이 사실은 기억하자.당신이 그 말에 도라에몽토토와 힘을 받는다면 당신은 아직 극단으로 힘든 상황은 경험하지 아니란 것을.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에 도라에몽토토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이 도라에몽토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이 이미 세상은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니컬했던 '다 잘 될 거야'도라에몽토토 말에 대한 내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 상황이 나아졌냐고?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금전적으로는 풍족하지 않다. 그리고 내 또래들이 집과 차를 사고, 결혼했을 뿐 아니라 아이도 낳은 상황에서 나는 그중 어느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다. 거기다 7살 어린 내 동생은 작년에 결혼했고, 동생은 내 총자산보다 최소한 수배, 어쩌면 10배에 달하는 자산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갈망했던 어느 것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 생각이 달라졌냐고? 왜 내 상황이 나아진 면이 있다고 하냐고?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도라에몽토토라고 생각했던 경험이그 길보다 내게 더 잘 맞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선물해 줬기 때문이다. 나는 변호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내가 좋아하고, 가치가 부여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법분야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그 분야를 연구하고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회가 닿아서 발을 내디딘 드라마 분야에서도 계속 일을 받았고, 이제는 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내게 주어진 모든 변호사도라에몽토토 기회를 소진한 뒤에야 나를 10년 넘게 알았던 지인들이 내게 말했다. 너는 애초에 변호사와 어울리지 않았다고. 왜 말리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좋은 대학의 로스쿨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말리냐고 하더라. 본인 인생들이 아닌데.
변호사가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을 나는 로스쿨 재학 중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3학년 2학기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에 빠져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두 번째 도라에몽토토에 불합격한 뒤에는 도라에몽토토을 다시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라에몽토토을 졸업한 뒤 나는 5년 이내에만 볼 수 있는 요건이 있어서 기회를 날리면 후회할 것 같아서 계속 도라에몽토토을 봤다. 그것도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 여기에 대학원 재학 중에 교수님들께서 '학교로 가려고 해도 이제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된다'라고 말씀하시니 도라에몽토토을 안 볼 수가 없더라. 그래서 내가 6개월간 인턴을 했던 Google의 법무팀장님은 내가 도라에몽토토을 본단 얘기에 놀라기도 하셨다.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은 이루지 못했단 측면에서 내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게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 길이 내게 맞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욕구하고 욕망했다. 그리고 나는 역설적이게도 내가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한 덕분에, 나와 더 잘 맞는 길을 찾았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결국 내게 더 맞고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았기 때문에.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이 '네가 원하는 건 다 이룰 수 있을 거야'란 의미를 갖는 이상, 그건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말이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 도라에몽토토가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어'라는 의미라면, 그 말은 본인이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노력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인생에 정답이 존재도라에몽토토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주마처럼 다른 사람들이 설정해 준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하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정답인 것이 나에게는아닐 수도 있고, 나에게 정답인 것이 남에겐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 잘 될 거야'라는 거짓말은, 우리가 직면한 도라에몽토토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는 사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지금 도라에몽토토로 보이는 경험이 우리에게 더 맞고, 우리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열의 시작일 수도 있다.
